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철학의 향연
양운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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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권에서는 문사철이란 말을 쓴다. 인문학의 대표 선수(?)인 문학, 역사,철학을 가리킨다. 문학, 역사, 철학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문사철로 묶는게 하등 이상할게 없지만, 기실 이중 한가지 분야라도 제대로 공부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독일 시인 횔덜린은 물었다. "궁핍한 시대에 시인들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인류역사에서 궁핍하지 않은 시대가 있긴 했는지 모르겠으나, 횔덜린도 (오늘날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사는 시대가 궁핍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인의 존재의 의미를 물었다. 이점에서 문학과 철학은 2인 3각 경기의 파트너 처럼 한쪽 다리를 서로에게 묶고 달려야만 한다. 


말은 참 쉽다. 문학과 철학은 함께 가야 한다고.  문학자는 문학자고, 철학자는 철학자다. 애시당초 하는 일이 다르고, 관심을 갖는 주제도 다를 수 있다. 사랑은 인간에게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문학과 유행가의 중요한 주제가 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10권이 넘는 서양 철학사에서 사랑에 대해 글을 쓴 철학자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근데 양운덕은 철학과 문학이 함께 달려야만 하는 이유를, 함께 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나아가 어디로 달려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인내심이 강한 독자라도 끝까지 읽어'내기' 힘든 작가로 카프카를 꼽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카프카의 <법앞에서>를 데리다가 어떻게 읽는지에 대한 양운덕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머리가 끄떡여진다. '이해'가 가는 것이다. 


<문학과 철학의 향연>은 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걸 이해하는 쾌감을 준다. 구조주의로 대표되는 난삽한 프랑스 현대철학에 대한 지식은 뽀나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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