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뇨. 센텔리언은 고삐 풀린 알고리즘이에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 점점 더 많이 제공할 뿐이죠. 그리고 우리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들은, 바로 그 점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해요. 센텔리언은 우리를 조그만 거품 속에 가뒀어요. 그 속에서 우리가 보고 듣는 것들은 전부 우리 자신의 메아리예요. 그래서 점점 더 기존의 믿음에 집착하고, 자신의 성향을 점점 더 강화해 가는 거죠. 우리는 질문하기를 멈추고 뭐든 틸리가 판단하는 대로 따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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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국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아무 이유없이 받아들일 것이고

<넌 쉽게 말했지만_이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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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언은 입을 활짝 벌리고 맑은 고음을 내며 언덕길을 굴러 내려가는 자전거의 종처럼 당당당당 웃던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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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의 아이들 - 윈터러 세트 - 전7권 룬의 아이들 (엘릭시르)
전민희 지음 / 엘릭시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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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드 때 욕 진창 먹고도 일러 누끼 못 잃은 엘릭시르.... 일러 내지로 주세요ㅠㅠ 서점사은품도 아니고 출판사발 굿즈가 여러조각으로 흩어져 있으니 덕후된 마음으로 사고도 체험판을 산 것 뿐인 느낌이 들지만 (주객전도) 세월이 흐를 수록 추억과 함께 단단해지는 룬의 아이들은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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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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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았던 점 부터,


백수란 「시간의 궤적」, 이주란 「넌 쉽게 말했지만」을 인상 깊게 읽었다.


올해 소설들은 대개 스트레스가 만연한 소재들이 많았고 그래서 특히 이주란 작가님의 편안한 글이 돋보였다. 읽으면서 한 때 빠져 읽었던 일본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이 떠올랐다. 일상적인 소재, 사소로운 것들에 대한 묘사, 느린 템포와 이런 점들이 위로로 다가 온다는 점이.


ㅡ그러나 결국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아무 이유 없이 받아들일 것이고 p.205


삶의 균형이 깨져 스스로를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화자와 아무렇지 않은듯 화자를 받아들여주는 주변인물들이 나온다.


*


워스트는「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다.


읽으면서 아주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고, 또 하필 첫 장에 있어 전체적으로 읽는 텀이 많이 무뎌졌다. 수상집의 특징-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글을 읽는다는 것의 양면을 느끼게 됐다.


이 소설의 화자는 아주 지극히 마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점들이 그랬냐면


ㅡ 그(화자의 연인)의 답 없는 고민을 들으며, 현실적인 문제는 다 밀어놓은 채 저 너머만 바라보는 삶의 태도가 어쩌면 매일 술을 마시고 물건을 사들이는 모친의 기벽으로 인한 무기력증의 일종이 아닌가 하는 정신분석까지 하게 됐다. 역시 고난은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내 거지같은 현실을 달랬다. p.50


ㅡ 다만 형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형이 과거에 학생회장이었는지, 뭐 얼마나 대단한 운동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하루종일 방구석에 쳐박혀서 저자 욕이나 하며 맞춤법을 고치는 별 볼 일 없는 남자잖아요. 나만큼이나 보통의 사람이잖아요, 형은 그냥 나한테나 중요한 사람인 거 같은데, 그래서 나한테 이런 헛소리를 할 수 있는 거겠죠. p.61


ㅡ 사랑, 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죠? 

  나도 모르게 그의 뺨을 후려쳤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를 식탁에 눕힌 채로 목을 조르고 있었다. (중략) 내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렀다. 나는 손에 힘을 풀었다. p.79


연인의 어려움을 알고있으면서도 위로나 도움은 커녕 연민조차 하지 않고 자기현실을 자위하는 데 쓰는 공감성 결여적인 면. 동등한 관계를 맺기위해(라고 생각하기 위해) 상대방을 끌어내려 얕보는 사고방식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미완전한 인간인 그를 만지고 싶을 뿐이고, 그런 무례한 생각을 들키지 않기위해 키스를 하여 서로의 입을 막아버리는 묘사를 통해 이런 서사들이 에로스적 사랑을 지향하는 낭만적인 연애로 포장된다.


이별의 상황에서 뺨을 치고 목을 조르는 최근 다소 민감한 주제를 묘사하면서도 가해자의 자기연민을 잊지 않고 묘사하는 점은 어떤가. 이는 작년에 젊은작가상에 수록됐던 같은 작가의「~자이툰 파스타」에서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조차 없는 군대 동기를 밤중에 몰래 희롱하여 사정시키는 장면을 묘사하면서도 들켜버리자 울며 도망치는 장면과 오마주된다. 


결말 또한 전작의 결말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끝내 마이크를 뺐지 못하고 거리 한복판에서 고성방가하는 화자를 묘사하며 끝나는 전작의 결말과, 습관적으로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가버린 화자가 그의 편지를 변기에 버리는 올해의 결말의 구조가 다소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작가의 작품만 2개가 심사에 올랐다면서, 왜 하필 이 작품에 그 소설과 같은 상을 주는지 의아함이 느껴졌다.


내가 소설에 담긴 사회적 의의를 읽는 안목이 부족하여, 그 위대한 가치를 읽지 못하고 그 무언가의 장치로 쓰였을 장면 하나하나의 맥락을 해석하지 못한걸까? 그럼에도 이 소설에서 불편함없이 소비되고 포용되고 있는 함의들이 너무나도 유해하여


저는 이 소설이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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