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치명적인 검은 유혹 - 낭만적인 바리스타 K씨가 들려주는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스민 커피 이야기
김용범 지음, 김윤아 그림 / 채륜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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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는 내가 이 책을 보고 달라졌는가? 아니다. 난 그대로 커피를 즐기진 않는다.

하지만 이 책 커피, 치명적인 검은 유혹에 깊이 빠져있음은 느낀다.

 

... 카푸치노며 에스프레소며 터키 커피 같은 단어들은 궁핍하고 모든 것이 결핍되어 있던 시대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부럽고 생경한 것이었을까? 오히려 우리가 즐기는 커피들은 전혜린, 그녀가 가슴으로 느꼈던 예술과 문화의 향기가 사라진 그저 쓰디쓴 음료일 뿐일지 모른다. 인생과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나누는 예술과 문화적 담론은 사라져 버리고, 외부 세상과의 단절이 두려워 커피를 마신다는 것을 빌미로 와이파이 존에 몰려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하잘것없는 문자 메시지나 날리며 스마트폰에서 한순간도 눈길을 떼지 못한 채 불안하게 기계를 들여다보는, 자신이 외부와 단절되는 것을 단 한 순간도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간.

그러나 그 커피에는 한국전쟁 중 피난지 부산에서 전혜린이 꿈꾸었던, 절망과 궁핍 속에서 찾은 영혼의 안식과 같은 어떤 절실함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동안 누릴 수 있었던 잠시 동안의 문화적 허영도 사치도 없다. 뿐만 아니라 그가 명동 시절 다방에서 논하던 시와 연극, 예술과 철학의 담론도 없다...

 

라며 작가가 말하는 아쉬움을 이 책 작은 부분 속에, 또한 이 책 전체를 통해 해소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책의 챕터마다 등장하는 워밍업‘Art Recipe’는 꼭 그렇게 하고 싶은 강한 열망을 주면서도, 실제론 그리 하진 않았지만 정말 그렇게 한 마냥 내 기억의 한 켠으로 자리 잡게 되는 마술을 부린다.

 

- 내가 제안하는 이 책 읽는 방법 -

이 책을 너무 빨리 읽어나가지 말기...

    (대신 한 챕터 한 챕터를 충분히 음미할 것)

차례를 보고 중간 중간 골라 읽지 말기...

    (서서히 젖어 들다가 예상치 못한 선물들을 잔뜩 받기 위해서 하지만 맨 처음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고 칭얼대진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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