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옥구슬 민나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3
김여름 외 지음, 김다솔 해설 / 열림원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중산책


사라짐 사이에서 의미를 찾는 것

남겨진 사람들의 그림자에는 사실 또 하나의 그림자가 있다

그것은 다만 투명하여 보이지 않을 뿐, 

아직 여기에 있다


-블러링

 

어떤 여자의 텀블러 속에서 나는 흐르지 못하는 물이 되어 있었다

지우지 못하는 시간의 기억 속

언니가 살다간 흔적을 함께 더듬어본다

세상 무엇보다도 단단하고 따듯했던 액체 상태의 사랑이

바다가 되어 온 세상에 흐르기를 바라본다


-정글의 이름은 토베이


토베이를 아시나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문득 그런 고민이 든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강을 바라보며 산책을 한다. 강은 잠잠하고 강에는 괴물이 나타나지 않는다. 내 방에는 질서없이 쌓인 옷가지들과 책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다. 청소를 해도 언제나 다시 원상복귀, 가끔 침대 밑에는 징그러운 생명체를 닮은 먼지구덩이들이 뒹굴지만 정글도 여기도 ’사람사는 곳‘ 이기는 마찬가지. 요즘 엄마아빠는 요가 유튜브에 빠져있다. 덕분에 나마스테, 정겨운 인사말로 시작하는 하루, 순지도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안고, 그저 1cm 조금씩 기지개를 켜보는 것이다.


-대체 근무


항상 누군가 나를 대체할 거란 생각은 한다. 본래 나는 세상의 주인공도 아니거와, 우주에서 티끌같은 존재니까. 

연민이란 걸 함부로 가지게 되면, 세상 복잡해진다. 그럼에도 그 연민이란게 없으면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작은 목소리에 작은 연민을 보낸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내가 바뀐 것은 내가 안다. 


-통신광장


여인2=소설 잘 읽었습니다, 아주 흥미롭더군요. 냉동 인간이 되어서도

말을 할 수 있어 기뻐요


해피엔드=보블과 버블을 깨는 것을 볼 수 있어 좋았고요. 결국 이름처럼 해피엔드로 끝이 났군요. 

사랑이란게, 나이와 성별을 넘어, 시간과 공간을 넘어,헤어지면서도 다시 연결된다는 게 좋았어요. 남산에 가면 제가 걸어놓은 수많은 자물쇠가 있는데요. 그걸 한 번도 풀러 가지 않아 다행이에요. 그들이 당신이 제게 보여준 다정한 형태의 사랑으로. 시간을 통과하는 시계탑 앞에서, 어디선가살아 숨쉬다가 지나치는 우연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죠. (농담입니다)


-옥구슬 민나


천주교신자인 나는 수 백 수 천개의 만나를 나누어 먹은 성당에서 오늘도 다시 태어나고 내일도 다시 태어나리라는 믿음을 갖고 눈을 감았다 뜬다. 흩어졌다가 사라진 모든 빛들이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스며들어있는 것만 같다. 세상엔 득이 되는 것과 실이 되는 것으로만 나뉘어 슬프다. 우주를 만든 당신과 내가 세상을 사랑할 때, 세상에 득이 되는 것들에 대해 자꾸만 생각해보고 싶어진다. 아득히 먼 옛날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들이 듣고 싶은 밤이 있다. 풀벌레 소리가 귀를 스치고, 별들이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다시 아기가 된 것만 같다.


_ 하루에 한 챕터씩 아껴서 읽었다. 

책을 읽다가 울뻔한 적도 있었고, 내가 읽고 있는게 소설이 맞나도 싶었다

친구에게 몇 번이고 추천할만큼 좋았다. 

미끄러지는 의미들이 적어도 내 세계안에 들어왔을 때는

가장 온전하고 완전한 옥구슬 민나가 되어

빛나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