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우울이 찾아왔다
차열음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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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우울이 찾아온다. 인생의 어떤 시기에 불어오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 

삶이 내 뜻대로 살아지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좌절과 무기력을 모든 사람이 겪는다.


돌이켜 보면 나도 분명히 우울했던 시절이 삶의 단계 곳곳을 물들이고 있다.

그 강도와 양상이 제각각일 뿐, 분명 나도 우울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우울인 줄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아, 나 우울하구나.


그럴 때 그 시간을 함께 버텨 준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일말의 주저함 없이 내 편을 들어준 사람들 덕분에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들이 있어 또다시 찾아올 지 모르는 우울도 견딜만할 것이다.


열네 살 우울이 찾아왔다의 저자는 우울과 함께 사춘기를 보냈다.

사랑 받고 싶은 마음, 존재의 의미를 갈구하는 마음이

일상에서 겪게 되는 상처들과 맞물려 우울이 되고, 더욱 위험한 마음의 병으로 이어졌다.

저자에게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정을 받는 것이 절박했고, 생사의 문제만큼 중요했던 것이다.

그의 위태롭지만 치열한 성장의 기록을 읽으며 눈물이 났고,

담담하고 진솔한 고백에 안심이 되었다. 

이제는 어른이 된 그가 자신을 긍정하는 태도를,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우울이 찾아와도 함께 뒤엉켜 삶을 이어나갈 힘을 찾은 것 같아서.


저자와는 다른 과정을 거쳤지만 비슷한 결론을 얻게 된 나는 상담실에서 아이들을 만난다.

아이들이 모두 서로 다른 존재인 것처럼, 나를 찾아오게 된 이유 역시 제각각이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짧은 시간이지만 상담실에서 내가 그들에게 주는 작은 관심이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힘이 된다는 점이다.

그 아이들의 인생에 따스한 사람이 한명이라도 더 있어 준다면,

그들이 언젠가는 겪게 될 우울의 시간도 조금은 덜 힘겹게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상담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는 아이들을 맞으며 내가 함박 웃음을 지어주는 이유다.


#열네살우울이찾아왔다 #창비 #우울증 #거식증 #에세이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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