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최종 목적지는 미술을 사랑하는 삶을 위함일 것이다.
안녕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가 담긴 소설이었다. 간절히 전하고 싶었던 위로, 부치지 못한 채 간직한 편지처럼 사라지지 않는 먹먹한 감정들이 전해져 오는 소설이기도 했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서도 '소설가답다'라는 말을 자꾸만 떠올렸다. 모든 문장에 마음이 담겼으며 소설 속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치유받지 못한 감정으로 남았다면 분명 이 소설은 더 먹먹했을 것 같다. 김금희 작가만의 인간의 실패에 대한 세심한 위로가 담긴 이 소설이 무척 좋다.🌊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제주에, 그것도 제주 외딴섬과 같은 마을의 고모 댁에서 영초롱은 살게 된다. 어리지만 어리지 만은 않은 나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복자를 만났다. 낯선 곳에서 가까워진 친구였고 마음이 생긴 친구였다. 하지만 복자에 대한 감정은 그리움과 미안함만 남은 채로 어른이 된 복자를 제주에서 다시 만났다. 복자를 다시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판사가 된 영초롱이 피고가 된 복자의 상황과 마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제주의 이방인이었던 영초롱에게 복자는 어떤 의미였을까? 복자를 통해서만 제주의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겠다던 그 의지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런 영초롱이 판사가 되어 낯선 타인의 삶에 결정을 내리는 직업으로 살아간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타인의 행동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부터 보이지 않는 이면에 담긴 타인의 행동에 더 깊이 들어가야 하는 일과 자신을 완전히 분리한다는 게 가능할까? 어릴 적 복자에게 그랬던 것처럼 복자의 재판은 변함없이 영초롱에게는 미안한 감정의 연속이었을 것 같다. 감정을 떼어 놓아야 하는 일이지만 그게 가능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제주를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 더 궁금했다. 소설을 읽고 난 후에는 제주라서 더 서글펐지만 말이다. 실패와 상처를 머금고 낯선 제주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고모의 삶과 어른이 되어서 다시 제주로 돌아온 복자와 영초롱의 삶도 모두 제주였다. 온 숨을 참고 바다 저 깊은 곳까지 내려갔다가 수면 위로 올라와 오래도록 참았던 깊은숨을 내뱉은 해녀들의 여자들의 삶에 대해 떠올리게 했다.🌊소설을 다 읽은 후의 작가의 말을 읽으며 제주의 의료원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도 했다. 기사를 읽으며 간절했던 복자를 떠올렸고 엄마와 태아가 한 몸이라는 문장에 감정이 일었다. 여성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에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P. 215 복자의 말을 들으며 오름을 내려가는데 맑았던 날씨가 또 바뀌어 서리가 흩날렸다. 나는 지금 눈가에 번지는 건 눈물이 아니라 서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대화가 가능한 오름에서의 날이란 전혀 불행하지 않다. 불행이 침범할 수가 없고 슬픔이 흩날리지 않는다. 복자도 울지 않으니까 나도 울 수가 없다.
나는 차별하는 사람에서 먼 사람인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배려라는 입장에서 고르고 골라 선택했던 아무렇지 않은 말들 속에서도 '차별'이 녹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책을 읽기 전과는 달리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제목이 조금 더 부끄럽게 와닿기도 했다. 내가 하는 말들의 전제 조건 속에서 나는 항상 차별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저 내 입맛에 맞는 나만의 기준으로 차별을 정의하는 삶을 살아 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듯 모든 이들에게 차별은 상대적이다. 하지만 이 책 한 권을 읽는 동안에는 진정한 평등을 알아가기 시작한 한 사람으로서의 당당한 마음이 자리 잡은 기분이었다. 📚차별은 만연하다.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고정관념처럼 자리 잡은 잘못된 인식으로부터 소수자가 아니기에 이해할 수 없는 소수자의 입장에서 시선을 던지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차별 없이 서로를 연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과거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장애인, 성소수자, 교육 등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차별에 대해 말한다. 무수히 많은 경험들 속에서 타인에 대한 차별은 분명 나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더 많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다름을 느낄 때 생겨나는 것이고 이미 차별이라고 인지하지 못할 만큼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P. 11 이 책은 이런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고민에서 출발했다. 희망적인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별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다만 차별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선량한 시민일 뿐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을 곳곳에서 만난다.📚차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자 한다. 차별 받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고난 후에 평등으로 나아가는 길은 더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나 한 사람의 차별에 대한 올곧은 정의와 평등에 대한 인식 만큼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