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ㅣ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먼저 이 책은 표지부터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어릴 때 좋아했던 동화책에서는 이쁘고 착한 공주와 잘생기고 용감한 왕자가 그려진 표지가 나를 설레게 했다. 왕자와 경주 중에 흑인이 그려진 책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환상적이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가득한 '티 드래곤 클럽'을 만난 이후로 케이티 오닐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두 번째로 만난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의 표지는 진한 갈색의 피부에 영화 라스트 모히칸에 나오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같은 검은 머리를 하고서는 왕자들이나 입을 법한 옷을 입고 검을 들고 있는 공주가 있다. 옆에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랑스러운 공주가 인형을 안고 팔짱을 끼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주님들 도움으로 구출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요! 15쪽

거인을 피해 나무에 매달려있는 왕자를 구해주려는 공주들에게 멍청한 왕자가 지껄이는 소리이다. 스스로를 구제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공주들의 도움은 받기 싫다 이거네... 왜냐하면 나는 왕자고 너희는 공주니까.

당신은 왜 그렇게 용감해지려는 데 집착하죠? 당신한테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냥 편하게 살면 되잖아요!  28쪽

그래!! 우리가 지금까지 공주에게 기대한 모습은 착하고 이쁘지만 나약해서 왕자가 구해주러 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거였지. 이렇게 여기저기 설치고 다니는 모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네 말만 듣고 스스로를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39쪽

어릴 때부터 읽어 온 동화책들은 정해진 틀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지만 나를 설레고 흥분되게 만들었다. 항상 닫힌 결말의 해피엔딩을 기대하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바뀌지 않는 고정관념으로 남아서 성소수자나 페미니즘에 관련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알려는 노력조차 많이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남의 일처럼 치부해버린 거겠지만...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는 어린이 동화책처럼 생겼으니 후딱 읽어버리고 그냥 한번 웃어넘긴다면 한없이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생김새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되새겨본다면 생각거리가 끝도 없이 넘쳐나는 책이다. 편견을 버리고 그들을 바라본다면 좀 더 다양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터의 문장

마케터의 문장 - 글쓰기 스킬로 연수입 10배 올린 어느 현직 마케터의 실전 테크닉 33
가나가와 아키노리 지음, 김경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2월

책은 내 친구다. 친구들 중에 가장 가까이 있어서 언제나 손만 뻗으면 만날 수 있다. 책을 읽지 않거나 못 읽는 날에는 일상이 흩트려져버려 엉망진창이 된다.

주야장천 그냥 책만 읽다가 2017년부터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소개받아 읽고 싶은 마음에 서평 활동을 시작하면서 블로그도 만들었다. 작가 편독이 심했던 독서생활을 반성함과 동시에 책의 리뷰를 위해 글이란 것도 쓰게 되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책에서 받은 느낌들이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사람들은 쉽게 쉽게 술술 읽히게 글을 잘 쓴 거 같아서 자괴감도 들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부담감으로 나를 짓눌렀고 서평 신청도 줄이게 되었다. 그러다 마음을 고쳐먹고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조금 내려놓고 일단 목표를 분량 채우는 것에 집중해서 자주 글을 써보자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다. 자주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들 테고 글쓰기가 일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미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는 이 책에서 자기만족을 위한 글쓰기가 아닌 마케팅 관점의 글쓰기를 얘기한다. 45쪽

나는 마케터가 아니지만 글을 잘 쓰고 싶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만이라도 떨쳐내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글쓰기 스킬이나 특강과 관련된 책들은 모두 나의 관심 영역 안에 있다.

좋은 문장은 상대가 읽고 싶은 문장이다. 195쪽

유튜브 썸네일이나 동네 슈퍼 전단지든 남들이 읽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면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해서 어려운 글을 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마케터의 글이든 내 글이든 남들이 읽을 때 편안하게 잘 읽히고 좋은 인상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특히 어떤 문장을 읽고 자신의 감정에 변화가 생겼다면 그것은 큰 기회이다. 251쪽

