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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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날의 의식주만 온전하게 해결되면 행복할까? 최소한의 의식주 기준이 자꾸만 높아져가다보니 그런 소박한 행복에서 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 여행기는 바로 그런 행복, 최소한의 것으로도 충분했던 기록이다.

예전에 어느 여행 작가 인터뷰 중에 '여행기가 고생스러울수록 책이 잘팔리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난다. 그야말로 여행의 고생담이 세일즈 포인트가 되는 시대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의도적인 고생과 위험감수를 담은 여행기가 내게는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종의 '고생담'이 포인트처럼 보이는 이 책은 내게 공감과 순간적인 감동을 주었고, 무엇보다 매우 재미있었다. 아마도 '미니멀리스트 박작가'라는 이 작가의 유튜브 채널을 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기준이 되어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 가끔은 지나치게 솔직한 모습을 보며 '삶'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그의 태도에 어느정도 마음을 열고 있는 상태로 읽어서인지,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투에 저절로 작가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매사에 미니멀을 지향하고, 싫어하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은 눈치없이 해버리고 마는 작가의 생활이 그대로 여행에 옮겨진 착실한 기록이었다.

여행에 나선 이유부터가 심상치 않다. 돈이 없어서 떠난 여행이니 말이다. 보일러 기름값은 비싸고, 두툼한 옷도 마땅치 않아서, 무조건 더운 곳을 찾아 이들 부부 (박작가와 열살 연상의 일본인 부인)는 대만으로 향한다. 예산은 식비와 숙박비까지 모든 비용을 더해서 하루 만원. 당연히 야영을 위한 텐트를 짊어진 도보여행이었다. 그렇게 68일간, 총 1,113.58km를 걸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 집의 수도관이 동파되어 물난리가 나 있었다고 한다.)

하루하루 잠자리를 걱정하며 걷지만, 어떻게든 등을 누이게 되고, 아주 가끔은 뜻밖의 횡재를 하기도 했었다고 하는 이야기. 예산에 맞추느라 늘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서 둘이 나눠먹는 이야기 (그 감질남에 대한 투덜거림), 식당 앞 공짜 커피 자판기에서 무려 다섯잔의 커피를 빼먹은 이야기(식당 주인아저씨에 대한 죄송함을 뒤늦게 전하면서). 냉정한 거절에 마음이 자꾸만 쪼그라들었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대만인들의 마음과 작가 부부의 마음이 담겨진 이야기들...

작가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큰 접대까지 일일이 사진을 찍고, 횟수를 세어 기록하고 있다. 귤 하나를 받아도, 버리려던 자전거를 얻어도 이렇게 기록하고 빠짐없이 책에 싣는 일은 '기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것을 '구호물자 수령'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여행 중 모두 51번을 받는다.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그것을 전해주는 사람이 건네는 온도는 큰 것을 내놓는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잘 알기에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작가의 마음에 공감하고 싶다. 사실 아까워서, 혹은 수줍어서, 혹은 귀찮아서, 줄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을 나는 지나쳐버리기 일쑤이다. 때로는 꼭 줘야만했던 순간도 흘려버렸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대만인들이 '구호물자'를 전해주는 장면들 마다에서 나는 왠지 가슴이 뜨끔거렸다. 그것들을 받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장면들 마다에서도 역시 가슴이 울리는걸 느꼈다.

그리고 과거 자신의 미숙함을 선선히 인정함으로써 현재의 자신이 성숙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았던 점도 좋았다. 짧은 반성 끝에 결국은 다시 비슷한 '짓'을 되풀이하고 말지만 그래도 과거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성장한다고 느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자, 나이를 거저 먹지는 않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얼마나 반짝이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몇 번이고 키득거리며 읽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작가 특유의 솔직한 말투와 표현, 특히 사진 설명을 꼼꼼히 읽는게 중요한 책이다. 예를 들면 179쪽 사진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학교를 떠나던 아침에 공익근무요원이 그려준 초상화. 내 얼굴을 보니 그는 극사실주의에 재능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초상화 속 작가의 얼굴은 만화 속 남자 주인공처럼 멋지게 그려져 있다)

킬킬거리며 재미있게 읽다가 문득문득 세상 어딘가의 따뜻함에 대해 떠올리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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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좋은 이유 - 내가 사랑한 취향의 공간들 B의 순간
김선아 지음 / 미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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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주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걸 종종 느낀다. 막연히 '좋다'거나 '낯설고 새롭다'거나 '따뜻하다'거나, 뭔가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곳에서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곤 하니까 말이다.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안도 타다오'의 개봉 소식에 공간과 건축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도 했다.

