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향한 모험! 천선란 『이끼숲』

이끼숲 ㅣ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뼈의 기록'을 읽고 천선란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소설을 통해 미래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천선란 연작소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또다른 경험을 더하고 싶었다. '바다눈', '우주늪', '이끼숲' 세 단편소설은 각각의 이야기로 하나의 장편소설을 만들어낸다.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작가의 글처럼 마지막은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로 종착된다.

SF라는 장르소설의 옷을 입고, '이끼숲'에서도 인간 깊숙히 내면을 만지는 미래에도 변치 않는 따뜻함이 있어 더 좋았다고 해야할까?

바다눈이라는 제목이 결론을 짐작하게 한다. "바다눈이라는 건, 커다란 바다 생물의 사체에서 나오는 배설물이나 미생물이 눈처럼 내려서 붙여진 이름이야. 죽음의 잔해라는 거지." ​

식물이 자랄수없는 환경과 지하세계에서 살아야만하는 미래, 철저한 인구계획에 의해 출산이 관리되고, 능력기반으로 직업에 배치되고, 지하세계 거주로 인한 우울증방지를 위해 약을 섭취하고...이런 세계가 앞으로 우리에게 당면할수 있다 생각하니, 미래가 더 쓸쓸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쓸쓸하고 삭막할듯한 미래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하고, 결국은 인간이 있는한 시간, 공간을 막론하고 결국은 사랑이 있기에 살아갈수 있다는 불변의 진리가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은희와 마르코의 감정이 더 극대화되어 애틋하고, 안타깝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고...

우주숲은 출생인구를 관리하면서 인구까지 계획하는 미래!

출산후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어떻게해야할까?

있지만, 있어서도 않되고 없는 아이가 되어버린 아이!

신고된 '의주'라는 이름을 갖지못한 아이는 평생을 없는 아이로 숨죽여 살아가고있는 현실이 그려진다.

마지막 이끼숲이다.

작가의 말처럼 구하는 이야기다.

"만약 네 앞에 아몬드가 있어. 근데 이게 독이 있는 야생 아몬드인지 독이 없는 아몬드인지 몰라. 그럼 너는 어떡할 거야? 그 아몬드를 먹어볼 거야?"

미래 지하세계에서 지상을 나가는건 야생의 독이있는 아몬드인지 독이없는 아몬드인지, 모르는 아몬드를 먹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먹어보는것으로 택한다. 지상으로 나가고싶어 지상탐사대를 꿈꿔왔던 유오! 오로지 지상에서 자라는 식물의 뿌리를 경험할수 있다는 생각으로 건설회사에서 일하다가 죽음을 당한 유오~ 유오의 영혼은 담겨있지 않음에도 유오의 클론에게 마지막 소원과같은 지상을 보여주기위해 지하세계 탈출이 계획된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상의 세계. 무모한듯하지만 도전이 있어서, 모험이 있어서, 사랑이 있어서 더 깊게 다가온 이야기가 아닐까?

이끼의 생존은 신비로운 강인함이라기 보다 생태의 흐름에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고 치사하게 빌붙어 사는 느낌이 든다. 마치 나처럼.

이끼가 아니기에 살아가는 시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대결한 주인공들 사이에 사랑이 있어서 더 따뜻하게 젖어든다.

배려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친구가 되고 싶어

배려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친구가 되고 싶어 - 동의하고, 거절하고, 존중하는 친구 관계 말하기 ㅣ 파스텔 읽기책 3
김시윤 지음, 뜬금 그림 / 파스텔하우스 / 2023년 4월

원하는 걸 친구를 배려하면서도 당당히 말하는것. 찬이에게도 나에게도 필요한게 아닐까?

나에게도 아직은 내의견을 전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혼자 힘들어 하는때가 있는 관계에 있어 가장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찬이에게 읽어주려는 책이었지만, 필요에 의해 내가 먼저 책장을 펼쳐본다.

