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1
리처드 턱 지음, 조무원 옮김 / 교유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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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홉스의 생애와 당대의 정치적 지형, 과학적 발견으로 인한 인식 변화 등등을 총체적으로 다룬다. 유명한 저작 <리바이어던>에 대해서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젊어서는 누구의 영향을 받아 이러한 주장을 견지했는데, 그것이 후기에는 저렇게 변화했다'는 식으로 홉스 철학을 통시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대의 시대상과 철학 트렌드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고 그 안에서 홉스의 위상을 파고 들어간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실이지만, 홉스가 자신만의 정치철학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 책은 초기에 홉스의 세계에 대한 인식론에 큰 영향을 미친 근대 과학지식의 역할을 강조한다. 늘 정치체계에 대한 논의만 들어와서 홉스 철학의 시작점도 당연히 정치적 논의일 줄 알았던지라 굉장히 신선했다. 정치철학을 기대하고 책을 펼쳤기에 처음에는 다소 뜬구름 잡는 기분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이 인식이 어떻게 최종적으로 <리바이어던>이라는 절대국가 개념이 등장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분석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적 세계와 데카르트적 세계관 사이에서 홉스는 극단에 이른 상대주의자다. 그런데 그 결과 나온 것이 개인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정치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절대권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모순을 설명하는 저자의 분석이나, 권말에 실린 번역자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나중에야 느꼈지만, 번역자의 말을 먼저 읽고 들어갈 것을 그랬다는 생각도 했다. 번역자가 책 전체 내용을 잘 요약해주고 있어서, 읽으면서 어려웠거나 맥락이 파악되지 않았던 부분이 잘 정리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홉스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나, 우리가 흔히 아는 그의 정치적 명제에 대해 미흡하게 알고 있었던 사실을 바로 잡을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홉스가 주장한, 사회계약에 기초한 절대권력은 의외로 소극적인, 경제적으로 따지면 야경국가상에 가까운 권력만을 가진다는 점은 또 놀랍다.


이 책을 읽기 전 홉스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배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표현만 아는 수준이었다. 보통 정치 철학 이야기를 할 때나 한번씩 등장하는 이름이라, 아주 낯설진 않지만 그렇다고 친숙하지도 않은 철학자/혹은 정치학자였다. 그래서 입문서를 본다는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펼치고 나서 놀란 점은 가벼운 인트로덕션이라기보다는 (옥스퍼드의 very short introduction을 옮긴 책이니), 내 예상보다도 더 아카데믹한 입문서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볍게 펼쳤던 처음과 달리 결국은 형광펜과 연필의 도움을 받아가며 겨우 완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 것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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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불일치 문제에 대한 전통적인 도덕주의자들의 해답은 조만간 모든 사람들이 도덕적 사실들을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알게 되리라고 희망하는 것이었던 반면, 홉스는 당연하게도 이런 종류의 경건한 믿음에 의지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합의에 이르는 길은 정치를 통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이야말로 정치 이론에 대한 홉스의 가장 독특한 기여임에 분명하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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