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 - 동학초기비사 소설 최시형
조중의 지음 / 영림카디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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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은 전체적으로 담백한 느낌의 소설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영해성을 점령하고 하루만에 물러나는 이야기와 그러한 이야기속의 인물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경고와 희망을 동시에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이 교주가 되어 동학을 이끌기 시작한 6~7년후 6개월 가량의 행적을 소설로 표현한 책이다. 1894년 갑오개혁과 동학농민 운동이 일어났던 그 당시를 기대했는데, 그 이전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거대한 스케일의 동학농민 운동의 처절함과 비장함 이런 것을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영해성을 점령하고 하루만에 물러나는 사건을 통해 최시형이 교주로서 권위와 위상이 확립되기 이전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인간적인 모습, 교주로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모습, 후회하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오히려 이러한 모습이 교주로서의 최시형 보다는 양반이 아닌 출신으로 주변 사람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릇된 판단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된 해월의 모습은 요즘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과 겹쳐보이기도 한다.

나는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영웅적이기 보다는 120여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된다. 아무리 첨단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으로 태어나서 성장하고 나이 들어 죽는 인생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러한 인간사는 수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때그때 생활양식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을뿐 근본은 큰 차이가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망국의 여러 인물은 그런 모습을 더욱 부각시켰다고 생각한다. 영해성의 사또는 동학교인들에게 붙잡이고 그 총사령관 길주에게 심문을 당하면서 항변하는 모습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 사또라는 자는 그 당시 탐관오리의 표상이라 할 수 있지만, 조선 말기 고을의 사또에게서 청빈함과 백성을 아끼고 나라를 위하는 참된 사또의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영해성의 사또는 탐관오리까지는 아닌, 그 당시 일반적인 사또의 모습을 보여줬고, 조선 말기 어지러운 현실에 맞춰사는 평범한 사람들과 별 다를게 없다. 일반 백성들과 차이가 있다면 그 당시 그에게는 관직에 있어서 다른 백성을 다스리는 입장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사또는 이러한 점을 들어 가면서 자신이 일반 백성에게 선행을 크게 베풀지는 못했지만, 또한 백성들에게 큰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또한 사또의 항변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맞니 않은가? 그 당시 정말 백성을 사랑하는 성인 군자의 모습을 하지 않는 이상 그만한 관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욕심만 챙기는 모습은 오늘날 불의를 보고도 내게 불이익이 미칠까 차마 항거하지 못하는 소시민적인 나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판단의 위험성을 다시한번 일깨워줬다. , 그러한 인식 사또의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우리의 도덕적 인식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또가 동학교인들에게 붙잡혀 항변하는 논리에 휘말릴지 모르는 오늘날 나의 무뎌진 도덕성에 경종을 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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