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 앞에서는 언제나 무릎을 꿇게 된다 - 천양희, 시인의 채근담
천양희 지음 / 모루와정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랜만에 좋은 책 한권을 만났다.

천양희, 시인의 채근담

큰시인의 영혼이 자아낸 순수한 생의 즙

천양희라는 시인을 알게된 건 이 책으로 처음이다. 사실 시집을 돈을 주고 사는데 익숙하지 않은 요즘 젊은이이기에

선물로받은 시집도 겨우 한 편 한 편 곱씹으며 읽고 있다.

우리나라 시인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면서 윤동주의 시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 자체가 모순인듯싶은

내가

시인이 쓴 에세이는 또 너무나 좋아한다. 류시화 시인의 에세이나 번역서는 특히나 좋아한다.

이번 책을 계기로 천양희 시인의 마음과 가슴, 생각과 일상을 점쳐볼 수 있었고. 또 그녀의 현재가 궁금해 작은 인터넷 창에서 그녀의 이름을 두드려본다.

손안에 착 잠길만한 작은 사이즈의 그녀의 채근담은

어떤 두꺼운 경전이나 일상의 화를 다스리는 인간관리 노하우를 담은 책. 자기계발서 못지않게

나에게 커다란 호수에 퍼진 물수제비처럼 밀려들어와 꿈틀거리게 했고,

어떤 슬로우무비나 템플스테이처럼

나에게 따뜻한 촛불이 되어 가슴을 적셔주었다.

높은 데 오르면 사람의 마음이 넓어지지만, 은하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은 겸손해진다고 한다. 이 세상이 우주에 비해 너무 작다는 걸 매일 깨닫기 때문이란다. 바다의 해조음을 듣고 사는 사람들은 욕심이 없어지고 청정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데 그것은 사람이 바다에 비해 너무 좁고 작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p.39

39쪽에 적혀있던 이 글을 보고 "높은 데"란 단어에서는 산 위를 생각했고, "은하"란 단어에서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 위에 있는 순박한 사람들을 생각했고, "바다"라는 단어에서는 우리의 제주 해녀들을 생각했다.

사람들이 자연을 보고 느끼고 깨닫는 교훈과 삶의 길을 많이 간과하고 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154쪽의 [처음 마음을 내었을 때가 곧 깨달았을 때]란 제목의 글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처음이란 말을 좋아해서 1, 11, 111을 좋아했던 그녀의 젊은 시절엔 삶에 앞다투어 나아가며 수직적인 개념을 좋아했지만 요즘은 0,22,33처럼 새의 눈을 닮은 0과 오리두마리를 생각하게 하는 22와 기러기들을 떠올리는 33같은 수평적인, 자연의 이치를 더 좋아하게 되었단 글을 보고 이마를 딱 쳤었다.

그녀의 요즘처럼 온 우주를 사랑할 수 있는 삶은 내가 평생을 두고 본받고 싶은 삶이되었다.

그녀의 채근담을 읽으며 나 스스로 그녀와 오버랩하여, 그녀와 함께 숨쉬고 생각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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