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책을 읽으면서 K의 질문에 대해 누군가의 천재적인 능력과 범죄 본능을 한꺼번에 끌어낸 그 ‘기회’는 무조건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에술이든 기술이든, 어떠한 분야에서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 그 결과물을 만드는 동기와 과정에서 비도덕적이고 범법적인 행위가 있다는 것을 용인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그러한 측면까지 고민을 해야하는 것도 그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백성수의 입장에 있다면, 그 행위가 살인이나 방화보다 정도가 약한 비도덕적인 행위라 하더라도, 내가 만든 결과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하지만 그 결과물이 내가 간절하게 바라온 꿈을 이루게 해 준다면, 그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을 하고서도 나는 백성수의 행동을 떳떳하게 비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창작자의 입장이 아니라도, 충격적일 만큼 아름다운 예술을 접하고 소비하였으나, 그 예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도덕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그 소비를 완벽하게 끊어낼 수 있을까.

실제로 내가 즐겨 듣던 노래를 부른 가수나, 내가 좋아하던 개그맨이 과거에 비도덕적인 행위를 하였다는 걸 접한 후에도 겉으로는 그를 비판하면서도 그의 노래나 개그를 남몰래 소비해 본 경험이 있던 나로서는 그 기회를 저주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 선뜻 그렇게 나서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래도 이 소설 내용 그대로 보았을 때, 방화나 살인은 도저히 용인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이긴 하다. 나는 그냥 방화나 살인이 아닌, 조금 더 일상적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어떤 ‘기회’라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천재와 함께 범죄 본능까지 끌어내었다 하면, 우리는 그 ‘기회’를 저주해야겠습니까, 혹은 축복하여야겠습니까." - P29

"죄를 벌해야지요. 죄악이 성하는 것을 그냥 볼 수는 없습니다." - P30

"백성수의 그의 예술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의 문화를 영구히 빛낼 보물입니다. 우리의 문화의 기념탑입니다. 방화? 살인? 변변치 않은 집개, 변변치 않은 사람 개는 그의 예술의 하나가 산출되는 데 희생하라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천 년에 한 번, 만 년에 한 번 날지 못 날지 모르는 큰 천재를, 몇 개의 변변치 않은 범죄를 구실로 이 세상에서 없이하여 버린다 하는 것이 더 큰 죄악이 아닐까요. 적어도 우리 예술가에게는 그렇게 생각됩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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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앞으로 내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 데미안을 이미 한 번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인생을 살면서 방황이라는 것을 겪어 본 적이 없었고,
내 인생은 앞으로 평탄하게, 아무런 고비를 겪지 않고 흘러가리라 굳게 믿을 때 였다.
그때 읽은 데미안은 내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았고,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읽으면서도 계속 지루해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책을 읽었으나, 읽은 기억만 있고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현재 방황하며 난생 처음으로 큰 고비를 겪고 있는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모든 문장이 마음에 콕콕 박혀서 읽는 것을 멈추기가 힘들었다.

내가 고민하는 것 내가 괴로워 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이렇게 잘 이해해주고 알맞은 조언을 해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이름을 들으면 좋은 학교라고 생각할 만한 곳에서 석사 학위를 얻었다. 그 학교에서 석사를 하면 무조건 좋은 곳으로 취직이 될 거라는 그런 학교이다. 하지만 나는 그 학교에서 석사를 했던 것을 무척이나 후회하고 있다. 학교 이름이 뉴스에 나오면 당장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을 만큼 악몽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그 학교를 다니면 나의 꿈을 펼치며 많은 것을 배우리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무엇인가 턱 막힌 것처럼 내 뜻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만 느꼈었다.

졸업을 한 이후에는 그 무력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많은 고민을 하고 방황도 하고 있다. 사회에서 나에게 바라는 길, 머리로는 나도 그 길을 따라야 하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 도저히 내키지 않는 길. 하지만 섣불리 마음이 따르는 대로 했다가 정말 모든 것이 잘못되어 버리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데미안을 읽으며 어느 정도 해답을 얻은 것 같다.

