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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길을 묻다 - 영상아포리즘 01
김판용 지음 / 예감출판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자연을 포함한 이 세계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우리가 매일의 일상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연 그대로 깨끗한 공기가 있기 때문이며, 마음이 아프고 삶의 짐이 무거울 때도 우리는 자연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 이 모든 게 어떤 지불대가도 필요치 않는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니던가. 정말 우리는 한 생을 살아가면서 공짜로 눈으로 즐기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리고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선조들이 물려준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지키며 아름답게 보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저자인 김판용씨는 시인이며 문화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국내의 이곳 저 곳을 돌며 직접 찍은 사진과 글을 한권의 책으로 엮어 낸 것이다. “꽃들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책에는 살아 숨 쉬는 듯한 꽃과 나무, 우리들의 아름다운 시골 정취까지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직접 쓴 글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일상의 풍요로움을 전해준다.
『모든 생물들은 잉태하는 순간부터 목숨을 건다. 우리가 보는 꽃들은 모든 산모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이를 낳듯 그렇게 목숨을 걸고 핀다. 그냥 나무 안에서 쉬는 편안함을 버리고, 설레고 두려운 마음으로 꽃을 피우듯,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냥 집과 직장만을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 같은 삶이라면 고민이 없다. 그래서 반복된 일상에서 일탈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남달라야 하고, 남다르기 위해서는 용감해야 한다. 결국 용기란 앞으로 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에너지인 것이다. p41』
없는 것도 서로 나누고 부족한 것을 채워가며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던 그 정겨운 삶의 정취를 지금의 현대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어떤 일이 있는지, 그 어떤 관심도 두지 못한 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삶에 충실한 삶이 가끔은 메마르고 닫혀있는 벽 같다. 이런 이기와 시기, 물질적인 욕망을 넘어서 다시금 고향으로의 귀농을 선택하는 이들도 최근에는 많이 생겨나고 있다. 내가 진정 꿈꾸는 삶이 바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인데 언제쯤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꾸 죽고 싶은 것은 삶의 애착 때문이다. 또 떠나고 싶다면 우리가 너무 깊이 일상에 박혀 있었다는 것이다. 자유롭고 싶다는 것은 너무 많은 끈들이 우리를 옭아매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늘의 허허로운 구름이 일시적으로는 부러울지 모르지만, 금방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에서 결국 끈이 없으면 실존이 없음을 느낀다. 너무 많은 끈 때문에 숨 쉴 수 없다면 당신의 삶을 많은 것들이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화를 입었을 때, 얽어맸던 밧줄들이 당신을 매만져줄 것이다. p130』
우리는 잃고 난 후 후회하고 번민에 휩싸이는 실수를 종종 저지르곤 한다. 이제는 그런 탄식을 거듭하기보다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그 안에서 행복을 누리며 느림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삶의 지치고 힘든 이들은 자연의 흐름에 맞춰 물 흐르듯이 어떤 조바심도 내지 말고 자연에 내맡긴 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저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