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의 아주 특별한 집 아이스토리빌 13
김춘옥 지음, 김준영 그림 / 밝은미래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가가의 아주 특별한 집>을 읽으면서 내 어린시절의 집이 생각이 많이 났다.

여름이면 대청 마루에 누워 더위를 식히고 겨울이면 문틈으로 솔솔 들어오는 바람에 털담요를 코끝까지 덮고 잤던 그집. 아궁이에 불을 떼면 새카매진 아랫목에 언니들과 발을 모으고 이야기 했던 기억도 나고 가가의 집처럼 집과 떨어져 있던 화장실때문에 고생했던 기억도 났다.

항아리에 나무 판대기 두개만 올려놓은 화장실 때문에 늘 불안불안하고 두려웠던 기억, 아궁이 앞에 앉아 매쾌한 연기를 마시면서도 그 따스함이 좋았던 기억, 방에 자려고 누우면 커다란 나무 기둥이 보이던 그 집... 그 추억이 이 책을 읽으며 솔솔 삐져나왔다.

그당시엔 동네에 잘사는 사람은 반듯반듯 양옥집에 살았는데 그 집이 그리도 부럽고 살고 팠는데 ..

나이가 들수록 그집이 몹시도 그리워진다... 불편했지만 추억 가득한 그집이.. 자꾸자꾸 떠오른다..

<가가의 아주 특별한 집>이 내게 특별했던 그 집을 자꾸자꾸 생각나게 한다.

가가가 지키고 싶었던 그 오래된 집. 엄마,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그 집이, 자꾸 자꾸 오래된 시간의 냄새가 담긴 집에서 살고픈 생각을 들게 한다.

서울의 성냥갑같은 아파트들에 넌덜머리가 나고, 흙이라곤 나무가 모여있는 어딘가로 가야 밟을수 있는 서울이 늘 안타까운 나에게 <가가의 아주 특별한 집>은 책 속이지만 꼭 지켜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게 한다.

가가의 집에 살고 있는 다양한 가신들이 더 살갑게 느껴지고, 어렸을때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들이 하나둘 떠오르면서 그때의 두려움도 떠올랐다.

가신들의 도움으로 그랬는지, 아니면 가가의 간절한 마음때문인지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아주 오래된 가가의 집은 중요 민속 자료가 되었고 보존되었다.

더 넓은 단지의 아파트가 되려는 희생량이 되지 않아 정말 다행스러웠다.

많고도 많은 집들... 우리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살기 편하고 좋은 아파트의 희생량이 되고 있는 우리들의 낡은 집들... 그리고 땅들.. 그리고 그 밑의 흙들... 그리고 사라진 가신들...

때로는 편리함이 주는 안락함때문에 추억도 , 문화도 , 자연과의 조화로움도 다 네모난 콘크리트 벽속에 뭍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 한번쯤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파트를 지으려고 오래된 가가네 집을 헐어내려고 하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도 요즘 우리네 모습인듯해 마음이 씁쓸했다. 하지만 그래도 민속학자가 가가네 집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주는 모습은 안심하게 했다.

다행이도 가가네 집은 중요 민속 자료가 되어 보존되었고 가가네 집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여 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쉴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가네 집과 아파트 단지가 함께 사는 방향으로 타협되었다.

그 집에 가보고 싶다. 가가네 집에 가보고 싶다. 곳곳에 깃든 가신들을 볼수는 없겠지만 느껴볼수 있다면 좋겠다.

딸아이에게는 그저 가가네 특별한 집이 문화재가 되어 다행이란 생각만 남았겠지만 나에겐 추억을 들춰내 주었고, 또 먼 미래에 아담하고 따스한 한옥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더 간절하게 해준 책이었다.

<가가의 아주 특별한 집>은 나에게 특별한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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