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행성의 기록
라오서 지음, 홍명교 옮김 / 돛과닻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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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중국 SF소설인데 책 디자인이 빨강에 황금이라니 이건 완전 소장각!이었는데 망설이다 재고가 없어졌다. 그런데 운 좋게 선물 받아서 소장!!!

커버 너무 예쁨. 실물 색깔 완전 ㅎㄷㄷ 정말 예쁩니다!
근데 커버만이 아니라 챕터마다 제목이 책 가장자리에 보이는 색인으로 박혀있고 안에 있는 삽화도 소설 내용을 단순 시각화한 게 아니라 내 머릿속 상상과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줘서 100여년 전 소설을 바로 지금 이야기처럼 가깝게 끌어오는 역할을 해준 것 같다.
돛과닻 출판사 책은 '모나미153연대기', '벽', '노아 슈바르츠 쿠로 현' 정도 갖고 있는데 이 책도 그렇고 모두가 책 안의 문자만이 중요한 책이 아니고 책 전체가 하나의 통일된 예술작품이라는 느낌. 독보적인 출판사라고 본다.
나는 처음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할 때 “내가 용감한 아인 줄 알았는데 용감할 일이 딱히 없었던 아이였구나”를 알았고, 처음 엄청 울었을 때 “내가 눈물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눈물 흘릴 일이 없는 사람이었구나”를 알았다.
이 책을 읽고서는
1930년대 중국의 사회상을 SF라는 형식을 빌어 타자화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직면할 수 없었던. 하지만 무던히 책임을 다하고 싶었던 한 지식인의 괴로움과 혼란과 애증과 무력감을 느꼈다.
“아 아무리 지금 세상이 혼란하고 무도하다 해도 나는 저 정도는 안 겪어봤구나. 나도 거의 모두푸스키, 고인 물이구나”라는 걸 알았다.
처음 책을 펼쳐 서문을 읽으면 “와 이렇게 웃긴 서문은 처음 본다” 싶을 정도로 웃긴데(옆 사람이랑 같이 읽고 웃기다 하고 싶은 서문) 맘 속으로는 ‘이런 삐딱한 사람은 완전 별로’ 싶다가 다 읽고 나면 서문을 한 번 다시 보게 된다. 이 사람 정말 속이 여리고 깊은 강한 사람이구나. 많이 애썼지만, 많이 부끄러웠구나.


누구를 미워해야 할지 모르겠다. 단지 하나의 교훈을 얻었는데, 인간을 자처하지 않으면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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