한비야 작가님의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고 구호단체를 알게 되었고 후원도 하고 있으니 한비야 작가님은 마케터의 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를 준비하는 신랑이나 그냥 글 좀 잘 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진 나,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을 좋아한다면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분명 있을 것이고 당연히 글을 멋들어지게 진심이 담긴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작가님의 말처럼 글쓰기가 수입으로도 연결되기를 원하다면 현직 마케터의 실전 테크닉을 다룬 마케터의 문장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cm 다이빙

1cm 다이빙 -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나는 행복을 찾아, 일센치 다이빙
태수.문정 지음 / FIKA(피카) / 2020년 1월

1호 태수는 올해 서른이고 10년의 연애 후 결혼을 4개월 앞두고 있으며 퇴사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 '1cm 다이빙'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호 문정은 스물여섯이고 2년 전 퇴사를 하고 계속 우울한 감정 때문에 집에서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여기서 더 나빠질 것도 없다는 생각에 2019년 8월 9일 일상에 타격 없을 만큼 작은 행복을 위해서 이불을 걷어찼다.

3호는 바로 '나!' 이 책을 펼쳤다는 이유 하나로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세 번째 참가자가 되었다.

25개의 질문들에 1호와 2호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마음 내키는 대로 나의 생각들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안 적어도 그만이다. 평소에는 생각 못 했던 질문이지만 1호와 2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난 일들도 떠오르고 나도 모르게 추억에 젖어들게 된다. 3호라는 설정을 넘어선 그들과 같이 수다 떨면서 '나도! 나도!! 그런데...'하고 싶어지는 욕구가 막 샘솟는다.

인상 깊은 질문 3개로는 스마트폰보다 재미있는 거 있어요? 제가 영화 추천해도 되나요? 소확행은 너무 커서 최소확행.

무한도전 토토가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 그 시절 음악을 들으면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37쪽

지금도 여전히 티브이를 틀면 무한도전 재방송부터 찾고 보는 나! 요즘 핫한 프로그램은 잘 몰라서 대화가 안되지만 무한도전은 보고 또 보아도 같은 포인트에서 항상 웃음이 터지는데 토토가 편을 보면 신나는 음악을 듣고 있는데도 눈물이 난다.

만약에 쟤 병원 안 데려줘서 잘못되면 나 앞으로 배달음식 시켜 먹을 때마다 생각날 것 같아. 92쪽

큰 아들이 초등학생 때 아파트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유기견을 동물 병원에 데려갔지만 결국 죽고 말았다. 그때 나는 너무 무서워서 병원도 같이 가주지 못했고 죽은 개를 병원에서 데려와 묻어줄 때도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 다친 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무서워서 어린 아들 옆에 같이 있어 주지 못한 내가 부끄럽고 한심해서 어딘가로 숨고 싶어진다.

요즘은 아내와 함께 수영을 배우고 있다. 당연히 같이 배우는 사람 중에 가장 떨어지는 축에 속한다. 110쪽

20대 초반에 처음 수영을 배웠는데 같은 반의 50대 아줌마보다 더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다이빙 빼고는 다 잘하게 되었다. 그래서 '1cm 다이빙' 이 책은 딱 나를 위한 책인 것 같다^^ 우울한 2명의 틈 사이에서 같이 우울해지지 않고 수다 떨듯이 책장을 넘기는 3호의 임무를 완성했으니 말이다!!!

카카오프렌즈 러브

카카오프렌즈 러브 2 - 언제나 함께 있고 싶어 ㅣ 카카오프렌즈 러브 2
오쭈 지음, 흑부 그림 / 대원앤북 / 2020년 1월

스마트폰이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면서 카카오프렌즈는 나에게 사랑스럽고 친숙한 캐릭터가 되었다. 이모티콘으로 만나기도 하고 우산이나 파우치, 노트 등등 그들이 없는 곳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다. 그러다가 드디어 책으로도 만나게 된 카카오프렌즈~ 카카오프렌즈가 취직했다? 오피스 편으로 처음 만나서 카카오프렌즈가 사랑에 빠진다면? 러브 편 언제나 함께 있고 싶어로 다시 만나게 된 카카오프렌즈. 그들은 여전히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고 반가웠다.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며 따듯하고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 프로도와 연애 중인 네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의 튜브를 응원하면서 항상 정성 들인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믿음직스러운 우리의 라이언, 낙천주의자인 무지를 만나 새로운 모습의 자신을 만나게 된 콘, 사랑스러운 엉덩이와 넘치는 애교를 가진 어피치를 만나서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제이지는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나는 멋지고 특별한 것보다 우리가 같이 있던 순간에 의미를 둔 사진이 좋아. 141쪽

젊었을 때의 나는 어떤 일에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해보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면서 혼자서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즐거움에 큰 가치를 두고 살았던 것 같다. 혼자서 여행을 다녀오고 공연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뭔가를 했다는 행위 그 자체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누구랑 했냐가 더 특별해진 생활이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했겠지만 나는 언제든지 혼자서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 이제는 누구랑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해진 것 같다.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랑 무언가를 함께하는...