모든 길을 좋은 것만 있을 수는 없고
또 나쁜 것만 있을 수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니 그냥 순간순간 내 마음이 따르는 대로 가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데미안을 읽었다고 해서 모든 정답을 명쾌하게 얻은 것은 아니다. 아직은 어떻게 해야 나의 무의식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고, 수많은 선택 앞에서 내 우유부단한 마음을 잡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길을 선택해도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또 불행만 있지는 않을 것이니
마음이 따르는 대로 선택하고 그 후에 따르는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 이 책의 해설 부분에서 헤세의 편지을 인용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시대는 더 섬세한 젊은이들을 힘들게 합니다. 어디서나 인간을 획일화하려 하고, 그들의 개인적 특성을 가능하면 잘라내려 합니다. 영혼은 그에 맞서 항거하는데 그건 정당한 일이죠. (...) 그것을 진지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런 체험들을 극복하고, 그가 강한 사람이라면 그는 싱클레어에서 데미안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주입식 교육의 영향으로 인간을 획일화하려하는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내 스스로의 영혼을 지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영혼을 지켜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더라도 망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싱클레어들, 화이팅!

인간은 누구나 저 자신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현상들이 교차하는 지점, 단 한 번 뿐이고 아주 특별한, 어떤 경우에도 중요하고 특이한 한 지점이다. 단 한 번만 그렇게 존재하는, 두 번 다시는 없는 지점이다. 그래서 각자의 이야기는 소중하고 영원하고 거룩하며, 그래서 어쨌든 아직 살아서 자연의 의지를 충족시키는 인간은 누구라도 극히 주목할 만한 경이로운 존재인 것이다. - P8

모든 사람의 삶은 제각기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의 시도이며 좁은 오솔길을 가리켜 보여준다. 그 누구도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이 없건만,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 어떤 이는 둔하게, 어떤 이는 더 환하게, 누구나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누구나 제 탄생의 찌꺼기를, 저 근원세계의 점액질과 알껍질을 죽을 때까지 지니고 다닌다. 어떤 이들은 결코 인간이 되지 못하고 개구리나 도마뱀이나 개미로 남아 있다. 어떤 이들은 상체는 인간인데 하체는 물고기다. 하지만 누구나 인간이 되라고 던진 자연의 내던짐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기원, 그 어머니들은 동일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심연에서 나왔다. 하지만 깊은 심연에서 밖으로 내던져진 하나의 시도인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오직 자기 자신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 P9

"사람은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지.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자기를 지배할 힘을 내주었기 때문이야." - P48

내 어린 시절에 대해, 아버지와 어머니 곁의 안전함, 부모님을 향한 사랑, 온화하고 밝고 좋은 환경에서 충분히 놀면서 보낸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멋지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일이 되리라. 하지만 내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이르기 위해 내디딘 삶의 발걸음들뿐이다. 모든 아름다운 쉼표, 행복의 섬과 낙원, 그 매력을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것들을 먼 광채 속에 그대로 놓아둘 뿐, 그곳으로 한번 더 들어갈 마음은 없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나는 내게 일어난 새로운 일, 나를 앞으로 몰아가고 또 멀이 떼어낸 일들만을 이야기하겠다.
그런 자극들은 언제나 ‘다른 세계’로부터 왔으며, 그것은 언제나 두려움과 강제와 양심의 가책을 함께 가져왔다. 그것은 늘 혁명적이었고, 내가 기꺼이 머물고 싶던 평화를 위협했다. - P59

"동물이든 사람이든 모든 주의력과 모든 의지를 특정한데 집중하면 거기 도달하는 거야. 그게 다야." - P68

그렇다 해도 이번의 ‘밝은 세계’는 어느 정도 나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것은 어머니에게로 도망쳐 책임감 없이 안전함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일이 아니었다. 나 자신이 만들어내고 요구한 새로운 복부였으며, 책임과 자기 기율을 갖춘 것이었다. - P97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을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을 아프락사스다." - P110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면 자주 자부심에 넘치고 오만했지만, 또 그만큼 자주 기가 죽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따금 나 자신이 천재 같다가도 이따금은 절반쯤 미친 것 같았다. 또래 친구들의 기쁨과 삶을 함께 누리는 일이 내게는 잘되지 않았다. 내가 희망 없이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아서, 삶이 내게는 닫혀 있는 것만 같아서 때때로 스스로를 비난과 근심으로 괴롭혔다. - P131

