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가지 이야기 베스트셀러 미니북 20
미셸 투르니에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몽환적인 세계로의 여행…

 꿈을 꾸는 듯이 신비하고 환상적인 느낌, 동화같이 단순할 것 같으면서도
신비로운 느낌. 일곱 가지 이야기는 일반 소설과는 달리 환상적이고 몽환적
인 느낌을 주었다. 간단하게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단순히 눈으로 읽고
즐기는 그러한 내용이 아니었고 속독으로 읽는 것보다는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면서 생각하면서 읽는 책이었다. 그래서 읽으면서 그 상황을 상상하게
되고 내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된 착각을 일으켰다. 이 책을 나는 어두운
고속버스 안에서 전등을 켜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읽을 만큼 매우
재미있게 보았다.
 작가 미셸 투르니에에 대해서 책 앞장에 간략하게 소개가 되어 있었지만
나는 책을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었다. 작가가 아직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매우 흥미로웠고 매년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라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내 짧
은 견해로‘솔직히 이 부분은 너무 억지로 짜 맞춘 거 아닌가?’라고 생각
하면서 읽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서였다. 이 책에서는 아름답고 교훈적인
일곱 개의 동화들을 모아 놓았다. 먼저 피에로, 밤의 비밀은 빵가게를 하는
피에로와 세탁소를 하는 콜롱빈 사이에 피에로와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닌
떠돌이 건축 도장공인 아를르캥을 등장시키면서 삼각관계를 그린 내용이었
다. 피에로와 콜롱빈은 마을 사람들이 나중에 꼭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여길
정도로 매우 절친한 사이였지만 서로 일하는 시간이 달라지게 되자 자연스
레 멀어지게 되었고 콜롱빈이 밤을 늑대나 박쥐처럼 끔찍한 동물들이 득실
거리는 어둠이라고 생각하며 싫어했기 때문에 피에로를 더 피하게 되었다.
 여기서 너무 낭만적으로 밤을 묘사해놓은 부분이 있었는데‘밤에 강물은
더욱 크고 맑게 노래를 하고 수많은 은빛 비늘로 반짝입니다.’라는 부분이
었다. 활짝 개어 하늘에 뭉게구름을 멍하니 바라본적은 있었지만 밤하늘을
오래 쳐다봤던 기억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더욱 와 닿았다. 마치 밤의 평온
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책을 읽다 말고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까
만 하늘에 쏟아질 것만 같은 별을 상상하고, 내 뺨을 스치는 부드러운 저녁
바람과 적막을 깨는 귀뚜라미 소리를 상상했다. 나는 귀뚜라미를 무척이나
싫어하지만 말이다. 화창한 어느 날 아를르캥이 마을을 찾아왔다. 그는 성격
이 발랄하고 유연하였으며 화려한 의상을 입고있었다. 콜롱빈은 아를르캥과
함께 자신의 세탁소를 염색공장으로 바꾸고 마을을 떠났지만 끝이 없는 방
랑생활과 힘듦에 지쳐갔고 자신을 유혹했던 화려한 옷의 빛깔도 바랬음을
발견한다. 아를르캥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식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부질없는
것이었음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던 찰나에 콜롱빈은 피에로의 쪽지를 발견
하고 피에로에게 돌아간다. 솔직히 콜롱빈의 행동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
러나 작가가 시사하고자 한 바는 그것이 아니었겠지 생각했다. 내용이 약간
혼란스러워 잠깐 해설을 참고했더니 이 이야기는 떠도는 삶에 대한 정착하
는 삶의 승리를 말했다. 말과 글의 차이처럼 말이다.
