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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밀라 - 미다스 세계문학 1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지음, 이양준 옮김 / 미다스북스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망설임 없이 집어든 것은 '백년보다 긴 하루'를 읽었을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해서이다. 선물용이나 장식용으로 책을 살 형편은 못 되므로 단편을 행간 팍팍 주고 그림 넣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게 좋아 보일 때도 있지 않은가? 빡빡하지 않은 느낌 말이다.
이 사랑 이야기에는 환상도 없고 엄청난 드라마도 없다. 여관방에서의 시니컬한 시시덕거림도 없다.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초원을 그려보았을 사람에게만 권하고 싶다. 고된 하루 일을 끝내고, 말을 타고 혹은 걸으며 초원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그런 장면이 하나의 꿈처럼 느껴지는 사람 말이다.
실크로드 여행기, 이란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작가의 소설도 한번쯤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자밀라'는 약간 밋밋하지만(사실 좀 그랬다) 깨끗한 사랑 이야기다. 단 양치기 소년이 아가씨를 좋아했어요 류의 순수는 아니고 정상적인 남녀 사이에서 일어날법한 일을 깨끗하게 접근한 것이니 엄청나게 건전하고 교훈적인 청소년도서를 찾는 부모님들께서는 유의하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