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챈, 커튼 뒤의 비밀 세계추리베스트 19
얼 데어 비거스 지음, 김문유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많은 분들이 ‘열쇠 없는 집’과 ‘중국 앵무새’를 보고 많이 실망 하셔서 이 작품까지 안 봤다라는 말씀들을 하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앞의 2작품을 상당히 재밌게 읽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 분들의 비판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면도 있지만 그래도 그런 분들께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은 비거스는 아직 초보였다는 것이다. 잘 생각들을 해보시라 비거스가 비록 그 이전에 글을 쓴 경력이 있던 소설가라 할지라도 추리소설의 초보에게 뭘 그리 많이 기대하는가?

 그 추리소설을 2000권 이상이나 읽었다던 반 다인의 처녀작이 어땠는가?(벤슨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나에게 벤슨은 최악이다!!)

 그럼에도 분명 비거스는 자신의 초기작 2편을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우리에게 주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라고 이 책들을 맘에 안 들어하시는 님들에게 이 책은 좋은 책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단  비거스의 3작 ‘커튼 뒤의 비밀’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처음 비거스의 그 김 빠지는 듯한 반전이나 극적이지도 않은 결말만을 보고 실망 한 사람이라면, 또 이 작품에서도 실망 할 수 있을 것이다.(초기 2작에 비해선 나은 편이지만...)

 하지만 그 사람은 찰리 챈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다. 난 찰리 챈의 최고 재미가 그런 극적인 반전이나, 다 읽고 난 후의 충격보다도 과거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런 사이에서 벌어지는 등장인물사이간의 갈등이라든가 작품 내에서 교묘히 숨겨지는 복선(내 생각엔 비거스는 복선을 가장 잘 설치하는 사람 같다. 정말 치밀할 정도로....)이나 갑작스런 미스테리한 사건들이 결말에서 어떻게 풀려지는지 보는 잔재미,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사랑싸움이나 재치, 사생활까지...... 보는 재미는 정말 매 작품마다 비거스의 재능을 다시 보게 하는 부분들이다.

 그리고 찰리 챈의 캐릭터가 개성 없다 하시는 분들... 작품을 다시한번 찬찬히 살펴보시라 알려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찰리 챈의 최고 매력은 독특한 외양이나, 정말 사이코일 정도의 취향이나 성격이 아니라 한 문장 한 문장 나오는 그의 말과 평범한 듯 하면서도 때론 엉뚱한 그의 재치있는 성격에 있다고 장담한다.

 글을 쓰다보니, ‘커튼 뒤의 비밀’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찰리 챈 시리즈를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처럼 돼버렸지만... 이왕 시작한 것 끝까지 보고 가자.

 찰리 챈 시리즈에서 가장 비난 받는 부분, 아마 그 미적지근한 반전이나, 극적이지 않은 결말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반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찰리 챈시리즈를 싫어하시는 건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건 취향이시니까. 하지만 내가 답답한건 그렇게 반전이 미지근 하다해서 마치 찰리 챈 소설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다. 반전이 미적지근 한건 단순히 찰리 챈 시리즈의 특징일 뿐이다. 모든 것을 모아놨다가 갑자기 한꺼번에 터뜨리는 게 홈즈나 브라운 신부나 파일로 밴스의 스타일 이라면,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을 시냇물 흐르듯이 졸졸졸 알려주다가 뭔가 오류가 생기면, 욕도 먹으면서 다시조사하고, 나중에 가서는 그런 졸졸졸 흘려줬던 정보나 복선이 결국 결말에서 거대한 진실을 이루는 과정이 바로 찰리 챈의 스타일이고 비거스가 추리소설을 쓰는 스타일일 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추리소설의 미덕은 절대 충격적인 반전만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 내 생각만 주절주절 늘어놓았는데, 물론 반대하시는 분도 있고, 내 글중에 틀린 부분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저렇다. 단지 찰리 챈이 우리나라에선 너무 무시당하고 있다 생각해서 답답한 마음에 한 번 써본 것이다.

 글이 좀 길어졌지만 이제 ‘커튼 뒤의 비밀’에 대해 한번 말해 볼까한다.

 역시 찰리 챈의 모든 스타일이 다 그런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 이상으로 과거사건의 진실을 아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추리의 비중도 과거의 진실을 찾는 부분의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다. 15년 전부터 계속해서 실종 되는 여인들과 전 런던 경찰청 수사과장의 살인이 과연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하면, 아마 충분히 흥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이 소설에서 흥미있는 것은 바로 비거스가 영국의 추리 문화를 비판한 것인데... 바로 핵심 단서라는 것이다. 어떤 것이냐면, 한 사람이 살해될 때 구두가 아니라 이상한 슬리퍼를 신고 있었으면 그것은 사건해결에 중요한 열쇠를 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바로 사건 현장의 미스테리함이나 이상한 점이 반드시 사건과 연결돼있는 영국식 셜록 홈즈 소설을 비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것은 범인이 의도적으로 꾸며 놓았을 수도 있다고 비판하는 찰리 챈의 주장은 현장 미스테리 소설(?)을 상당히 좋아하는 나로 서도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 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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