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학사 한길크세주 18
안느 에노 지음, 박인철 옮김 / 한길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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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학문들이 모두 그렇듯이 언어학 역시 연구 대상인 언어의 변화무쌍함 때문에 學으로서 자리 매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분석 대상의 모호함은 언어학에서의 연구를 언어의 변천에 관한 통사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러다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의 등장으로 언어학은 정밀과학의 분과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소쉬르는 언어를 본질적이고 사회적인 랑그와 언어행위 등과 같은 상대적인 빠롤로 구분하고, 언어학에서 랑그를 분석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언어학의 접근법은 통시적인 관점에서 공시적인 관점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소쉬르가 언어의 '형식'에 초점을 둔 반면, 옐름슬레우는 언어의 '실질' 초점을 둔다. 그의 ...'글로세마티크'의 경우 내용의 조직을 묻는 것은 A. 지각(옐름슬레우에 따르면 '의미'. 당연한 일이지만 지각 속에는 내면의 시선, 직관이 포함된다)과 B. 의미의 호출(옐름슬레우에 따르면 '내용 실질'), 그리고 C. 범주화하는 활동(옐름슬레우에 따르면 '내용 형식'을 구성하는 것)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묻는 것과 직결되는데, 이 이론은 엄밀히 말해서 언어의 유일한 활동이라 할 수 있느 B와 C만을 고려한다.(p.105) A는 connotation, B는 denotation, C는 형식에 해당된다고도 볼 수 있을 듯 하다.

  이러한 관점은 러시아에서 '형식주의'로 나타난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에게 언어는 여러 직무들을 수행할 수 있는 여러 직무들을 수행할 수 있기에 적합한 일종의 도구, "매번 특별한 목표를 향해 지향된 인간의 활동"으로 나타난다. 언어란 하나의 목표에 적합한 수단들의 체계이므로 언어현상들을 연구하려면 언어현상들이 갖가지 담화를 통해 수행하는 기능들에 따라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p.125) 이러한 관점은 쉬클로프스키에 의해 '낯설게 하기'와 같은 시의 기법에 관한 연구와 프로프 『민담형태론』과 같은 구조주의적인 분석으로 나타났다.   

  '로만 야콥슨'을 중심으로 결성된 '프라하 학파'는 형식주의에서 나아가 '구조'라는 개념을 설정한다. 여기서 '구조'란 역동적으로 조직되고 있는 그대로 지각되는 전체를 의미하며, 한 편의 작품을 구성하는 특성들은 이 작품의 원소들의 특성들을 단순히 더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에서 비롯한다는 생각을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주어진 언어에서 의미적이거나 문법적인 차별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음성대립을 '관여적 자질'로 설명하였고, 이것을 언어학 연구의 대상으로 보았다.

  '파리학파'의 '그레마스'는 소쉬르와 옐름슬레우의 이론을 더욱 확장시킨다. 그는 『구조의미론』에서 프라하학파의 음운론과 마찬가지로 갖가지 범주적 대립을 다루고 있는 의미의 기본구조(의미소)와 프로프의 형태론을 환원시키고 구조화한 데에서 비롯한 '행동자 모델'과 '변형 모델'에 대해 설명한다.(p.155) 결과적으로 언어학은 기호언어학으로, 기호언어학은 기호학으로 변모 되었으며, 이는 분석 대상의 확장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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