"자넨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 그가 말했다. "음악이 도덕적이지 않아서 좋다고 말이야. 좋을 대로. 하지만 자네 자신도 도덕가가 되어선 안 되는 거야!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게.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었다면 스스로 타조가 되려고 해서는 안 돼. 자넨 이따금 자신을 괴짜라 여기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고 스스로를 비난하지. 그런 짓을 말아야 해. 불꽃을 들여다보게, 구름을 올려다보게. 예감이 나타나면, 영혼 안에서 목소리가 말을 시작하면 그 소리에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고,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지 또는 그 어떤 신에게 어울리는 일일까 묻지 말게! 그런 질문은 자신을 망칠 뿐이니까. 그랬다가는 보행자 도로를 걸으면서 화석이 되고 말지. 친애하는 싱클레어, 우리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야. 그 신은 신이며 동시에 악마지. 자기 안에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 아프락사스는 자네의 생각 그 어느 것고, 자네의 꿈 그 어느 것도 반대하지 않아. 이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게." - P132

"지금 사람들의 함께하기란 그냥 패거리 짓기일 뿐이야. 사람들은 서로서로가 두려워서 서로에게로 도망치는 거지. 신사들은 신사들끼리,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끼리, 학자들은 학자들끼리 말이지! 그럼 그 사람들은 어째서 두려워하느냐? 인간은 자기 자신과 하나가 아닐 때만 두려움을 갖는 법이야. 자기 자신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거지. 그러니까 자기 안에 있는 모르는 존재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끼리의 공동체인 거야!" - P163

대학생들이야 술판을 벌이고 얼굴에 문신을 하라지. 세상이야 썩어빠져서 붕괴를 기다리라지.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나는 오직 내 운명이 새로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기만을 고대했다. - P166

"그렇죠. 누구나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죠. 그러면 길이 쉬워져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지난 꿈을 밀어내고 새로운 꿈이 나타나죠. 그 어떤 꿈도 꼭 붙잡으려 해서는 안 돼요." - P171

"당신 스스로도 믿지 않는 소망에 매달려선 안 되죠. 당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아요. 그 소망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제대로, 올바르게 소망해야 해요. 당신 스스로 그 실현을 온전히 확신할 수 있는 방식으로 원할 수 있다면 실현도 가능할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소망한 다음에 다시 후회하면서 두려워하죠. 그 모든 것이 극복해야 할 일이에요."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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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always need to have things explained. - P9

It was a question of life or death for me.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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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읽은 ‘차근차근 클래식‘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면서 생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었다면, 이번에 읽은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은 바이올린을 배우는 동안 악보를 보면서 가졌던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었다. 하모닉스란 무엇이며 왜 이러한 소리가 나는지, 장조와 단조는 무엇이며 장조는 왜 밝은 분위기를 내는지 반대로 단조는 왜 어두운 분위기를 내는지 등등...

이 책의 저자, 존 파웰은 내가 가졌던 이러한 여러가지 의문에 대한 답변 이외에도 음악에 관한 비밀을 재치있게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를 우리의 언어로 잘 와닿을 수 있게 번역해주신 장호연님께도 감사드린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게 되면 음악을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
p.36 예컨대 오늘날 우리가 A라고 알고 있는 음은 모차르트 시대에는 ‘B플랫에 가까운 음‘이었다(모차르트가 사용했던 소리굽쇠릉 통해 알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듣는 모차르트 음악은 그가 원래 의도했던 것보다 반음가량 높은 음악이다.

