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 나는 왜 아직도 연기하는가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이순재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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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연기자 이순재의 삶을 담은 책이라고만 평하기엔 아쉬운 책이다. 이 책은 2008년에 있었던 제33회 관악초청강연을 책으로 펴낸 결과물인데, 이순재 선생님의 알찬 강연뿐만 아니라 패널과 청중의 질의응답, 사회자의 사회가 모두 수록되어 있어 마치 강연을 직접 듣는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요즘은 영상이라는 매개물이 더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추세이지만,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어보며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책이라는 매체로 펴낸 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의 부제는 나는 왜 아직도 연기하는가이다. 한 분야에서 몇십년을 계속해서 일해오고 도전해 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종사해온 분야이니만큼 연기라는 분야에 대한 이순재 선생님의 통찰력이 돋보였다. ‘연기가 단순히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걸어온 그의 행적을 보며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연기를 항상 창조적 욕구를 촉발시키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는데, 이 정의가 산출되기까지의 그의 경험에 대한 부분도 뜻깊었지만, 이 정의를 내릴 수 있는 확신을 가진 그의 태도에 주목하고 싶다. 어떤 것에 대해 확신에 차서 정의를 내리는 경우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 자신의 얕은 지식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섣불리 정의내리는 부류, 또 다른 부류는 정말 많은 경험과 배움을 통해 깨달은 지식을 바탕으로 정의내리는 부류다. 이순재 선생님은 후자에 속하는데, 그 이유를 이 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이를 찾으면서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한 가지 이유를 미리 제시하자면 그는 연기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 뚜렷한 한 편,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의 새로운 기회로써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선생님께서도 언급하신 야동순재로 유명했던 장면은 일말의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각본은 절대로 있을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아온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가 2020년 현재까지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연기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연기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류를 잘 읽는 자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이순재 선생님의 예술에 대한 진지한 생각은 독자로 하여금 상업주의가 팽배한 현실에서 예술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 책에서 그는 예술성시대와 장소, 인종의 변화와 상관없이 똑같은 가치관을 가지고서 우리가 존중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텔레비전의 보편화로 대중문화가 급성장하면서 몇십년 전부터 유튜브, 틱톡을 비롯한 영상을 매개로 한 플랫폼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더더욱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고 컨텐츠의 질은 저하되며 예술성을 잃어가는 문제가 항상 제기되어왔다. 이순재 선생님은 이에 대해 자존심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말씀하셨다. 우리 문화 컨텐츠의 질이 계속 향상, 유지되기 위해서는 능력인격에서 우러져 나오는 자존심이 필수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껍데기뿐만 아니라 속까지 단단해져야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소신 있는 말에서 우리는 예술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 서평자 개인적으로는 예술이 존중받는 그 가치와 이유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자 하는 다짐이 들었다. , 능력과 인격 면에서의 자존심을 바탕으로 단단한 내공을 쌓아야한다는 그의 조언은 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있는 이들에게도 자신의 분야를 어떻게 개척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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