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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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옴니버스식 소설. 여러 여성들이 각각의 사연과 시야 속에서 고민하며, 나도 그들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미래의 페미니스트들은 이 자화상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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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밀고 들어가보니 교수는 없었고 연구 보조 학생이 혼자 실험대 앞에 앉아 있었다. 고글형 루페를 낀 채로 뭔가 박살난 물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왼손에만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팔뚝 중간까지 감싸는 특이한 모양이었다. 약간 길러서 뒤로 묶은 머리는 옅은 푸른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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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와 독신의 구분에도 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언제까지를 ‘자취‘라고 부르는가? 그건 아무도 정해주지 않는다. 당신이 어느 날, 스스로의 생활을 ‘독신‘으로 바꾸어 부르는 순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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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두 사람 안에 원래 내재해 있던 영혼의 좋은 부분, 선의와 호의, 배려심 들과 악당이 되기 싫다는 욕망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고 또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들은 각자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쁜 사람이 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또는 그저 서로를 사랑했기 때문에,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들은 각자 가해자로 몰리기 싫었기에, 피해자가 되는 쪽이 더 유리했기에, 더는 견뎌낼 힘이 없어서, 혹은 정말로 피해자였기에, 피해자로 인정받고자 했다. 이 두 문장 사이에 건널 수 없는 심연이 놓여 있고, 이 모든 가능성이 제각기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한들, 이 가운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어떻게 명확하게 가려낼수 있을까? 그들은 침묵 속에서 은밀하게 고통의 경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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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들은 때때로 거울 속에서 노인의 얼굴 같은 슬픔을 발견하고 자신이 낙엽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두려워 했으며 그 사실을 고백하는 상대방의 얼굴에 난 눈물 자국 때문에 서로를 더 사랑했다. 그러나 그때 그들은 단지 조금 더 짙은 초록빛으로 변해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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