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5남매 - 한국동화걸작선 햇살어린이 17
마해송 외 지음, 김혜란 그림 / 현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 아이들 입맛에 딱맞는 달콤한 책이 아니라 투박하지만 건강한 음식같은 느낌이 드는 책을  만났을 때의 그 반가움이란....
아니.. .이런 동화가 어디 숨어 있었니? 하고 고맙고 고마운 마음을 어깨를 툭치고 눈을 살짝 흘기며 표현하고 픈 ...
우리 어린이 문학의 빛나는 역사를 이룬 걸작 동화 13편을  한 권으로 만나 볼 수 있는 <병아리 5남매>랍니다.
이 책을 곱씹으며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 시절의 책은 잘 팔리는 책을 쓰려고 한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진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거였어요.
물론 추억을 그리워 하고 어린 시절을 아름답게만  기억하고 있는 저로서는 객관적일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한대요.
그래도 짤막 짤막한 동화를 하나 하나 읽으면서 힘들었지만  순수했던 그  시절이 그래도 참 좋았다 싶네요.
강렬하고 자극적인 언어적 표현이 없어도 담담한 문구들이 더 많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것 같기도 하구요.
현북스가 이런 귀한 보물 찾기를 계속 해주기를 개인적으로 바래봅니다.
 


 
 
익숙한 작가님들의 이름이 보이죠?
이분들의 글을 한권으로 다 볼 수 있다니 참 좋네요.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은 제가 알고 있는 작품이 몇개 안되네요.
저 어릴 때 책 많이 안 읽었나봐요.^^


 
 
우리 딸이 " 엄마, 이거 진짜 재미있어요." 라고 말한 작품이 바로 <만년 셔츠>랍니다.
사실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내용은 잘 몰랐던 게 바로 <만년 셔츠>였어요.
읽고서는 저도 모르게 울컥했네요.
아이들이 이런 가난을 알 수 나 있을까요?
모자가 다 해졌어도 새것을 사 쓰지 않고, 양복바지가 해져서 궁둥이에 조각을 붙이고 다니는 것으로 보면 집안이 구차한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근심하는 빛이 있거나 남의 것을 부러워 하는 눈치도 없는 창남이..
이 책을 읽으면서 창남이라는 아이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학교에 지각한 아이는 오다가 신발이 떨어져 여러번 고쳐 신으며 왔어도 천하태평이었고 , 헤진 신발로 체육시간에 능청스럽게 체조도 했답니다.
 


 
 
문제는 체조 시간 웃옷을 벗으라고 한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고 난 후였어요.
온 반 아이들이 일제히 검은 양복 저고리를 벗어 셔츠차림이 되었지만 창남이는 양복 저고리를 벗고 나니 만년 셔츠... 맨몸이었던 거에요.
없어서 못 입은 창남이는 그래도 당당했어요.
무서운 선생님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은 그때였네요.
선생님은 창남이의 그 용기와 의기를 크게 칭찬했고 그 때부터 창남이의 별명은 만년 셔츠가 되었지요.
그뿐이 아니에요.
창남이는 불이 나 모든 것이 다 타버린 이웃에게 자신의 바지를 건네고, 창남이 어머니 역시 자신의 옷을 남에게 건네고 추워하기에 창남이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셔츠를 드렸답니다.
어머니에게 양말도 건네며 자신은 양말이 있다고 거짓말을 해버리고 해버린 창남이...
그럼 어머니는 왜 창남이의 거짓말을 모른척 했을까요?
그의 어머니는 창남이 여덟 살 되던 해에 눈이 멀으셔서 보이지 않으셨던 거에요.
순간 선생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흐르는 것은 눈물 뿐이었지요.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아무리 그래도 양말 하나 살 수 없을 만큼 가난하다는 걸 이해나 할까요? 창남이가 했던 모든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자신이 없어도 남에게 나눠주는 그 모습,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겠지요.
없어도 당당한, 가난하지만 부끄러워하지 않는 창남이... 글이 아닌 실존의 인물이었다면 분명 큰 인물이 되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가난하면 그 가난이 부끄러운 시대가 되버린 요즘...
이 동화는 진짜 부끄러운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 같네요.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이었던 <돌장승>
요 작품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네요.


 
 
열 살 동갑인 종태, 인식이, 충재는 영검이 많기로 소문난 돌장승에게 소원을 빕니다.
종태는 한평생 어린아이로 있었으면 하고 빌고, 인식이는 어서어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빌고, 충재는 자연스럽게 커가고 싶다고 빕니다.
이들의 소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일이 있은 후 10년 뒤 충재는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충재는 대학생이 되어 배낭 하나 짊어지고 ​여행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살던 곳으로 와 보았어요.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마을과 너무도 달라져 있던 그 곳에서 충재는 자신이 살던 집을 ​발견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한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충재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한 아이...
그 아이는 바로 돌장승에게 한평생 어린 아이로 있었으면 하고 빌었던 종태였어요.
돌장승에게 소원을 빌었던 종태와 충재는 소원대로 됐는데 어서어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던 인식이는 어떻게 됐을까요?​


 
 
종태와 충재는 옛날 생각을 하며 예전에 함께 놀던 그곳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곳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요.
바로 어서어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던 인식이었어요.
세 사람은 10년만에 만나 이전에 함께 놀았던 강에서 멱을 감으며 즐겼습니다.
한 사람은 아이, 또 한사람은 청년, 또 한사람은 백발 노인이었지만 그들은 나이와 상관 없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문득 그전처럼 똑같은 나이로 돌아가고 싶다고 장승에게 빌어보자고 했어요.




세 사람은 장승에게 다시 소원을 빌었어요.
나이를 너무 급히 먹어 어른이 되는 것도 원치 않고, 나이를 너무 안 먹어서 아이로만 남아 있는 것도 원치 않사오니, 부디 전날 같은, 같은 나이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말이죠.
세 사람이 눈을 떠 보니 거짓말같이 10년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고, 돌장승 옆 언덕 위에 있던 경로당은 언제 그런게 있었냐는 듯이 자취를 감추었었어요​.
아이들은 늘 빨리 크고 싶기도 하고, 또 이대로 멈추어 있고 싶기도 한데요.
그런 마음을 유쾌하게 그려낸 동화같아요.
결국 빨리 어른이 되는 것도, 늘 아이로 남아 있는 것도 순리대로 사는 것만 못하다는 걸 동화를 읽으면서 알 수 있겠지요.
13편이 모두 주옥같이 좋은 작품들이에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위트가 있고, 재미가 있으며 감동도 있는, 추억이 가득한 작품들이랍니다.
이런 작품들을 한권으로 모두 만나 볼 수 있어서 참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누군가가 찾아주지 않으면 이런 작품을 어떻게 요즘에 다시 읽을 수 있었을까요?
현북스가 이렇게 숨겨져 있고, 잊혀져 가는 좋은 작품들을 다시금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어 우리 아이들이 읽어볼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요.
더불어 저도 읽어 볼 수있구요.
옛동화를 읽으면서 당시의 시대상도 알아 볼 수 있고, 우리 부모세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알 수 있으니 이 또한 교육적으로 참 좋겠다 싶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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