성인이 되어서도 어려운 배려하면서 할말하기! ​

파스텔초등학교 친구들을 통해 배려하면서도 당당하게 친구와 말하는 48가지의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드는법을 배우게 된다.

✔️ 서로가 편하고 안전하게 경계선 지키기

✔️ 친구 마음을 배려하는 동의하기

✔️ 내 마음을 존중하는 거절하기

세월호 9주기 추모그림책, 응시

응시
김휘훈 지음 / 필무렵 / 2023년 4월

2014년 4월 16일,

그날 진도 맹골수도에서 있던 일로부터 

얼마나 지난 오늘일까요.

세월호를 저는 아주 멀리서 바라보아왔어요.

눈을 질끔 감아버리기도 했지요.

그러나 없던 것처럼,

감출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진실이었어요.

그 진실은 누군가 눈빛으로 밝혀주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그 깊은 어둠에서 나오지 못한 빛들을 기억하며

묵직한 그림책을 만났다. 

『응시』라는 제목조차, '눈길을 모아 한 곳을 똑바로 바라봄' 라는 사전적의미를 찾아보게 하며 정의를 위한 응시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표지는 배의 동그란창을 통해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깊은 심연의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어두운 표지와 더 어두운 창속의 사람들. 표지는 제목마저 허락하지 않는 어둠을 나타낸듯하다. 창을 통해 창밖을 응시하는 시선이 더 애처롭게 다가온다. 

거기있었구나.

한참을 찾았어.

빛 한 줄기 안 드는 곳에 누가 온다는 말이니.

아무도 안와.

어둠이 드리워진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며 내뱉는 거북이의 말이 그동안 잊고 지낸 그날의 아픔을 다시한번 기억하도록 한다. 아무도 안온다는 짧은 문장에 나역시 9년이라는 시간을 망각한채 살았기에 그날의 기억에 멈춰 살아가는 가족들의 아픔을 만져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담겼다.

내 기억속에서 서서히 잊혀져가는, 심해의 어둠속에 내기억조차 어두워졌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미안해진다. 

어쩌면 이런 미안함과 죄책감에 세월호를 잊지말라고, 기억하라고 거북이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게 아닐까? 

아이의 옷에 적힌 Lumen

작가님이 표현하고 했던 단어다.

빛이 반사되서 사물을 인지한다는 과학용어가 아니라, 눈에서 빛이 흘러나와 신물의 본질을 본다는 철학적의미로 사용했다고 한다. 

4월16일.

깊은 어둠속에 가라앉은 세월호.

세월호를 향한 응시만이 우리가 향해야하는 빛이 아닐까? 

그림책이지만, 두고두고 꺼내어 기억해야할 세월호 이야기를 묵직하게 담아낸 결코 가볍지 않은책이다.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에세이 - 자기소개서부터 논술까지 생각의 중심을 잡아주는 글쓰기 교실 ㅣ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장선화 지음 / 해냄 / 2023년 1월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에세이/해냄/장선화/북클럽지구​

디지털시대에 문해력이슈까지, 책읽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기이다. 청소년시기라면 초등학교시기를 지나 사고의 범위를 확장시키며, 깊이있는 생각을 정리하는 힘을 키우는 최적의 시기라 할수 있다. 하지만 눈앞의 시험과 성적, 대학입시라는 장벽앞에서 독서와 글쓰기가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리더가 갖춰야할 능력으로 설득과 수용 그리고 비판적인 사고를 꼽고 있습니다. 리더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입니다. 특히 한 집단 내에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수렴하기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죠.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의견은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미래의 리더를 키우는 대학에서 글쓰기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14p​

작가는 성장하는 사람을 위한 중요한 기본기가 글쓰기라고 이야기한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을 정리하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결국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서 의사소통능력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글쓰기에 대해 실용서와 같은 방법적인 부분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이야기해주고 싶었던게 아닐까싶다.

단순히 '쓴다'라는 단어하나에 두려움을 가지고 쉽게 덤벼들지 못하는 10대를 위한 처방전이랄까?

