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설탕 문학과지성 시인선 314
이승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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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와 냉담의 극치. 타락해버린 허연 같다.
증오의 시인이라고 한다. 타인은 타인일 뿐이라고 한다.
나는 타자가 아니고 타자도 내가 아니지만, 그러한 명제에서 냉정만이 길어올려질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나고 타인은 타인이기에, 도달할 수 없는 미지에서 뿜어져나오는 열정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일까? 사회는 결국 불가능하고 우리는 소돔-고모라-고담-씬시티-서울에 살지라도, 세상에 던질 수 있는 건 비정의 폭발물만이 아니진 않은가? 나는 내가 아닌 타인으로서의 타인을 믿는다. 완벽한 타인들로만 구성되는 그물코의 그림자 아래 드리운 꽃밭을 믿는다. 인간이 꽃보다 아름답진 않을지라도, 시인의 말마따나 꽃보다 강한 냄새를 풍긴다. 그 냄새가 독한지 향기로운지 우리는 맡아봐야 아는 것이며 나는 그 향기로움을 믿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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