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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평점 :
방심했다.
책 소개를 보았을 때, 나는 사고로 아내를 잃은 철부지 소설가가 같은 사고로 모친을 잃은 아이들을 만나 서로 보듬고 치유하는 하트풀한 감성 에피소드를 읽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니시카와 미와씨가 풀어나가는 상실의 이야기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아내가 죽어도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던 주인공. 소설가라는 직업의 영향인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조차도 그저 3인칭 시점으로 담담하게 바라보는 것 같던 그가 아이들과 만나 조금씩 변해가면서, 동시에 상실감을 자각하고 마주하는 모습이 읽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을 먹먹하게 만든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리저리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실들을 천천히 실타래를 돌려가듯 풀어가는 작가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