✔️왜 글을 써야할까?

✔️글을 쓰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실전 글쓰기 : 어떻게 쓸까?

✔️종류별 글쓰기 : 오늘은 글 쓰는 날​

오늘은 글쓰는 날에 담겨있는 종류별글쓰기에 담겨있는 '서평'에 대한 글은 지금 나에게도 많이 도움이 되었다.

서평(書評)의 한자 뜻풀이를 해보자면 '책을 평가한다'는 의미가 있다. 즉, 책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책을 해석하고 평가해서 상대를 설득할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공식적인 글이라고 한다. 그런면에서 내가 서평으로 칭하며 작성했던 글들은 독후감(讀後感)에 더 가깝지 않았을까?

서평을 쓰면 책을 읽는 과정에서의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겨 지혜로 발효시키는 역할, 즉 공부머리를 틔우게 되며, 지식영역을 확장시키면서 책의 장단점을 익히며 지식퍼즐을 맞추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의 주장과 자신의 생각을 결합하며 새로움, 즉 생각의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책을 내것으로 만들기위한 방법중의 하나가 서평이듯,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가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글쓰기'를 시작해야할듯 하다.

글쓰기는 한번 배우고 익히면 그만인 기술이 아닙니다.

배움을 갈무리하며 스스로 깨우치는 과정이자

자신만의 가치관을 키워주는 실천입니다.

홀가분/정혜신, 이명수/해냄/북클럽지구

홀가분 - 정혜신·이명수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22년 12월

부부가 같은 방향을 가지고, 서로 지지한다는것! 그것만큼 부러운관계가 있을까싶다.

이런마음 역시 심리처방을 받아야하는건 아닐지...

출근길에 나누는 사유의 성찬이라고 칭하며, 정혜신, 이명수 두분이 나눈 결과물을 <홀가분>이라는 책에 담았다.

홀가분이라는 그 의미만으로도 이책의 글들 하나하나가 가볍고, 편안한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준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듯하다.

이책에는 다섯가지 처방전이 나와있다. 그 처방전만으로도 힘을 얻는기분이랄까? 조건없이 이유없이 그래도, 나를 더 사랑하고, 아프고 힘들수록 토닥토닥 다독다독 내 마음을 쓰다듬고 보듬고, 나의 결대로 나의 호흡대로 언제나 당신이 옳다고 이야기한다.

행복한 마주보기, 건강한 거리두기로 때로는 서로 어깨를 맞대고, 가장뒤늦게 가장아프게 배우는깨달음이긴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나라고..

이 다섯가지 처방을 통해 나를 다시한번 만나고 싶다.

내마음을 마주하고, 쓰다듬어주고 싶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인정하고 존경하는 짝꿍의 제 마음속 이름은 '느티나무'입니다. 시인 이원규가 속도라는 시에서 노래한 바로 그 느티나무입니다. 이원규 시인의 상상은 이렇게 펼쳐집니다.

......

생각한다 왜 백 미터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

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 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이다

그는 시 속의 느티나무와 꼭 닮았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 느티나무는 자신이 슬슬뿌리를 내리고 있는 줄 잘 모릅니다. 혹시 잔뿌리조차 내리지 못한 채 고사(枯死)하고 있는 게 아닐까, 늘 스스로를 의심합니다.

저는 그때마다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불안해하는 아이의 등을 쓰다듬듯 그를 다독입니다. 골인 지점을 아예 지워버릴 수 있을 만큼 특별한 힘을 가진 자신의 '존재감'을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주변에 출발선 주위에서만 어슬렁거리는 것처럼 보여 답답한 이가 있다면, 그가 혹시 느티나무일지도 모릅니다. 자기 몸에 배인 속도의 잣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느티나무의 푸른 그림자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큰 바위 얼굴에 등장하는 소년처럼 당신이 바로 그 느티나무일지도 모르지요.253~254p 느티나무는 슬슬 뿌리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