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의 문제 - 지구온난화 정책 비교
윌리엄 노드하우스 지음, 한정훈 옮김, 박호정 감수 / 교유서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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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가져올 위기에 대한 대안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여 살펴보고 "저비용 고효율" 기후변화 방지책을 찾는 책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각각의 변수를 하나씩 정리하고 전체 변수를 합하여 모델링하여 보여준다.


수식이나 도표가 많아서 다소 딱딱하고 까다롭지만, 경제학자가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하는지를 알아보는 데 좋은 책이다. 이제까지 막연하게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경제학자라는 직업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야심찬 기후변화 방지 정책"이라고 표현하는 스턴 보고서나 앨 고어의 정책 같은 급진적인 기후변화 방지책들이 사실은 비용만 많이 들어갈 뿐, 탄소세 부과 정책에 비하면 효과가 크게 없다고 결론내린다. 직관에 다소 반하는 내용인지라 한참을 읽었는데, 결국 전 지구적인 온도 상승을 원천적으로 막기보다는 온도가 상승하는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이 있고, 탄소세처럼 직접적인 방법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경제 주체들이 추가적인 노력과 연구를 통해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리라고 예측한다.


특히 지금 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존의 친환경 사업 보조금 같은 정책은 오히려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는 점이 무척 날카로운 분석이었다. 보조금 정책을 시행할 경우, 사업이 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뿐, 정작 친환경 자체에는 큰 고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동감하는 바가 많아서, 정말 날카롭게 분석했구나 싶었다.


다만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모델링 자체가 2007년 모델로,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다소 오래된 과거처럼 느껴지는게 아쉽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해 논하는 대표적인 범정부적 정책은 트럼프가 탈퇴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바로 그 파리협정인데, 이 책은 파리 협정(2015)이 나오기 전에 쓰여졌다. 그래서 대체로 세계적 논의에 대해서는 교토 의정서의 무용함을 논하는 데 그친다. 또, 이미 2020년에 와 있는 독자 입장으로서는 다소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미래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경제학이나 수학에 큰 연은 없지만 기후변화와 지구시스템, 그리고 산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학자들이 어떤 전제로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해당 주제에 대해 분야를 망라해 총체적으로 정리해주는 느낌이다. 저자는 "타 학문 영역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데 죄송하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기후변화 논의는 대체로 도덕적 당위나 과학적 분석 결과 등에만 연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독자 입장으로서는 이 모든 영역을 경제학으로, 그것도 아주 단순한 숫자로 통합하여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명쾌했다.


개인적으로, 책 초반에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자연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을 어떻게 가정하고 모델링을 했는지, 각각의 전제를 짧게 설명해주는데, 이 조건을 먼저 읽는 것보다 중반 부분에서 표/그래프로 각각의 정책을 비교분석한 내용을 대략 눈으로 살피는 것이 좋은 듯하다. 순서대로 읽다보면 초반부분이 다소 지지부진하고 구구절절하게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어, 전체적인 그림을 살펴보고,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올 수 있었는지 거꾸로 읽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잘 설계된 정책이란 당장 발생하게 되는 현재의 경제적 비용과 그에 따라 발생하게 될 미래의 경제적, 생태적 편익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비용과 편익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가 이 책에서 다루려는 핵심 질문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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