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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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전문학,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을 다시 읽었다. 다시 읽게 된 계기가 있었다. 지난달 독서모임에서 내가 추천한 도서였던 '도련님'이 선정된 덕분에 다시 읽는 계기가 되었고 덕분에 책 선물도 받았다. 사실 도련님은 워낙 좋아하는 소설인지라 다시 읽지 않아도 될 만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다만, 지난달 독서모임에서 읽을 때 출판사마다 번역의 차이가 있기에 도련님 역시 다른 출판사의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확실히 차이가 느껴지기도 했다. 앞서 읽었던 책보다는 조금 더 쉬이 읽히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만큼 깊이감이 덜 한 느낌도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던 도련님이었다. 3년 전에 읽었는데, 그때 썼던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아무래도 마츠야마 여행을 다녀와서 인상 깊었던지라 여행지에 대한 소개도 많았고 도련님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도 적었는데, 그때는 그저 솔직한 담백한 도련님으로 남아주길 바랐지만 3년 사이에 사회에 조금 더 적응한 어른이 되었는지 다른 생각들이 들기도 했다.
P. 15



다른 사람 몰래 혼자 치사하게 득보는 것만큼 싫은 것이 없다. 물론 형과는 사이도 안 좋았지만 그렇다고 형 몰래 나 혼자 사탕을 받아먹거나 색연필을 받아 챙기기는 싫었다. 한 번은 "왜 나만 주고 형은 주지 않는 거야?"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기요는 이렇게 대답했다. "형님은 아버님이 많이 사주시니까 걱정할 것 없지요." 이건 불공평하다. 우리 집 영감이 꽉 막히긴 했지만 사람 편애 따위나 하는 치사한 사람은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솔직했던 도련님, 정의롭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까? 장난을 쳐서 잘못하더라도 장난을 쳤으니 당당히 혼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저 어린아이의 행동이라면 어쩌면 칭찬해줄 만한 행동인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작은 시골 학교의 수학 선생님으로 갔다. 세상을 정의롭게만 보는 도련님의 사회생활은 어땠을까? 저다마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사회를 배우기보다는 거부한다. 그런 새내기를 적응 시키려는 노력과 달리 좀처럼 좀 잡을 수 없는 행동을 보며 처음 읽을 때만 해도 '결국 변해가겠지!'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어쩌면 난 그런 도련님을 보고 조금은 바뀌기를 바랐다. 다른 교사 보다 월급을 조금 더 올려준다고 할 때도 군소리 없이 받기를 바랐고 때로는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 감출 줄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사회생활의 시작이 힘든 이유인 것 같다. 내 마음과는 다르게 선택해야 하고 말해야 하는 것들 그리고 그러면서 어쩐지 나 자신은 잃어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누구나 그렇고 사회에 적응해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회는 결코 변하지 않을 테니까!



P. 9



난 거짓말은 못 하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할 수 없다. 속아서 여기까지 왔으니 포기하고 돌아가자고 생각했다.

도련님의 성격을 나타낼 수 있는 문장을 모으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까지 모으다 보니 책 귀퉁이를 잔뜩 접어야 했다. 그만큼 공감이 갈 때도 있었고 고작 3년 전이지만 그때와 다른 마음으로 읽고 있는 나 자신이 조금은 씁쓸했다. 그때는 조금은 '나도 도련님처럼!'하는 생각도 조금 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P. 49



어느 날 거센 바람이 "아무리 혼자서 불공평하다고 외쳐도 달걀로 바위 치기지"란 말을 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이건 두 사람이건 불공평한 것은 불공평한 것이고 정의는 반드시 이기는 법이다.
정직하게 사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련님이 변했으면 하고 느꼈던 건, 결코 정의롭지 않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건 아니다. 정의로운 사람이면서 그저 내가 좋은 사회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때로는 조금 억울한 것 같아도 아닌 것 같아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부 다 할 수 없으니!



다만 마음으로는 잊지 않는 것, "한 건 한 것이고, 안 한 건 안 한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풍자소설인 도련님! 권력 앞에 굴하지 않는 도련님은 역시 세상 물정 몰라서 용감하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가다고 그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도련님은 사회에 굴하지 않고 학교를 박차고 나와서 기요와 살기 위해 도쿄로 돌아갔다. 나와 맞지 않는 그 사회에서 어울리기보다는 그만두는 쪽을 선택하는 도련님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저마다 다른 인물들이 더해지니 훨씬 재밌게 읽은 소설이기도 했다. 어쩌면 다소 무거운 소재지만 그리 무겁지 않게 풀어낸!



P. 76



생각해보면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은 나쁜 길로 들어서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나쁜 것에 물들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믿고들 있는 것 같다. 가끔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 부잣집 도련님' 하면서 비꼬곤 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거짓말하면 안 된다, 솔직해야 된다'라고 가르치지 말고 차라리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사람을 의심하는 기술' '사람 등치는 술책'을 가르치는 편이 이 세상을 위해서도 그 사람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중에 분명 다시 꺼내 읽을 소설이기도 하면서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야지 싶었다. 이 달 독서모임에서는 또 어떤 얘기를 나눌지 궁금하기도 하다. 딱, 모임에서 토론하기 좋을 것 같아서 추천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독서모임을 나간 이후의 장점이 생겼다면 책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읽게 됐다는 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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