프롤로그부터 '공간'에 대한 작가의 각별한 애정이 잘 드러나는 이 책은 우리가 어떤 공간을

좋아 보이는 것들에는 이유가 있다.

건축도 책처럼 읽을 수 있다면...

오래된 역사적 건축물이나 멀리 떨어진 외국의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 가까운 곳에 있는, 오늘날의 건축물을 제시하면서 설명하고 있어서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건축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글로 읽고, 사진으로 보고, 마음만 먹으면 직접 가서 확인하고 느껴볼 수 있다는 생각에 눈으로는 글을 읽으면서도 마음은 자꾸만 '그 곳'으로 향하기도 했다.

<여기가 좋은 이유>에서 소개하는 '여기'는 모두 스무 곳인데, 서울 (혹은 근교)에 있는 공간들, 거창한 건축물이라기보다는 카페나 호텔, 미술관 처럼 우리가 늘 이용하고 지나쳐가는 '장소'들이다.

성수동에 있는 카페 '어니언',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곧 가보게될 그 곳은 오래된 집을 카페로 바꾼 곳이라고 한다. 읽어나가면서 새롭게 짓는 일보다 있는 곳을 고치는 일이 더 까다롭고 창의적 사고를 필요로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숨길 것인지, 혹은 어떻게 새롭게 하면서 건축물 속의 시간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인지... 그런 고민들을 잘 풀어낸 이 공간은 오래된 집에서 느낌좋은 '카페'가 되었다.

요즘은 사실 '카공족'이니 '스터디 카페'니 하는 말들을 흔히 듣게 된다. 하지만 이 카페는 '커피와 공간과 담소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이 마치 '움직이는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고도 한다. 무엇을 위한 공간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궁리가 곳곳에 숨겨져 있는 공간인 것이다. 조명 하나

특별히 관심이 갔던 또다른 곳은 카페 겸 작은 미술관인 피크닉(piknic)이다. 이 곳은 언덕배기 작은 골목 안에 있는 곳인데, 나 역시도 언젠가 가보려고 찜해두고 있던 곳이었다. 사실 요즘은 SNS, 특히 인스타그램의 영향으로 사진 한 장에 끌려 외진 곳도 기꺼이 찾아다니는 시절이 되었다. 얼마전 문을 연 우리 집 앞 홍차집도 주말이면 많은 선남선녀들이 줄을 서 있곤 해서 많은 동네 사람들이 놀라곤 한다. 아무튼 골목안까지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는 피크닉의 매력에 대해 작가는 '큐레이션'의 힘이라고 이야기 한다. 뭐든게 넘쳐나는 요즈음이다보니 그야말로 뭘 좋아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피크닉은 아주 영리하게 다양한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큐레이션을 해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공간에 전시관도 만들고, 카페와 와인바, 멋진 문구 편집샵까지 모아두었으니 누구라도 안목있게 꾸며지고 선택된 공간에서 자신의 취향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그저 좋은 공간에서, 이러저러해서 좋은 공간이 된다면 그 애정의 정도와 깊이가 분명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 곳을 '좋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 이들의 고민과 분투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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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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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을 읽기 전 설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제목이 멋져서, 평소 좋아하던 작가의 책이어서, 홍보 문구가 내 코드와 딱 맞아서... 등등

이 책을 앞에 두고 설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여울 작가의 문장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기대였다. 그녀의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내용이 반듯하면서 더불어 '참 예쁘게도 썼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내 마음까지 반듯하고 고와질 것만 같은 문장들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이 책이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떠났던 10년의 여행과 글쓰기'에 대한 기록이라는 점이었다. 지난 해 3월 한달간, 책모임 멤버들과 다녀왔던 여행이 바로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나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내 여행의 기억들을 새롭게 추억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다. 같은 도시, 같은 장소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나와 어떻게,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은 무엇보다 '빈센트 반 고흐'가 아닌가. 알면 알수록, 들여다 보면 들여다 볼수록 훌륭한 화가로서 뿐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올바르고 멋지게 꾸려간 한 인간의 면모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언제나 나를 돌아보게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는 '고흐'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책읽기를 마친 지금, 위에서 말한 세가지 기대감은 모두 충족되었다.

