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제 스스로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속성까지 있다.(20)
우리는 무엇엔가에 의지해서 이 강물을 건너야 해.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이 여러분을 태워 실어나르는 게 아니라 반대로 여러분이 그것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62)
걷는 일은 스쳐간 생각을 불러오고 지금 존재하고 있는것들을 바라보게 했다. 두 발로 땅을 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86)
내 작은 주머니에 꾸물거리는 생명이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어. 온 세상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았어. 그때의 그 기쁨만큼.(155)
한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을 하나씩 통과해나가는 일인지도 모른다.(210)
작별이란 그렇게 손을 내밀지 못한 존재에게 손을 내밀게 하는 것인지도. 충분히 마음을 나누지 못한 존재에게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인지도.(244)
그러나 그동안 내가 나라고 믿었던 것,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 먼지요 실체 없는 바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은 내장을 갉아먹히는 듯한 쓰디쓴 괴로움을 안겨준다.(248)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