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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민정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삼 년 전이었어. 우리가 침대를 사드렸잖아." "그래. 아직 새 거나 나름없겠네."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누다가 나는 문득 그렇다면 우리가 새 물건을 그만 사게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라는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내가 지금 사는 물건이 헌것이 되는 걸 내 눈으로 보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은 얼마나 나이가 들었을 때일까. 그때가 되면 더이상 새 물건을 사지 않고, 내가 가진 헌 물건들이 모두 나만큼 낡을 때까지 기다리는 일밖에 없는 것인가.
정영수, 더 인간적인 말 (149p)
작년에 이사를 하면서 부모님이 새 가전제품을 몇 장만하셨다. 튼튼한 가전제품의 경우 10년, 길면 20년을 사용하기도 하니 엄마가 최신형 세탁기를 사면서 이게 내 마지막 세탁기 일 수도 있는데 좋은 걸 사야지. 하셨다. 진담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농담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난 그저 슬펐다. 세탁기가 빨리 고장났으면 좋겠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그 대화가 떠올랐다. 누구나 이런 순간은 올 것이고, 그래서 난 새삼 이건 모두의 이야기겠구나 생각했다.
새 소설은 새 소재를 담고있다. 그리고 새 소재일수록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이 책의 소설들은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우리를 현실에 머물게한다.
해마다 문학상 수상집들이 나온다. 달력을 치우듯 연례행사로 접하는 수상집들을 마주하며 우리는 시간을 실감하고 그 속에 녹아있는 열정을 본다. 내용을 차치하고서도, 후에 독립되어 나올 책들을 그리면서도 2018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인 채로 읽는 건 그 자체로 우리에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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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작품들 중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는데, 마지막 편의 자이툰 파스타에서 성희롱이 성정체성 혼란의 계기로 미화되는 것과 군대 내에서의 유사성관계는 현실성인가, 작가의 로망인건가?
자이툰 파스타에서 유독 튀는 감성의 온도가 비단 동성애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