첫 프롤로그부터 본문을 지나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고흐 사랑이 철철 넘쳐 읽는 이의 가슴까지도 식지않고 전달될 정도이다.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그래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일이 조금쯤 부끄러울 수도 있는 고흐를 작가는 온몸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작가의 헤세 사랑을 알고있는 나로서는 '그래서 고흐와 헤세 중 누구를 더 사랑하시는 건가요?'라고 한번쯤 묻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본문에서는 작가가 처음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고흐를 만나 울컥했던 첫사랑의 순간부터, 이후 고흐 삶과 그림하고 조금만 관련이 있던 곳이라면 열심히 찾아다니고 그림을 보러 다녔던 이야기들이 쓰여있다. 글과 관련된 그림자료와 곳곳의 사진들도 충분히 실려있다. 미처 가보지 못한 곳들을 새롭게 리스트업하면서, 가봤던 곳들을 다시 떠올려 가면서, 작가의 글을 읽는 시간은 빠르고 즐겁게 지나갔다.

그리고 읽는 내내 미술 평론과들과는 조금 다른, 그림에 대한 감상과 접근법이 참 좋았다. 어쩌면 그 어느 미술 평론가보다 더 그림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 있는 듯한 해석들이 좋았다. "고흐의 별은 평면적이지 않아 빛나는 암석같았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지난 여행 중 들렀던 크뢸러뮐러 미술관에서 본 고흐의 별그림들이 새삼 떠올랐다. 사진으로만 보았을 때는 몰랐던 그 질감과 느낌에 깜짝 놀랐던 기억, 동행들끼리 '이러니 늘 물감이 모자랐던 거지'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 그것은 정말 '빛나는 암석' 같았다. 그러고보니 천문학자의 시각으로 봐도 모든 별은 '빛나는 암석'일 터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상과 색깔들이 화가의 눈을 통해 어떻게 우리앞에 아름다움의 대상이 되고, 감상의 대상이 되는지... 나는 고흐의 그림을 보면서 매번 배운다. 나도 화가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특별히 고흐와 같은 마음으로 대상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떨까. 대상이 자기 자신이든, 타인이든, 자연이든, 그 대상에 진심으로 다가서는 태도, 그 대상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태도를 나는 고흐에게서 배우고 싶다.

고흐의 힘겨웠던 생에 대해서는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자. 한사람 한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 눈물겹지 않은 삶이 있을까? 그것이 고흐와 같은 삶이라면 계속 들여다 보는 일이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한 양동이의 눈물을 준비해 두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시 유럽까지 고흐의 못다본 그림들을 보러 갈 수 있을까, 미처 들르지 못했던 장소들을 가볼 수 있을까... 하지만 그의 작품 <도비니의 정원>이 있다는 히로시마 미술관 정도라면 가볼 수 있을 것 같다. 고흐라면 먼 길도 기꺼이 가줄만한 동행을 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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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 세월을 이기고 수백 년간 사랑받는 노포의 비밀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이자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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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집중하지 않으면 주절주절 나의 교토여행 이야기가 될 것만 같다.

사자가 초원을 사랑하듯 줄곧 서울살이를 해온 나는 대도시를 사랑한다.

그래서 오사카의 번잡한 도시느낌도 당연히 좋아하지만,

아기자기한 느낌의 고베도 취향이지만,

간사이 여행이라면 역시 쿄토! 교토!

오래된 시간들이 소중히 여겨지는 도시여서 좋다.

어디서든 불쑥 만나게 되는 예스러움과 켜켜이 쌓인 전통이 느껴지는 곳이다.

에구.. 역시 주절주절이 되어버렸다. ㅋ

이 책은 그 교토에서도, '오래된 가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그마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 권이니 꽤나 많은 가게들이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많은 가게들이 소개되어 있지 않아 처음에는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읽어나갈수록, 각 가게마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알아갈수록, 하나의 가게로 책 한 권을 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적지나 명승지를 찾아다니는 것으로도 차고넘치는 교토지만

이 책을 읽으니 오래된 가게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참 좋은 여행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가게 안에, 그 가게를 지키고 있는 한 사람 안에, 긴 역사와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그저 가게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절로 숙연해지고 단정해질 것만 같다.