B플랫은 A보다 반음가량 높은 음이니까 오늘날 듣는 음악은 모차르트가 의도한 것보다 오히려 반음가량 낮은 음으로 연주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왜 오히려 반음가량 높은 음악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 이해한 분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이해시켜 주셨으면 좋겠다.

메모
1. 모든 음악적 음에는 기본주파수와 이의 배수의 주파수의 음, 즉 배음을 함께 가지고 있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손가락을 적당한 위치에 놓고 활을 그으면 이 배음을 찾을 수 있고, 이러한 주법을 하모닉스 주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하모닉스 주법으로 찾은 배음에도 이 배음의 기음과 배음의 배음이 들어있는 것이겠지?

바이올린에서 인접한 두 현의 음높이 거리는 ‘반짝반짝 작은 별‘에서 첫 번째 ‘반‘과 두 번째 ‘반‘의 음높이 거리와 같다. - P20

기둥은 음악적 음을 만들어내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진동하는 가장 단순한 형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악기가 튜브(속이 비어 있는 기둥) 속에 공기를 주입하거나(플루트나 클라리넷처럼) 현(플라스틱이나 강철로 만든 가늘고 긴 기둥)을 흔들어서 소리을 발생시킨다. - P47

주파수에 대한 진지한 과학적 연구는 1880년대에 턱수염을 길게 기른 독일의 과학자 하인리히 헤르츠Heinlich Hertz가 가장 먼저 했다. 이후 음향을 연구한 과학자들과 음악가들은 ‘현이 초당 196회 앞뒤로 움직이는 진동 주파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좀 더 짧게 줄이려 했다. 그래서 ‘현의 주파수가 초당 196회이다‘로 줄였는데 이것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30년에 누군가가 ‘헤르츠‘라는 이름을 써서 주파수를 나타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이 현의 주파수는 196헤르츠이다‘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헤르츠는 줄여서 ‘Hz‘라고 표기한다. - P48

단순한 파동들을 조합하여 수많은 유형을 만들 수 있음을 처음 알아차린 사람은 프랑스인 조제프 푸리에Joseph Fourier였다. 그는 나폴레옹 시대에 이집트 연구, 수학, 늪지대 배수, 이렇게 밀접한 세 관련 분야의 최고 권위자였다. 엄청나게 복잡한 수학을 활용하여 그는 이러 단순한 파동들로부터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유형이든지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아냈다. - P59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C샤프단조 op.27 <월광>

베토벤 자신은 이 작품을 ‘월광‘이라고 부르지 않고 ‘환상곡풍의 소나타‘라고 표기했다. 루트비히 렐슈타프 Ludwig Rellstab라고 하는 음악 비평가가 이 작품의 1악장을 가리켜 루체른 호수에 비치는 달빛 같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 P288

가장 일반적인 화음에는 기본음(이것에 따라 화음의 이름이 정해진다)과 그것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음(주파수가 기본음의 1과 2분의 1배인 음)이 들어간다. 장음계의 1번 현으로 시작했다면, 주파수가 1과 2분의 1배인 현은 5번 현이다. 단음계도 마찬가지인데 5번 현은 어떤 경우에도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1과 2분의 1배의 주파수 음은 어떤 음계든 상관없이 항상 출발음에서 다섯 번째 음이므로 음악가들은 이를 ‘5도‘라고 부른다. 음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이 음을 전문용어로 ‘딸림음dominant‘ 이라고 한다. 으뜸음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이루면서 곡조와 화성을 지배하기dominate 때문이다.)
단순한 화음을 완성하려면 1번 현과 5번 현 사이에서 세 번째 음을 골라야 한다. 2번 현과 4번 현은 옆의 현과 인접해 있어서 서로 충돌하므로 3번 현이 적절하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장음계에서 1번, 3번, 5번 현을 골랐다. 이를 함께 울리면 ‘장화음‘이 된다. 단음계에서 같은 현을 고르면 ‘단화음‘이 된다.
장화음은 우리가 고른 주파수와 1과 4분의 1배의 주파수, 1과 2분의 1배의 주파수로 구성된다. 단화음은 중간의 1과 4분의 1배가 1과 5분의 1배로 바뀐다. 그래서 다른 두 음과의 관계가 다소 느슨해진다. - P211

