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스퀘어 을유세계문학전집 21
헨리 제임스 지음, 유명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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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꼬기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아주 쓸모가 많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필요한 자질은 아닌지라, 내가 비꼬는 투를 얼마나 우아하게 버리는지 즉각 보여주마."

잘생기고 폭군 같은 아들이 있다면 그녀는 아주 행복했으리라.

"전혀 위로가 안 되시네요. 캐서린에게도 이런 식이라면 고모님은 별 도움이 안 되겠어요. 빌어먹게도 불유쾌한 숙제인데— 좀 쉽게 만들어 주세요."

캐서린의 고모에게 격렬한 적개심을 느끼게 된 그는 그녀가 그를 이런 곤경에 빠뜨렸으니 인류애적 차원에서라도 그를 빼내 주어야 한다고 중얼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이것이 대단한 일격이 되었어야 하는데 불발이었다.

"사려 깊지 못하네요. 날 윽박질러서는 안 돼요."

이런 식으로 거짓말함으로써 그녀는 잘못을 저지를 때뿐 아니라 예기치 못한 불행을 당해도 도덕성이 훼손된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그럼 그놈이 집행을 유예해 달라고 청했다고 할까? 좋으신 대로!"
"딸의 순정이 농락당해서 아주 기쁘신 모양이에요."
"그렇단다." 의사가 말했다. "내가 그렇게 예언을 했으니까! 내가 옳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건 큰 기쁨이지!"

캐서린의 관점에서 보면 그녀의 삶에서 주요한 사실들은 모리스 타운젠드가 그녀의 애정을 가지고 놀았고, 아버지가 그 근원을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어떤 것도 이 사실들을 바꿔 놓을 수 없었다. 그것들은 그녀의 이름, 나이, 평범한 얼굴처럼 언제나 거기 있었다.

과거의 심연이 갑자기 열려 유령과 같은 형상이 나타났다. 극복했다고 믿은 어떤 것들, 묻어 버렸다고 생각한 느낌들에 아직도 생명력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모리스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캐서린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 상황을 즐겨서는 아니었다. 그녀 자신이 잘 당황하는 성격이라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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