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자녀 수업 - 내 아이가 행복해지는 템플스테이식 교육법
승한 지음 / 경향에듀(경향미디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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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아보고 참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우선 저자인 승한 스님과의 인연은 내가 문예지를 등단하던 때였으니 얼추 10여년쯤 되었나 싶다. 그는 내실있고 비중있는 컨셉으로 문단의 화두를 끌어내던 젊은 편집진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문예지를 만들어내던 출판사 사장이었다. 그 자신 또한 신춘문예 등단 시인으로 열심히 시를 쓰고 있었기에 문학에 대한 애착과 열정은 실로 대단하였다. 그랬기에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가산을 털어가며 문예지 발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를 더욱 힘들게 한 주범은 따로 있었으니, 그것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극심한 우울증세였다. 몇 차례의 입,퇴원을 반복하며 운영되는 출판사의 상황이 좋을 리 없었다. 마침내 문예지 종간을 선언한 그는 출판사를 접고 세상으로부터 사라졌다. 사람들은 우울증으로 입원 기간이 길어진 탓에 연락을 끊게 된 것은 아닐까 막연히 짐작만 했을 뿐, 소식을 알 방도가 없었다.

 

그러던 새해 어느날이었다. 신문문예 당선 작품들을 찾아 읽다가 조선일보 동시 당선자인 그의 이름을 발견했다. 너무도 반가워 무작정 상경. 시상식 날에 맞추어 그를 찾아갔다. 지인이라곤 그의 가족 뿐 축하객은 없었다. 정신과 병동에서 쓴 시를 응모했다던 그는 이미 세상에서 잊혀진, 영락해버린 자신을 찾아와준 내게 깊은 감사의 눈빛으로 화답했다. 

이후 소식은 또 끊어졌다. 이번에는 스님이 되었다는 이야기만 어쩌다 바람결에 들려올 뿐이었다. 

 

그러다 최근 우연히 소식이 닿았다. 그는 북한산 깊은 암자에 혼자 기거하고 있었다. 나의 소식을 알게 된 그가 책과 함께 자신의 근황을 우편으로 전해왔다. 나는 그의 무탈이 너무나 반가웠다. 그는 한동안 문예지와 책을 만들던 사람이었고, 시와 동시로 유수한 중앙지 신춘문예에 등단한 시인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붙들고 놔주지 않는 무거운 생의 사슬을 누구보다도 깊이 체험한 사람이 아닌가. 그런 그가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를 통해 자기 치유에 이를 수 있었고, 나아가 자신의 아픔으로 동시대인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넬 수 있었다. 

 

그는 이 밖에도 몇 권의 산문집과 시집, 동화책을 썼다. 최근에 그는 경기도 가평 대원사에서 성인과 어린이, 가족 템플스테이를 지도했는데 이 책은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물론 이 책은 템플스테이를 체험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이해하고 따라하기 쉽도록 되어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아이가 가진 아름다운 본성에 기대어 가능성을 찾는다는 점이다. 요즘 자녀 교육의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과도한 욕망을 '너를 위해서'라는 미명으로 자녀들에게 투사한다는 점이다. 그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아름다운 존재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좋은 아이를 얻고 싶으면 먼저 '좋은 부모'가 되어야하고, 또 '아이가 좋아하는 부모가 되어야한다'고 덧붙인다. 

 

승한 스님이 제시하는 자녀 수업의 나침반을 따라 걷다보면 맑고 향기롭고 아름다운 내 아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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