단순명료한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대부분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두 가지 방식으로 으뜸음을 확인한다. 노래나 음악 작춤은 악구들로 나뉘는데, 대개 악구의 마지막에 오는 음이 으뜸음이다. ... 곡의 마지막 음은 거의 확실히 으뜸음이다. <반짝반짝 작은 별>을 예로 드라면, 중간의 ‘네‘와 마지막의 ‘네‘에 해당하는 음이 바로 으뜸음이다. - P218

반복되는 악구를 연주할 때 원래 조보다 반음이나 온음 위로 (가령 B장조에서 C장조로) 조바꿈하면 마치 음악이 기어를 바꾼 듯 환해지는 효과가 일어난다. 이것을 ‘트럭 운전사 조바꿈이라고 부른다. 혹은 ‘치즈 조바꿈‘이라고도 하는데 ‘치즈‘는 유행을 넘긴 낡은 팝음악을 가리키는 말이다. - P221

음계와 관련하여 우리가 아직 살펴보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은 음계 연습을 한다. 음악 작품을 연주하면 훨씬 더 즐겁게 배울 수 있을 텐데, 왜 이렇게 따분한 음계 연습을 강제로 시키는 걸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악기로 모든 음을 고르게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하기위해서다. 두 번째 이유는 음계의 일부로 구성된 곡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악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선율이 음계의 음들을아르페지오로 연주하거나 반복하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리 리 리자로 끝나는 말‘의 맨 뒤에 나오는 <유리 항아리>도 장음계의 음계가 하강하는 구조다. 음계의 일부가 이렇게 곡조에 자주 등장하므로 전체 음계를 구구단처럼 ‘근육 기억"에 각인시켜 놓으면 나중에 큰 수고를 덜 수 있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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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미니북 (한글판) 어린 왕자 미니북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나윤 옮김 / Goldmedia(골드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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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어린왕자를 다시 읽어 보았다. 영어와 독일어 공부를 위해 어린왕자를 영어와 독일어로 읽기 전에 한국어로 다시 읽어보기 위함이었다.

어린왕자가 모험을 떠난 별들에는 어린왕자가 생각하기에 이상한 어른들이 살고 있었다. 그 어른들의 모습은 나를 포함한 많은 어른들의 모습을 닮아 있다. 어렸을 때 어린왕자를 읽으면서 그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약 20년 동안 많은 일들을 겪고 어른이 되면서 그런 생각은 잊은 채로 나는 그 이상한 어른들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또 어렸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많은 문장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크거나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앞으로도 남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삶이 지칠 때마다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할까.

그러나 분명한 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우리에게는 숫자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 P29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어도 별일 없을 때도 있지만 그것이 바오밥나무일 경우는 반드시 큰 재앙이 되죠. - P37

"만약 누군가 수많은 별 중에 오직 한 송이 밖에 없는 꽃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저기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라는 생각에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예요.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린다면, 그에게는 한순간 모든 별빛이 사라져버리는 것과 같을 거예요." - P47

너무도 나 자신이 어설프고 서투르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그에게 다가갈지, 어디로 가야 그에게 닿을 수 있을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 P49

"나는 태양과 함께 태어났거든요." - P51

"누구에게든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하는 법이니, 권력은 무엇보다도 이치에 맞아야 한다." - P68

"남을 심판하는 것보다 스스로를 심판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법이다. 만약 네가 스스로를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다면 너는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 P70

"내가 꽃과 화산을 소유한다는 건 꽃과 화산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저씨는 별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아요." - P84

사람들은 누구나 성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 한다. - P90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올라 길을 떠나지만 정작 자신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야단법석을 떨며 급히 서두르지만 결국 제자리를 맴돌고 있죠."
어린왕자는 말을 이었다.
"다 부질없는 짓인데 말이에요…."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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