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공간 - 한·일 차실 건축공간의 미학
문철수 지음 / 명문당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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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에서 차와 관련하여 상당량의 연구논문들과 전문 책자들이 발간됐지만 ‘한·일 차실 건축공간의 미학’을 주제로 다룬 책이 발간되어 흥미로웠다. 저자는 건축가이며, 차를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으로 차실 공간에 대하여 철저하게 건축가의 관점에서만 평가하려고 한 점이 인상 깊다.

이 책의 내용은, ‘차실 공간에서 공간이 무화(無化)되어 사라져 가는 것처럼 차 마심의 의미가 형상을 초월하는 無化 과정’임과, 그것이 결국 ‘진리의 세계로 다가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평생을 살면서 집 한 칸에 한 인간의 삶이 그대로 압축되어 보인다면, 차인들에게 차실이라는 공간은 또 다른 한 삶의 방식이 표출되는 장소이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던 차 공간을 어찌 보면 맥을 같이 하지만 극명하게 엇갈리는 한·일 관계를 건축으로 풀어내었다.

일본은 누가 보아도 분명하게 차실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은 차실이라는 공간이 따로 있지 않다. 하지만 따로 있지 않기에 모든 곳이 차실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다시 말해서 공간을 일반적인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저자는 만물이 축소되어 0(無)에 이르는 일본의 차실 공간에 반하여 한국은 무한(∞)으로 확장하여 자연과 합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물론 두 방식은 너무 다르다. 그럼에도 두 건축은 지향점이 같다고 말한다.

건축은 볼 수 있는것이라면 건축공간은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안다. 그럼에도 저자는 온갖 유형의 건물을 시대와 지역을 넘어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건축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읽기에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 차인들이나 건축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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