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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강의
서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08년 1월
평점 :
아침마다 이 책 주역강의를 읽는다,
하루에 한 개 장씩, 그러면 64일이 걸린다. 이제 6번을 읽었다. 평생 백 번을 읽을 계획이다. 처음 읽을 적에는 너무 기뻤다. 이 난해한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그리고 뭔가 깨달음이 오는 듯 해서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두 번째부터는, 놀부심보로 소위 말하는 비판적 읽기를 시작했다. 이 건 이래서 해석이 이상하고, 저래서 수준이 낮은 듯 하고, 그래서 다른 주역 책을 몇 권 더 샀다. 이 책 저 책 사다보니 10권 가까이 샀다. 1년 동안은 이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 책들만 읽었다. 책 이름은 묻지 마시라. 알라딘 주역 검색하면 나오는 그 책들이다. 알음알음으로 소개받은 책들도 있다.
결론은? 아직 결론을 묻지 마시라. 내 공부가 너무 형편없다. 그리고 내가 깨닫고 그 깨달음으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자 주역을 읽고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내 삶이 너무 힘들고 힘들어 이 책을 선택했고, 그리고 요즘은 무작정 이 책만 읽고 있다. 미래를 이야기하기에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기에는 내 수준이 너무 낮다. 나는 단지 이 책, 주역강의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 역할로 이 책은 너무 훌륭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원래 세상이 그렇다는 걸 느낀다. 세상은 원래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고 억울하고 형편 없는 곳이다. 주역에는 그런 이야기들만 한도 끝도 없이 되풀이 된다. 그리고 내 스스로 그게 세상이라는 걸 인정하고 나니, 세상살이 그래도 그 전보다는 한결 편안해졌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서 지나치게 분노하고 열받고, 그리고는 내 스스로를 자해하는 짓은 그만두게 되었다. 아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많이 줄어들었다. ^^ 노력 중일 뿐이다.
그리고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세상은 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나름의 법칙을 가지고 있는 꽤 정교한 기계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 기계에서 한 역할을 맡고 있는 나, 혹은 다른 누군가의 다음 스텝이 곧잘 예상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점치는 책이라고 오해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한 백번 정도 읽고 나면, 좀 고상하게 컨설턴트라는 이름을 달고 제법 폼 잡고 살 수 있겠다는 헛된 망상도 품게 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 책의 모든 말씀이 다 옳고, 서대원 선생님이 신적인 분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꼭 이 책이 아니라도 좋다. 다른 책이면 어떠랴? 하지만 다른 책은 아마도 읽기가 어려울게다. ^^ 같은 책을 한 다섯 번 읽고 나면, 오독도 하고 윤독도 하고 망독도 하면서, 자기만의 독법으로 새롭게 읽게 된다.
이 책 정말 좋다. 미래가 보여서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이렇다는 걸 너무나 잘 보여주니까,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보이니까, 그 다음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하나에 대한 여러 통찰력을 주니까 - 늘 주는 건 아니다, 오해마시라.
어제 다른 책을 읽다 보니까
피터 드러커 선생님이
"유일한 성공방법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변화를 이해, 그 시간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라고 하셨다고 한다.
이제 주역강의를 읽게 되면 '이미 시작된 변화가 이해되고,
그 시간 차를 이용해'서 내 행동을 결정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도 좋다.
다시 한 번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