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무협'이란 것에 대한 인상은 만화방 어둑어둑한 곳 한쪽에 앉아있는 아저씨들이나 비디오 가게 한켠에 전시된 붉은 글씨의 중국 영화같은 소수의 문화였다. 하지만 요즘 기존의 주변부 문화에 대한 고찰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생각보다 무협이란 것이 광범위하게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실을 보면 그것에 담긴 의미나 기본 지식에 목마르게 된다. 이 책은 무협의 '맛'을 이미 아는 사람과, 나처럼 무협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울 정도로 잘 모르는 사람에게 차근차근 무협의 근본 철학과 역사적 배경까지 고개를 술술 넘게 도와주는 재미있는 입문서이다. 그러나 단순한 입문서라고만은 볼 수 없는 것이, 기존 무협 관련 서적이 대개가 일천한 정도의 지식과 철학은 전무하다시피 한 백과사전식의 리포트였던 데 비하여 - 상당히 깊은 논의를 재미있게 풀고 있는 점이 무협 기본서로서 상당한 영양가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게 만든다.'와호장룡'을 보며 그 풍경 뿐 아니라 서사 구조의 알듯 모를듯한 의미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 부디 이 책과 함께 무협의 모호한 극단에 대해 생각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