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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일러스트 특별판, 양장)
브램 스토커 지음, 페르난도 비센테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사실 알라딘에서 일한다는 것은, 내 나름대로 굉장히 큰 결심이었다. 책은 내 유년기의 오랜 친구였고, 또 이 책 때문에 내 시력의 절반 이상을 하늘나라로 보낸것부터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사방이 책으로 둘러쌓인 곳에서 일을 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굉장히 탐탁치 않은 눈빛이었다.
"일 안하고 책이나 읽고 계시려고?"
"아니 그전에 월급 다 날려먹으시는거 아닌가요?"
"일 잘하겠냐?"
라는 의심어린 시선들. 뭐, 반쯤은 맞았다. 난 아직도 책이라는 마성의 존재에게 헬렐레 하고 있었고, 월급의 전부는 아니지만 어쨌건 1/3 정도는 서적에 돈을 쓰는 형편이니까. 그런 내 앞에 보이는 고전소설들의 향연은 나를 굉장히 목마르게, 소위 말하는 '책이 마려운 상황'까지 몰고 가게 만들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이라던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같은 주옥같은(발음을 잘해야합니다) 책들 말이다. 어릴 적에 글자를 읽을 줄 알던 시기에 읽던 책의 느낌과, 단맛 쓴맛을 다 느낀 후에 읽는 문장의 배열들은 분명 다른 느낌을 줄테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다른 책들이 한두권 쌓이기 시작했고, 다 읽은 책들은 또 다시 주인을 찾아 알라딘의 품으로 돌아갔다.
어느날 아무생각 없이 알라딘을 돌아다니다가 보게 된 드라큘라 양장본. 붉은 색의 박쥐는 시력을 앗아갈 듯이 강렬한 빛이었고, 그 두께는 충분히 내 머리를 누르고도 남을 정도의 사이즈였다. 애초에 드라큘라를 읽었을 땐 그렇게 두껍지는 않은 책이었단 말이지. 그런데 그런 책이 저렇게 큰 책이었다고? 에이. 믿을 수가 있어야지....라고 살짝 되뇌며 구매는 나중으로 해야겠다고 미룬 그 책 되시겠다. 이후 연이 닿아 내 품속에 들어오게 되었고, 내게 읽힐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지만.
스포일러 성 리뷰는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굉장히 좋아하질 않으니 짧게만 말하자면... 정말 놀랍다. 적당한 순간 튀어나오는 일러스트, 큰 사이즈만큼이나 계속 이어지는 문장. 한권에 모든 내용이 들어있어서 끊이지 않는 것도 또다른 매력 되시겠다.(전에는 상 하로 나뉜 제품으로 봤었다...)
알라딘 단독출시이기 때문에 알라딘에서 일하는 게 이렇게 감사한 일이었나 싶기도 하다. 애장품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베개로는 추천하지 않는 제품, 20년이 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몰입감이 강한 제품이니 원하시는 분은 한번 구매해서 어두운 방안에 작은 불만 켜놓고 보시는 걸 추천한다. 단, 상상력이 너무 풍부해서 문장 하나를 읽는 순간 앞에 작가가 설정한 배경이 눈에 보일정도인 분들에게는 비추천.
ps. 근데 왜 내 애장판은 책등이 손상된 상태로 온것일까. 그때문에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