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내가 사랑한 거짓말들
케이트 보울러 지음, 이지혜 옮김 / 포이에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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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의미를 찾고 발전하고자 하는 멋진 여성 케이트 보울러. 신학자로 연구에 몰두하고 중학교 친구와 결혼 그리고 아픈 경험을 이겨내고 얻은 소중한 아들 잭의 탄생. 승승장구 할 것만 같던 그녀의 삶은 결장암 4기라는 어마무시한 장벽과 함께 단 한순간도 예상한 적 없던 각본으로 진행된다.

우리가 살면서 내가 생존률이 희박한 병에 걸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일이 있을까? 나는 내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그 상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단 한번도 부정적인 미래에 대해 상상해본 적 없는 것 같다. 불치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는 미래? 그건 더더욱 상상한 적 없다. 부정적 상황에 대한 예측을 하지 않아서 나는 실패를 겪으면 깊게 주저앉는다. 미래연구와 사회학 수업 때 부정적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있어야 대처가 가능하단 말을 들었었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내 인생에 대한 부정적 예측을 하기란 영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 또한 탄탄대로를 걷고 더 멋진 사람으로 거듭날 일만 있을 줄 알았을텐데 암이라는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났을 때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그리고 그 당혹스러움과 분노는 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더군다나 번영 신학에 대한 믿음이 강한 신학자인 그녀. 기독교는 늘 개인의 업보를 신의 뜻과 연관짓는다. 나또한 그게 불편해서 기독교를 믿는게 힘들었다. 그녀가 그토록 독실한 신자이고 신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아픈 그녀에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라며 신의 뜻이라 개소리를 시전한다. 뭐 그게 진짜 신의 뜻이든 어떠한 이유든 사랑스러운 아들과 남편을 곁에두고 떠나야하는 사람에게 할 말인가? 우리 엄마도 위암 4기를 판정받았을 때 이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고 한다. 지금 교회를 잘 안다니는 사람이면 그래서 아픈거고 잘다니면 과거에 소홀했어서 그런거고 과거에도 잘가녔다면 그냥 신앙심이 부족한거란다. 이런 논리라면 하나님이 기독교 신자들 병들게 하려고 사는 것이 아닌가? 종교를 탓하는게 아니라 믿음을 비뚤게 적용하니 화가 나는 것이다. 잘하면 하나님 덕 못하면 내 탓. 이 얼마나 옹졸한가! 책 뒷 부분에 그녀가 정말 본인의 말투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적어두는데 그게 정말 사이다다.

그리고 책을 볼 때마다 작가가 알지 모르겠는데 주변에 사람이 정말 많다. 작가님 얼굴도 모르지만 이 분이 얼마나 주위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었고 잘 대해줬을지 상상이간다. 그녀의 아픈 소식을 듣고 수많은 친구들이 한달음에 달려온다. 어린시절 사소한 놀이를 했던 친구까지도. 친구들이 좋은사람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작가님이 너무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좋은사람이기에 옆에 좋은 사람들이 머문 것이고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대로 가망없이 문이 닫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 기회를 잡고자 노력했고 그녀 곁의 좋은 사람들이 같이 노력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느님의 뜻도 축복도 아닌 그녀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한 가족들의 뜨거운 사랑.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였다. 내가 아파도 우리 엄마는 없는 것 마저 다 털어 도와주겠지. 씨알같은 희망을 찾았지만 거액의 보험금 때문에 기회를 놓칠 뻔 했던 케이트 보울러. 임상실험이 성공할지 물거품이 될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녀의 가족들은 모든것을 쓸어모아 빚을 져서라도 그녀의 치료를 성사시킨다. 그 절실함이 통했던건지 치료도 효과가 있었다. 가족들의 이런 사랑이 그리고 그녀의 의지가 빛을 볼 수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일상의 소중함과 더불어 예기치 못한 미래에 대응하는 모습까지 현실적이면서 담담하게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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