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귓속말과 고래의 뜀박질
김도연 지음 / 삶과지식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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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제목의 동화책쯤으로 생각했던 코끼리의 귓속말과 고래의 뜀박질은 의류전공의 김도연의 신작이다.

전작 그림자 떼어 걷기에서 신비로운 시를 선사했던 작가는 어느덧 시보다는 쉽다는 소설, 그 중에도 중단편소설에 발을 붙였다. 잠시 쉬고 싶었을까?

이러한 단순한 선입견과 작은 기대를 떠올리며 책의 첫 장을 넘겼다.

코끼리의 귓속말’, ‘무게’, ‘고래의 뜀박질을 넘어가며 나는 책에 빠져들었다.

동료와의 대화가 서투른 인간이 코끼리와 소통하고, 자신의 재능을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다른 욕망으로 바꾸며, 외롭던 처녀가 욕조 속 고래와 대화를 나누는 사건들이 처음에는 괴상하게 다가온다. 그 순간을 넘기면 온갖 의문이 떠오르고, 그 다음은 그 주인공들과 점점 동화되어 따듯함과 연민을 느끼게 된다.

책은 우리가 처음 접하는 그러한 느낌은 아니다.

괴상하면서도 빨려들게 하는 내용은 안톤 체홉의 소설을 보는 듯 하고, 그 안에서의 반전은 로맹가리의 글을 닮았으며, 따뜻하면서도 가벼운 부분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그리고 모든 사물과 함께 호흡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카잔차키스의 조로바와 닮아있다.

 

모든 사람들은 부족하다. 그래서 무리를 이루고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사는 것이 사회이고 가족이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들은 결여라는 빈 공간을 가족 또는 주변으로 부터 매우지 못하고 혼자 끝없이 매몰되어 간다. 거구의 소녀가 그러했고, 비만의 작가가 그러했으며, 벙어리의 마라토너 또한 부유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 구조주의적으로 사회를 바라보았던 미셀 푸코가 광기의 역사에서 인간이 광인과 일반인을 분리하고 그들을 새로운 이름으로 지칭함으로써 그들은 태어났으며, 전쟁으로 비어졌던 감옥에 채워졌듯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일반인과 다른 약점으로 지칭되어 소외되고 분리되어 자신의 공간 속에 가두어진다.

하지만 이 소설의 가치는 그 소외된 계층이 그와 소통하는 허상 또는 다른 부류로 부터 자신이 도움 받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도움을 주는 주체로써 가치를 부여받고 사회의 떳떳한 존재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 내면의 치유는 내 안에 있던 부존재의 공허를 뛰어 넘는 새로운 용기와 희망으로 치유되며 그럼으로써 주체를 확립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조금은 아쉽다. 이야기의 끝을 보여줌으로써 다음을 상상하지 못함이,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써 현실과 약간 괴리되는 것이, 하지만 끝까지 눈을 띄지 않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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