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미 작가님의 귀신 얘기를 좋아합니다. 작가님의 현대물은 처음 접해 보는데, 이 이야기 또한 재미가 있고 참 좋았습니다. 각각의 여주와 남주가 가진 상실의 질감과 무게는 다르지만, 같은 성향의 사건을 경험한 두 사람의 감정의 교류가 참 '반듯'해서 좋았습니다. 침잠될 수 있는 마음을 꾸준히 끌어 올려 버리는 여주의 본성이 남주에게는 따뜻한 햇살이 되어 버리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잔잔한 이야기 속에도 심장을 빠르게 뛰게하는 쫄깃함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오리든 백조든 모든 이의 연애담은 그런 스릴도 있어야 재밌잖아요.
풋풋한 학창시절의 이야기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그 시절이 재미 없는 티키타카로 유치하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난 학창시절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지혜님의 이번 작품, 오늘의 구재는 현재 이야기 보다 어렸던 학창시절의 것이 왜 그리 재미가 나는지. 누나 백화의 카리스마도 좋았고, 환경 때문에 자연스럽게 단단해진 구재의 성격과, 거기에 곁들인 백화의 남동생 이야기도 함께 좋았다. 단편이라 그런지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나 행동이 참 담백하게 표현되었다. 그 중에 구재의 심리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못한 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세상의 모든 구재들이 백화의 가족같은 따뜻하고 쾌활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