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은 사양할게요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희처럼 나도 대학 때 연극 동아리를 했다. 어느 곳에서보다 내가 살아 있음을, 무대 위에서 느꼈고 앞으로 연극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주변에서도 내가 연극을 하며 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택의 순간, 나는 내 삶의 안정을 책임져줄 듯한 끈들을 놓지 못하고, 가난한 애인과 떠나려던 모험을 포기하는 사람처럼 연극의 손을 놓아 버렸다. 나는 아직 연극을 사랑하고 있다고, 곧 돌아올 거라고 속으로 말했다. 그렇게 연극과 이별을 한지 십수년이 흘러버렸다. 그래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말라 시들어버린 듯한 그녀의 죽음이, 내 안에 외면하고 있던 한 자아의 죽음처럼 느껴졌다. 이 소설과 함께, 장례식에 가보지 못한 친구의 죽음을 기리면서 아주 뒤늦게 그의 봉안당을 찾아간 듯했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학생회관을 올라가는 계단에서 풍기던 냄새, 담배냄새, 광목천 냄새, 청테이프 냄새, 그리고 극장의 조명 기구와 오래된 커텐에서 나는 냄새가 코끝에서 맴돌았다. 작가의 경험은 나의 경험과 다를 텐데, 이처럼 내 추억을 헤집게 되는 건, 김유담 작가가 매우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듯하면서도 보편성을 획득해내는 좋은 작가라는 말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