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세계문학 마음바다 5
찰스 디킨스 지음, 안경환 옮김 / 홍익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영화<The Invisible woman>를 만난 적이 있다.

 

연극을 광적으로 좋아하던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45세에 만난 무명의 연극배우 엘렌 터넌과의 사랑을 그린 것으로 랄프 파인즈가 디킨스 역을 맡았다.

영화는 그녀의 존재를 외부적으로 부정하는 디킨스와 유명인의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서 살아가는 여성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 차 있다.

디킨스는 그녀와의 사랑 때문인지 1858년에 아내와 이혼을 한 후 엘렌 터넌에 대한 정열을 카턴의 사랑으로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긴박하게 담아낸 소설을 1859년에 집필하였다.

 

두 도시 이야기,

세상을 거대한 감옥으로 보는 디킨스가 타락한 사회의 재건은 우정, 가족의 사랑, 영웅적인 희생만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썼다는 이 책이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우리에게 소개되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해박한 지식과 가장 적절하고 격있는 언어의 사용으로 흡사 강독하는 느낌을 들게 해 주었던 前국가인권위원장인 안경환 교수가 번역을 다시 맡았다.

그는 은퇴할 즈음 디킨스나 허먼 멜빌같은 작가의 작품 속에 담겨 있는 여러 법률적 지식들에 대해 일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고전을 번역, 해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적이 있었는데, 기어코 이번에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와 허먼 멜빌의 중단편선을 번역해 냈다.

두 도시 이야기는 디킨스가 상상의 끈을 단단히 거머쥐고 특별한 관심과 주의를 쏟아 세심한 관찰자의 자세를 견지하려고 애쓰면서 점차 익숙해진 관념이 발전하여 구현된(p.45) 소설이다.

 

너무도 유명해져버린 첫 구절로 소설은 바로 그 장엄한 모호함으로 우리를 압도해 들어간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It was the best of times, it was the worst of times,)

지혜의 시절이자 몽매의 시대였다.

(it was the age of wisdom, it was the age of foolishness,)

믿음의 세월인가 하면 또한 불신의 세월이었다.

(it was the epoch of belief, it was the epoch of incredulity,)

광명의 계절인 동시에 암흑의 계절이었다.

(it was the season of Light, it was the season of Darkness,)

희망의 봄이 곧바로 절망의 겨울이었다.

( it was the spring of hope, it was the winter of despair.)

 

나는 이 첫 시작에서 목이 메인다.

1700년대 후반 전 유럽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았던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각의 개인들이 어떻게 휩쓸려 갔는지를 보여주는 디킨즈의 이 압도적인 예언이자 증언이다.

이 부분만으로도 고전이 갖는 힘을 기세등등하게 내보여준다.

 

홉스봄의 혁명의 시대에서는 이중혁명을 거론하였는데, 영국의 산업혁명이 자본주의 경제를 낳았다면 프랑스 대혁명은 자본주의 정치를 낳았다고 평가한다.

홉스봄은 단지 도버 해협을 사이에 둔 서로 다른 나라에서 나타났을 뿐 두 혁명이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혁명이라 칭한다.

 

두 도시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을 그 시대적 배경으로 삼는다.

두 도시란 물을 것도 없이 런던과 파리이다.

디킨스 역시도 혁명의 발단이 되는 모든 시대적 배경들이 프랑스에서만 고립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 혁명은 유럽 전역에서 발생하여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간 전유럽의 혁명이었다고 생각한 듯하다.

혁명의 분위기는 고요하게 죽은 듯이 무르익고 있었으며, 디킨스는 운명과 죽음 앞에 놓여 질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서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시대의 운명은 어딜 가나 빈곤이 동행했던 파리 생앙투안에서 더욱 그 향이 진해지고 있었다. 

 

빈민에 대한 애정을 주저하지 않았던 디킨스에게 소설은 역사라는 마차의 바퀴처럼 엇물려 돌아가기 시작하는 개인들의 이야기이다.

1789714일 바스티유는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현장이 되었다.

그리고 혁명은 시작하자마자 변질되었다.

이른바 공포정치의 시작이다.

공포의 격랑 속에서 마네트와 다네이, 드파르주와 에브레몽드의 복잡한 얼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소설은 분절되는 시간이 더욱 짧아지고, 구성은 더욱 연극적(혹은 영화적)으로 구성되어 소설 속의 인물들과 소설 밖의 사회와 독자들을 모두 휘몰아간다.

혁명은 스스로 제동장치를 잃어버렸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기요틴, 두 도시를 가르는 기요틴, 최고이자 최악, 지혜이자 몽매, 믿음이자 불신, 광명인 동시에 암흑, 희망이 곧 절망을 일도양단할 카론의 기요틴이 유럽 전체에서 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선명한 날빛위로 그들이 오늘 흘린 피가 어제 흘린 피와 섞이기도 전에 내일 섞일 피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열두 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 열두 시도 영원 속으로 물러났다. / 한 시를 치는 시계종소리가 들렸으나 그는 놀라지 않았다. / 시계가 두 시를 쳤다. / 그 시각 마담 드파르주는 미스 프로스와 제리가 의논을 주고받고 있는 주인이 떠난 집으로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 더 멋진 말을 찾느라 질질 끌었지만, 마침내 이것으로 연설은 끝났다. 그 시각, 거리를 걷고 있던 마담 드파르주가 시시각각 목적지에 다가오고 있었다. / 맙소사! 수백 마일이나 떨어진 템플 바라니, 마담 드파르주는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 시계 종소리가 세 시를 알린다.

 

세 시는 이 소설의 종점의 시간이다.

칼끝에 서있는 듯한 시대, 이 놀라운 긴박감의 시간적 구성은 영화보다 더욱 현란하다.

그리고 그 날 세 시, 디킨스는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영웅적인 희생과 사랑을 처연하게 그려낸다.

 

러셀은 두 도시 이야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켜세웠다.

유능한 작가가 독자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음악 - 사랑과 페이소스와 인간 숙명의 로맨스 - 이 모든 것들을 이 한편의 작품에서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무엇보다도 고귀한 것은 카턴의 자기희생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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