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영의 유럽문학기행
임헌영 지음 / 역사비평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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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가 살던 시대적 배경과 성장과정을 바탕으로 문학과 사상, 사생활까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문학기행은 작가의 처소와 문학관을 찾아보고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을 밟아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현장의 사진보다 이야기에

빠져든다. 귀한 사진을 다시 되집어 보며 먼 기억을 소환해 그때의 감흥을 불러온다.

한동안 '고리키 시'로 불렸던 고도를 니즈니노브로드라는 이름으로 환원한 고르바쵸프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박수를 받으며 노벨평화상까지 얻어 챙긴 대머리 미하일 고르바쵸프 대통령이 이완용처럼 못마땅했다.'

못마땅한 일 맞다. 푸시킨스카야, 체홉스카야, 도스토옙스키 스카야. 이게 러시아의 맛인데.

막심 고리키가 모금운동을 위해서 간 카프리 섬에서 눌러 앉아 7년을 체류하며 매일 14시간씩 집필에 몰두하여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작품을 썼다고 한다. 지중해 강렬한 태양과 환한 기운의 카프리, 반할만 하다. 더우기 동토에 살았던 고리키야말로.

사상적으로 불화하던 레닌이 카프리로 고리키를 찾아왔다. 이후 정서적으로는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리키는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고리키가 보낸 열렬한 집필의 시간들을 그리며 카프리의 언덕을 다시 걷고 싶어진다.

'내자와 외자, 많은 애인을 거느린 위고의 바람기는 세계문학사의 금메달급이다.

아마 경쟁자가 있다면 바이런 정도, 굳이 판정을 내린다면 두 사람을 공동 금메달로 하고, 난잡한 톨스톨이는 은메달, 소문만

무성했던 괴테는 동메달로 하면 어떨까.'

대작가들의 왕성한 성욕이 창작욕과 비례하는 건지... .

늙을수록 과격해져 진보는 늙지 않는다는 걸 입중함으로써 위고는 범국민적으로 추앙을 받았다.

그는 유언장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5만 프랑을 전한다. 그들의 관값으로 사용되길 바란다. 교회의 추도식을 거부하며

영혼으로부터의 기도를 요구한다'고 썼다.

마지막 남긴 말은 "검은 빛이 보인다" 파리의 개선문에서 거행된 장례식에 개선문에 검은 휘장을 친 애도의 모습이 남는다.

빅토르 위고가 겪은 시대의 격랑은 우리나라 현실에도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

'칠푼이를 국가원수로 뽑은 국민들은 필연코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되어 있다.' 여기서 칠푼이는 나폴레옹 3세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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