 아망딘, 두 정원은 열 살 소녀인 아망딘이 자신의 고양이인 클로드와 그의
새끼인 카미샤를 관찰하는 것을 일기처럼 쓴 이야기였는데 이 이야기를 열
살 소녀가 썼다고 하기에는 문장을 쓰는 능력이나 꾸미는 능력을 봤을 때는
너무 잘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망딘은 클로드가 새끼를 낳
자 친구들에게 카미샤만을 남기고 줘버렸는데 어느 날 갑자기 카미샤가 없
어진 것을 발견한다. 클로드는 카미샤마저 빼앗길까봐 담 건너편 정원에 카
미샤를 숨겨 놓은 것이었다. 카미샤는 어느새 들고양이처럼 변해 있었고 그
런 카미샤를 통해 자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망딘이
카미샤의 정원으로 가는 장면은 매우 현장감 있게 전개가 되어 있었기 때문
에 나는 내가 마치 아망딘 옆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정
원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야생 정원이었다. 그곳에서 아망딘은 두 뺨에
보조개를 만들게 하는 슬픈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년상과 그 옆에 앉은 카미
샤를 바라보았다. 아망딘은 울고 싶은 한편 행복함을 느꼈다. ‘나는 잘 손
질된 아빠의 정원과 반질반질한 엄마의 집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
는가!’유년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픈 아망딘처럼 나 역시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옛 추억을 자주 되뇌곤 한다. 나는 가끔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몇 분이
고 쳐다보곤 한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면서 내가 이렇게 변했구나 하는 생각
에 기쁘면서도 슬퍼진다. 시간을 붙잡아 둘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
서 말이다.
 세 번째 이야기인 엄지 소년의 가출은 아빠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그
동안의 시골 생활을 청산하고 고층 아파트인 24층으로 이사간다고 통보를
하게된다. 현대식 아파트 보다 토끼와 정원 그리고 장화를 좋아하는 아들 피
에로는 아빠와 대립하게 되고 결국 아들은 가출을 결심한다. 피에로는 랑부
이의 숲에 도착하고 토끼를 안고 숲에서 잠이 들었는데 일곱 명의 꼬마 소
녀들을 만나 로그르 집으로 가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일곱 가지 이야기 중에
서 가장 동화적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나무 집과 털이불, 단풍나무 진
으로 만든 시럽, 로그르의 생김새 등이 말이다. 특히나 담배 연기에 대해서
는 내가 인식하는 요즘의 담배의 이미지가 아니리라 생각해야만 했다. 로그
르는 태초의 낙원의 형태인 숲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무에 대한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나무는 공중의 나뭇가지와 지하의 뿌리 사이의
균형이다는 것이다. 또한 나무의 허파는 잎이고 나무는 바람과 햇살을 잡는
덫이며 바람과 태양이라는 두 마리의 커다란 물고기가 지나는 길에 엽록소
그물 속에 걸려든 때가 빛이 사방으로 도망치게 내버려둔 때라고 하였다. 작
가는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가 있을까? 엽록소 그물에 걸린다는 표현은
특히 정말 멋진 표현인 것 같다. 이렇게 로그르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장
면은 매우 환상적이고 상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버지의 개입으로 피에
르는 로그르로부터 받은 장화를 갖고 아파트로 되돌아오게 된다. 피에르는
로그르의 장화로부터 싫은 현실세계를 잠시 잊고 몽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수밖에 없게 된다.
 네 번째 이야기인 로빈슨 크루소의 최후는 독특하게 로빈슨이 섬에 남지
않고 영국으로 귀국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로빈슨은 22
년간의 무인도 생활을 청산하고 영국으로 귀국하였다. 모두 그를 환영했고
딸 또래의 한 아가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흑인 하인 방드르디가 로빈슨을 짓
눌러갔다. 결국 방드르디는 어느 날 갑자기 일을 벌이고 사라져버렸고 로빈
슨은 갈수록 점점 더 침울해했다. 로빈슨은 자신이 멋진 모험을 했고 젊은
시절의 청춘을 보냈던 그 섬을 너무나 그리웠던 것이다. 로빈슨은 자신의 아
내가 죽자 바로 자신의 섬을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지만 결국 발견하지
못한다. 얼마나 비참한 기분이었을까? 결국 그는 어느 키잡이에 의해 진실을
알게 된다. 로빈슨은 그 섬 앞을 수차례 지나갔지만 그 섬이 로빈슨처럼 변
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로빈슨이 귀국하
지 않고 그 섬에 남았어야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다섯 번째 이야기인 황금 수염은 행복한 아라비아의 샤무르라는 도시에 황
금수염을 가진 나부나사르 3세라는 임금의 환상적이고 상상적인 이야기었다.