이 책에 소개된 가게들은 모두 10개이다. 찻집도 있고, 목욕탕도 있고, 도장가게도 있고, 서점도 있다. 대체로 먹는 가게 위주인 원조집 소개책자와는 다르다. 그리고 이 가게들의 공통된 특징은 그렇게 오래동안 가게를 잘 꾸려오면서도 확장하는 일은 굉장히 삼가했다는 점이었다. 조금이라도 장사가 되는듯 싶으면 가게를 넓히고, 가맹점을 모집하는 요즈음의 세태와는 많이 달랐다.

예전에 일본 경제가 호황이던 시절, 가게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섰을 때가 있었습니다. (...) 저는 옆에 있는 주차장을 헐고 가게를 조금이라도 넓히자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올라간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게속 올라갈 수는 없어. 올라가면 언젠가는 떨어질 때가 오는 법이야.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일단 크게 벌인 것을 줄이는 일은 힘들단다.'

그렇게 아버지는 '눈길이 닿는 장사를' 고집하셨다고 한다. (1871년 창업. 고등어 초밥집 '이즈우') 프랑수아 찻집(1934년 창업)의 경우도 가게의 수익을 대부분 사회운동에 쏟아붓느라 지점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익과 손해로는 잴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이곳에는 깃들어 있다"고 가게를 이어가고 있는 다테노씨는 말하고 있었다.

더불어 가게의 역사는 일본의 근현대사와 긴밀히 엮여있었다. 정치 권력과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저항하고, 때로는 꿋꿋이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며, 그렇게 긴 세월을 견뎌온 가게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일종의 '승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떻게 스스로를 지키며 바르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힌트와 가르침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작가는 '교토가 아름다운 또 다른 이유'라는 에필로그를 통해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그 자체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도시 교토의 진수가 결코 아름다운 관광 사진에 담겨진 풍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경우에 따라 새로운 것에 자리를 양보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이처럼 작지만 오래 한 자리를 지키는 가게들이 있다는 건 '도시'를 '그 도시'다운 표정으로 만들어 주는게 아닐까.

이로써 교토에 다시 가야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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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영문법
이장원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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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지도 벌써... ㅠ

새해 계획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아마도) 영어공부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작심삼일의 늪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뭔가 다양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봐도,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해봐도,

역시나 미루게되고, 포기하게되는게 영어라는 슬픈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아무튼 구정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결심이 3월부터!로 미뤄지고 있던 중에

우연히 이 책을 선물받게 되었다.

영문법 책 이름에 별별 말들이 다 붙어있긴 하지만, '반란'이란 말은

새롭게 느껴졌는데, 서문과 차례를 살펴보니 가히 반란이라 할 만했다.

사실 너무나 다양한 영문법 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포장만 조금씩 다를 뿐 거의 같다는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연원은 일본의 영문법 용어와 분류에 따른 것이다.

우리가 일본인들의 영어를 살짝 회의적으로 보고 있음에도

여전히 일본식 영문법으로 공부하고 있다는게 아이러니하다.

작가는 이러한 틀을 깨고 이 책을 통해 새로운 현대식 영문법을 강의하고 있다.

예를 들면 '5형식 없는 영문법'을 보여주는데, 서문 마지막에 이렇게 적고 있다.

"이 책으로 공부하는 여러분들이 5형식과 일본식 영문법이라는 낡고 썩어빠진 늪에서 벗어나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실 어설픈 반란은 상처만 남기는 법인데, 이 책의 저자 약력을 보면 믿음이 간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에서

무려 응용언어학 석사를 취득했다고 한다. 왠지 전문적이고 고급지게 들린다. ㅋ

일단 이 책은 본격 수험서 느낌의 두껍고 큼지막한 책이다.

제대로 각잡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잡아준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그리고 쉽고 얄팍하게 나온 책들의 경우

예문이나 설명이 충분치 않아 '이 한 권으로 과연 될까?'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는데

이 책은 두꺼운만큼(775쪽) 다양한 예문과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일러두기에서 '중급이상의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만큼

모든 영어예문에 해석이 달려있거나 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의 특장점 중 하나는 무료 팟캐스트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되는 쪽에 QR 코드가 있어서 공부하면서 바로바로 들어볼 수 있다.

이렇게해서 3월로 미뤄진 새해결심인 2019년의 '영어공부하기'는

이 책 <반란의 영문법>과 함께 하기로 했다.

이 교재를 다 공부해보니 이렇더라, 기존 문법책과는 어떻게 다르더라,와 같은

감상과 평가를 꼭 남길 수 있게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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