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연결하는 집 - 더불어 사는 공동체, 지역사회권
야마모토 리켄 지음, 이정환 옮김, 성상우 감수 / 안그라픽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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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째, 주택청약저축을 하고 있다. 꽤 많은 액수를 보며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무슨 집을 사고 싶지? 아니, 어떤 가족을 원하지?’

집 구매가 가족계획을 앞서는 시대에서 나는 원하는 집이나 가족상이 없음을 깨달았다. 

막연한 사람이 집을 사야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보험.



집의 유무와 형태가 사람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된 지금,

1가구 1주택-옆집은 물론 가족끼리도 집 안에서의 사생활을 당연시하는 오늘,

순조롭지 않은 성장과 복지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요즘.


집을 소유하기란 점점 어려워진다. 이 시대에서 집은 보금자리보다는 투자에 가깝다. 

투자이기 때문에 사람과 지역을 고려하지 않은 집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집을 향한 맹목적인 욕망을 진단하고, 본래 집다운 집,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던 때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일본 건축가들은 ‘지역사회권’이라는 개념과 건축을 제안한다.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과 동료들의 4년간의 연구와 사례 모음집이다. 칼럼, 사례, 대담과 함께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눈여겨 볼 점은 건물 설계도면이 아닌, 디자인한 집의 일상을 담은 일러스트이다. 여러 사람들의 대화가 함께 실려 있어 ‘지역사회권’이 잘 와 닿았다.




'이제 집에 틀어박혀 있지 않아도 돼.', '안녕 단독주택, 안녕 내 집 정책', '분양이 아닌 임대', '혼자서도 즐겁게 생활할 수 있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있어.'......표지에 이 곳, 집합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말들이 담겨 있다. 내지에는 더욱 생활에 가까운

말들이 있다. 그러한 대화들이 오가는 집과 마을이 정말 가능할까?




‘지역사회권’은 집의 집합체이자 개방공간(공용공간)과 침실(전용공간)이 섞인 집합주택으로, 기존 집보다 개방공간의 비중을 넓혀, 공동사용(부엌, 욕실, 수납실 등), 교류를 도모한다. 이와 함께 개인의 공간은 최소한만 갖추고, 대체 에너지, 지역 내 경제활동 활성화를 추진한다. 이 구조에는 참 많은 특징이 있으나, 간단히 언급하자면,



가족 단위에서 개인으로,

소유/분양에서 임대로,

관리운영주체가 외부에서 내부로,

사생활 영역에서 공동체로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맞춤별 조립식 주택과 기존 주택단지의 리모델링을 제시하는데, 공통점은 개방공간과 상부상조이다. 

새로운 주거 형태 제안에서 나아간, 근대, 자본, 사회주의와 같은 것들에 갇힌 문제들을 풀어보고자 하는 ‘삶’의 디자인으로 다가왔다.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을, 작은 것 사이에 흐름을, 흐름이 있기에 고립 대신 어울림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집, 마을이 정말 가능할까? 

이 건축가들의 작은 출발, 정책이나 제도가 아닌 집 자체의 변화를 살피다보면 아직까지는 막연한 이상향으로만 여겨지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위대한 무언가의 시작은 언제나 이러하였다. 책을 읽고 두근거렸다. 나 역시 막힌 집보다는 열린 집을 어렴풋이나마 원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 정부에서는 주택정책과 지역공동체정책을 분리해서 시행한다. 무엇이 먼저이며, 이 책의 내용처럼 꼭 결합시켜야한다고 묻거나 주장하지는 않겠다. 그저 ‘요구하기에, 좋은 게 좋은 것이기에’ 당장 시행하는 것보다는 이 건축가들처럼 근본적인 것부터, 긴 호흡을 갖고 사회 전반을 연구하며 하나씩 도입했으면 좋겠다. 그 흐름들이 싹터야 목숨 걸고 집에 얽매여 있거나 막연히 집부터 구하는 신드롬에서 벗어나, 가족, 친구, 사람들과 사는 온전한 한 사람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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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사회권은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디자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역사회권은 대규모 집합주택을 중심으로, 가족을 대신하는 사회의 중간체를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는 구조이며 시스템디자인의 실례로 매우 특징적이다.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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