우리들의 빛나는 북멘토 가치동화 27
박현정 지음, 국민지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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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멘토 가치 동화 27번째 이야기 <우리들의 빛나는> 읽어봤어요.
제목만 처음 봤을 때와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는 제목의 '빛나'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답니다.
한창 메르스 사태로 난리가 났던 2015년도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와 빛나와 재겸이의 인연은 뭉클하기까지 한데요.
두 아이가 오래오래 우정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처음엔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와서 뭐지? 싶었어요.
이건 무슨 판타지 소설인가? 그러기엔 너무 유치한데~~ 하고 판단하려던 찰나에 이 책의 진짜 주인공 빛나가 쓰는 웹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죠.
빛나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계를 주름잡고 싶어 하는 달빛신부라는 필명을 가진 소녀랍니다.
초등 졸업전에 주목받는 신작 코너에 데뷔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좋아요'를 두 개밖에 받지 못했어요.
그래도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빛나가 멋져 보여요.
 


혼자만의 시간엔 글을 쓰고 친구들과는 비슷한 옷 입고 우정사진도 찍으면서 자신의 몸매에 한탄하는 평범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네요.
바쁜 엄마가 없는 저녁에도 편의점에서 밥을 해결하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빛나에요.
유라처럼 멋진 핏의 스키니를 입고 싶지만 눈앞의 먹거리의 유혹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았죠. 편의점에서 열심히 먹고 있던 빛나 앞에 자신이 쓰던 웹소설의 주인공인 더블랙이  갑자기 등장합니다. 이 순간도 저는 속고 말았어요. 이건 또 무슨 판타지지?  빛나의 웹소설이 현실이 되는 건가 했거든요.
빛나도 더블랙이 환생이라도 한 건가 싶었어요.
깜짝 놀란 탓에 음식도 흘려 청바지에 묻고 입 주변이 엉망이었는데도 모르고 그냥 집으로 오는 길에 더블랙도 따라오고 자신을 보고 웃는 입안에는 분명 송곳니가 있었어요.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니 왜 더블랙이 자신을 보고 웃었는지 알 수 있었죠.
다시 보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하지만 그 바램은 얼마 가지 않아 깨지고 말았죠. 더블랙이 빛나네 반으로 전학을 왔거든요.
더블랙의 이름은 구재겸이었어요. 비현실적인 존재는 아니었네요.
친구들의 새로운 전학생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재겸이는 이 관심에 모두 시큰둥했어요. 하지만 빛나를 보면 늘 송곳니를 보이며 씩 웃었죠.
 



재겸이의 비사회적인 모습은 체육시간에 문제를 일으켰어요. 남자아이들과 축구를 해도 잘 뛰지 못하는 재겸이의 모습은 창현이의 타박을 받기 시작했고 교실에서 재겸이의 가방에 들어있던 플라스틱 뱀파이어 이빨을 찾아내고는 더 놀려대기 시작했어요. 재겸이와 창현이는 서로 뺏으려 하다가 몸싸움이 벌어졌고 창현이는 그 이빨이 들어있던 주머니를 창밖으로 멀리 던져버렸어요.  재겸이는 그것을 찾기 위해 위험한 담장으로 훌쩍 뛰어넘어갔답니다.
그리곤 돌아오지 않았죠. 빛나는 재겸이의 가방을 들고 재겸이 집으로 가야 했어요.
 


재겸이의 쌍둥이 누나인 재인이는 가방을 가져온 빛나에게 퉁명스럽게 대했고 재겸이는 그날 이후로 왕따처럼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외톨이가 되어 갔어요.
빛나보다 한 살 많다는 재겸이에 대해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는 와중에 의상인 빛나 엄마 병원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졌고 엄마는 병원에 격리되어 집에 올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재인이 언니가 빛나를 위해 밥을 가져오네요.
빛나네 엄마와 재겸이네 아빠가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도 그제야 알게 되었어요.
분명 재겸이는 빛나를 알고 있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혼자서 벤치에 앉아있던 빛나를 찾아온 재겸이, 드디어 둘 사이의 관계를 알게 되었어요.
어릴 때 재겸이가 아팠었네요. 엄마 병원 놀이터에서 울던 빛나를 웃겨주던 대머리 재겸이. 
 



