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1
한국역사연구회 / 역사비평사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를 느끼는 법을 가르쳐 준 책

중고등학교 시절에 가장 싫어하던 과목 중의 하나가 바로 역사였다. 상관관계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건들과 그 연대를 무작정 외워야 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역사는 나와는 관계 없는 옛날 이야기'라는 등식이 머리 속에 자리잡았고 졸업 후 역사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꿔준 책이 있다. 한국역사연구회에서 지은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1>이다. 시간적으로 그리 멀지 않은 때인 근대의 역사를 다루면서 사건 중심의 딱딱한 역사가 아니라 삶과 문화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실제로 나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들여다보게 해 주었고, 그것이 지금의 내가 생활하고 행동하는 방법에, 그리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생활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 왔는가를 알게 해 주었다.

'문화도 상품이다'라는 큰 제목 아래, 영화, 대중가요, 상업광고, 소설 등의 다양한 문화 매체의 변천사를 다루고 있는데, 지금의 그것들과는 사뭇 다른 아주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하게 해준다. 예컨대 사회 경제적 부의 상징이었던 뚱뚱한 사람을 등장시킨 당시의 영양제 광고는 지금의 눈으로는 재미있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 외에도 몸빼와 짜장면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등 의식주의 변천사와, 근대 종교와 전통무예인 태껸을 비롯해 근대를 통해 사라진 것들과 살아남은 것들에 대한 보고도 포함되어 있다.

몇 개의 큰 제목 아래 짤막짤막한 글들이 묶여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며, 근대의 '삶'의 단편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게 해준다.

역사 분야에서 그동안 도외시되었던 근대 생활사 연구의 성과물로서 역사학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유익할 듯하며, TV 역사물은 재미있게 보면서도 역사책은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