 이야기에서 임금님이 자신의 수염을 관리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수염을 얼
마나 애지중지 하고 경이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정
치에 관해서는 너무 안일한 임금님이었다. 임금님은 낮잠을 즐기는 동안 누
군가 하얀 수염을 한 올씩 훔쳐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지막에 하얀 새
가 수염을 뽑고 하얀 자신의 깃털을 남기고 날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 깃
털을 따라 늙은 임금은 쉬지 않고 뛰어 어느 작은 숲속 떡갈나무에서 자신
의 깃털로 만들어진 새의 둥지를 발견하였다. 이 부분에서 이해가 안됐는데
늙은 임금이 다람쥐처럼 날렵하고 가볍게 나무를 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둥
지에 도달했다고 하였다. 그러고 나무에서 둥지를 갖고 내려왔는데 숲속의
거인이 자신에게 꼬마라고 부르고 자신이 꼬마로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
다. 임금님은 궁궐로 돌아와 다시 자신의 왕위를 계승하게 된다. 동화라서
그런지 늙은 임금님이 꼬마가 되고 새끼 새가 말을 하는 것처럼 현실적이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정말 독특한 형식의 이야기 전개여서 너무 새로웠다.
 여섯 번째 이야기인 엄마 산타클로스는 일곱 이야기 중에서 내가 제일 마
음에 들지 않은 이야기였다. 억지로 짜 맞춘 듯한 느낌이었다. 풀드뢰직 마
을은 오래 전부터 신자들과 일반인들, 수도회의 사립학교와 속세의 공립학
교, 신부님과 선생님간의 대립으로 갈라진 종교적 갈등을 쓴 이야기었다. 이
마을에 남자 교사가 은퇴하고 이혼녀인 여교사 와즈랭이 부임한다. 와즈랭의
모든 특성이 충실한 이교도의 증표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첫 일요일부터 당
당하게 성당에 입장하였고 성탄절날 살아 있는 구유를 위해 신부에게 자신
의 아이를 맡긴다고 하자 사람들은 더욱 놀랬다. 사람들은 성탄절 날 더욱
놀라게 되는데 신부의 강론이 시작하고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산타 클로스
가 성당 안으로 들어와 아기 예수를 품에 안아 젖을 물리는 모습을 말이다.
 이해가 될 듯 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말은 결국 아기 예수의 울음
이 그치면서 갈등이 해결되었음을 의미하겠지만 말이다.
 마지막 이야기인 나의 영원한 기쁨은 어느 천재 피아니스트의 비참한 인생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나는 내가 잊고 있던 내 삶의 목표의 본질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할 계기가 되어 좋았다. 비도쉬 부부는 아들의 이름을
천사의 이름인 라파엘로 짓고 운명에 도전한다. 아이는 곧 재능이 몰라보게
성장하고 사교계의 파티 기획자들은 앞을 다투며 그를 데려가길 원했다. 그
러나 열 여섯 살의 사춘기 나이가 되자 라파엘의 외모는 다시 비도쉬가 되
고 만다. 그는 자신보다 두 살 적은 베네딕트와 국립음악학교를 졸업한 후
약혼하여 서로 음악적으로 교감하며 행복한 생활을 하지만 결혼 자금을 해
결하기 위해 친구의 부탁으로 저속한 풍자만담가 보드뤼쉬의 무대에서 피아
노를 반주하게 된다. 그는 생계를 위해 자신을 더럽혔다고 자책하지만 그의
연주가 인기를 얻게 되고 생계를 위해 자신의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인 음악
가 광대가 되버리고 만다. 그러나 성탄절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
다. 관객들은 그의 숭고한 선율을 듣게 되었고 라파엘 대천사가 하늘로 올라
갔다. 이 이야기는 많은 교훈을 시사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현대인들은 각
박한 생활 속에서 삶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잊고 산다. 안타깝게
도 어릴 적의 순수함마저도 말이다. 라파엘과 비도쉬의 의미가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지닌 것처럼 이 세상에는 대립적인 것들이 너무나 많다. 순수하고
천박한 것, 정신적인 아름다운 이상과 현실세계의 추잡한 이기심 등과 같이
말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나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큰 교훈을 얻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일곱 가지 이야기는 비록 과제를 통하여 접한 책이기는 하지만 그 동안 메
말랐던 내 마음에 무언가 생기를 불어 넣어준 느낌이 들었다. 너무 오랫동안
독서를 멀리 했던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미셸 투르니에의 일곱 가지 이야기
는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이었고 또한 동화적이었기 때문에 너무 독특한 책이
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사건 하나하나 떠올릴 수 있
어서 더 없이 즐거웠고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맞음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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