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0
이장욱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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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작가의 장편 소설,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을 읽었다. 소설은 총 11개의 목차로 이루어져 있다. 곧바로 감상부터 말하자면, 몇 단락을 읽자마자 이장욱 작가 글 진짜 잘 쓰네…….’하고 감탄할 정도로 놀라운 소설이었다. 이장욱 작가의 소설을 몇 편 읽어봤었는데, 그를 좋아했던 이유가 새삼 환기될 정도랄까. 문체의 시니컬한 리듬이 유려한 묘사로 이어져 바다의 이미지를 놀랍도록 미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짙은 안개 낀 바다와 물빛, 녹슨 건물 같은 것들. 아스라이 빛나던 존재의 사라짐과 반짝임. 찬란한 것들의 침잠. 솔직히 근래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압도적인 분위기를 가진 소설이라고 느꼈다.

간단히 줄거리를 요약하자면그러나 이번만큼은 줄거리를 다 밝히고 싶지 않다. 다들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너무너무 좋은 소설이라 오히려 줄거리를 모른 채 그냥 읽어보셨으면 하는 마음……😽모수와 함께 바닷가에서 해변 여관을 관리하던 이 모수가 죽고, 철거를 앞둔 여관을 관리하고 있다. ‘해변 여관의 유일한 손님이자 장기 투숙객인 은 전 연인이자 동거인이였던 한나와 이별 후 여관에서 지내고 있다. 와중 연은 죽은 모수의 유령을 보고, 천은 배우이지만 연기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등, 희부윰한 안개 속에서 서사가 이어진다. 한편, 세계는 점차 멸망의 길을 걷게 되는데, 기온은 점차 높아지고 모종의 바이러스가 퍼지는 등 다양한 재난 상황이 묘사된다. 이러한 종말 이후, 해변 여관 사람들은 과연 어떠한 길을 걷게 될까?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모수의 관계이다. 둘은 일면식도 없는 관계로 묘사되지만 실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두 번이나 스친사이다. 나는 이장욱 작가가 이러한 연결성에 중점을 두고 서술을 진행하는 방식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결국 이 소설은 관계에 관한 소설인데, 그렇다면 인간의 관계라는 것.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누군가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그 사람과의 관계가 발생한다는 것, 그게 나와의 삶에 연동된다는 것.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도 파도와 바람이 쉴 틈 없이 밀려오는 것처럼, 사실 타인은 언제나 거기에 존재했음에도 내가 인식하는 차원은 또 다른 이야기다. 소설에서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상호 관계성을 미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접근한 이유도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은 뜨거운 여름, 반짝이는 모래사장과 밀려오는 파도, 동시에 짙은 안개와 무너진 존재들을 혼몽하게 섞어둔 소설이다. 환상적이고 폭발적인 소설이다. 이장욱 작가가 보여주는 상실 주체들의 침잠하는 세계. 다들 꼭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 좋았던 문장들

 

하지만 삶은 추리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막이라고 연은 결론을 내렸다.”(15)

 

무거운 바람이 불었다. 여름과 여름과 여름의 끝에 잠깐씩 겨울이 오는 느낌이었다. 바닷물은 방파제를 넘어 해안 도로로 조금씩 밀려들었다가 오후가 되면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17)

 

밤의 바다는 검고 검어서 보이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도 파도는 밀려오고 바람은 불어오고 해변여관의 창문은 흔들렸다.”(31)

 

들어봐요. 저 거대한 소리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잖아. 그것이 나를 두렵게 해.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것들과는 싸울 수 없다.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것들을 향해 소리를 지를 수는 없다. 항의할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고 미워할 수도 없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이유로.”(32,33)

 

📌 저자 소개

2005<문학수첩작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고백의 제왕』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트로츠키와 야생란,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천국보다 낯선』 『캐럴이 있다.

 

📌 이장욱,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현대문학

 

위 도서는 현대문학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무상 제공과는 관계없이 진솔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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