난 혼자만의 땅굴을 파고 있었어. 148쪽

예전의 나는 혼자서 땅굴을 파고 파다가 스스로 지쳐서 기어 나왔다면 지금은 의지하는 가까운 사람에게 "나 좀 여기서 꺼내줘"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럴 때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보물같이 소중하고 같이 먹었던 음식은 그저 배부르게 잘 먹었음을 넘어선 힐링 같은 식사가 된다. 카카오프렌즈들의 짧지만 의미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서 요즘의 나를 돌아보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구해줘 카카오프렌즈 한국사 1권

구해줘 카카오프렌즈 한국사 1 - 큰★별쌤 최태성과 떠나는 초등한국사 대탐험 ㅣ 구해줘 카카오프렌즈 한국사 1
최태성.조윤호 지음, 도니패밀리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8월

큰별쌤 최태성과 떠나는 한국사 대탐험은 겨울 방학 중인 아들이랑 같이 읽게 되었다.

카카오프렌즈는 좋아하는 역사 쏙 인물 노래 발표 준비를 위해 한국사 책을 찾으러 도서관에 가게 된다. 도서관 사서 선생님인 쪼리쌤이 오래된 책들만 모아 놓은 비밀의 방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경고를 했지만 제이지랑 힙합 음악을 들으며 딴짓을 한 라이언이 모르고 그만 들어가게 되는데... 라이언을 구하려다 책 속에 갇히게 된 큰별쌤을 꺼내기 위해서는 카카오프렌즈가 한국사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에 있는 탈출 문예 도착하면 큰별쌤이 책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카카오프렌즈가 책을 읽다가 궁금증이 생기면 큰별쌤은 책의 다음 페이지로 이동할 수가 없게 된다. 한국사 무식자인 카카오프렌즈를 위해서 구석기인이 책 속에서 돌PS를 던져준다. 큰별쌤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큰별쌤을 20번까지만 책에서 소환해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신기한 물건이다.

선사, 고대, 고려, 조선 4단원으로 이루어진 책은 선사에서는 돌멩이, 밑이 뾰족한 그릇, 청동 거울, 사람으로 변신 한 곰을 다루고 있으며, 고대에서는 알에서 태어난 사람, 한강을 두고 다툰 삼국, 무덤 속의 보물, 신라의 삼국 통일, 발해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 고려에서는 결혼을 많이 한 왕건, 말만 해서 땅을 얻은 서희, 고려의 강화도 수도 이전, 고려 왕의 이름에 충이 붙은 이유, 몽골의 침입에 팔만대장경을 만들게 된 이유를 조선에서는 이성계의 위화도회군, 흥인지문, 조선 시대의 학교,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 법전을 통한 조선 백성들의 생활상, 이순신의 거북선에 대해서 배울 수가 있다.

각 단원이 끝나면 단원평가처럼 '저요! 저요! 풀어봐요' 코너에서 문제도 풀고 책에 첨부되어 있는 귀엽고 앙증맞은 카카오프렌즈 스티커도 붙일 수 있다.

카카오프렌즈가 짚어주는 '끄적끄적 역사 노트'는 한눈에 쏙 들어와서 학습만화의 특성상 정리가 잘되지 않는 점을 보완해주어서 학생들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스마트폰  세대인 친구들을 위해서 한국사 단톡방에서는 사진이나 그림을 통한 부연 설명도 첨부되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아직도 학습만화의 정신없는 구성에 적응 못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좋아하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통해서 한국사의 전반적인 흐름보다는 평소에 궁금했던 단편적이고 어떻게 보면 엉뚱한 역사적인 일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