좀 속상했어요.
빛나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했고 아빠는 결혼을 해서 빛나의 동생까지 있네요.
그런데 아빠는 빛나에 대해 너무 무신경하고 아줌마는 명우 걱정만 해요.
바이러스로 엄마는 오래도록 격리 중이고 아무리 6학년이라 해도 아직 어린데 아빠와 아줌마의 태도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빛나 입장에서도, 엄마 입장에서도 정말 화나고 속상하겠다 싶더라구요. 특히 그 슬픔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빛나 입장은 더욱더요. 결국 마음의 아픔은 몸으로 퍼져 병이 나고 맙니다.
다행스럽게도 재인이언니와 재인이언니 아빠가 빛나를 돌봐주네요.
가족처럼 말이죠. 진짜 가족이 되어도 좋겠다 싶은 마음이~~^^
 

재겸이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되고 빛나도 가정에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두 아이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으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책을 읽다 보면 물론 이것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지만 이런 상황이 이 세상에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누군가에게는 진짜 현실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두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딘가에 진짜 있을 재겸이와 빛나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나이가 들면 감정이입도 잘 되고 눈물도 많아지는 걸 책 읽으며 많이 느껴요.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았을 빛나와 아파서 건강한 소년으로 살지 못했던, 가족에게 늘 미안해했을 재겸이의 그 마음이 이해돼서 제 마음도 서글퍼지더라구요.
그래서 이 장면이 좋았는지도 모릅니다.
어찌 되었든 이 순간은 행복하고 아름답고 옆에 있는 서로가 큰 힘이 되고 있으니까요.
 



재겸이와 재인이 언니랑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가 없는 동안을 잘 지냈던 빛나가 드디어 엄마와 상봉을 했네요.
엄마는 병원에서 힘들었지만 서로서로 힘이 되어주려고 노력했고 밝게 웃으며 환자와 의료진 구분 없이 서로 동료 같았다고 했어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빛나와 재겸이네 두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빛나를 돌봐주었던 재겸이네 가족에 대한 감사의 표시겠지요. 하지만 그 약속은 이루어지지 못했답니다.
엄마를 찾는 응급 환자가 있었는데 그 환자가 바로 재겸이었거든요.
빛나 엄마는 소아암 전문의라는 사실에서 재겸이가 어떤 병인지는 짐작할 수가 있지요.
재인이와 빛나가 재겸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괜스레 울컥하더라구요. 쌍둥이로 태어나 누구는 아프고 누구는 건강하면 그 건강함에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죽을까 봐 늘 두려워해야 하잖아요.
재인이가 가진 그런 감정들이 독자의 마음도 아프게 하더군요.
 



재겸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빛나의 웹소설의 주인공인 더블랙이 점점 재겸이와 닮아가고 있어요. 빛나 자신의 감정이 소설에도 이입이 되고 있는 거겠죠.
소설의 마지막처럼 재겸이가 건강하게 빛나에게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저희 딸아이도 올해 13살이 되었어요.
정말 이제는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느낌이 많이 들고 감정적으로도 복잡해졌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빛나를 보면서 그래도 딸아이는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구나 싶더군요.
작가의 말에서 열세살이 참으로 어정쩡하고 난감한 감정이 지배하는 나이라고 표현했는데 뭔가 잘 나타내준 것 같아요.
저는 제 아이도 빛나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고 너무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다양한 경험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면서 어른이 되고 성장할 테니까요.
가장 힘들지도 모르지만 가장 빛날 수 있는 나이 열세 살~
빛나처럼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줄 수 있는 아이가 된다면 더 멋질 것도 같아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풍부했고 슬펐지만 아름다웠던 빛나와 재겸이의 성장기를 읽으면서 아이들도 그만큼 함께 느끼고 아파하고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또 그만큼 세상을 빛나게 하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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