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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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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에서 도시 쓰레기통을 뒤적이는 북극곰의 뒷모습이 인상 깊다. 쓰레기와 북극곰이라...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북극곰이 도시까지 떠밀려온다는 내용이겠거니, 하며 한 장씩 넘긴다.

“쓰레기통에서 음식 찌꺼기를 뒤지던 ‘눈보라’는 판다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사진을 발견하고 한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쓰레기통을 뒤지다 판다의 사진이 실린 신문지를 발견한 주인공 ‘눈보라’가 동네 꼬마의 눈에 띄고 사냥꾼까지 등장하면서 다음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북극곰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아픈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에 앞서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부터 되짚게 한다.

인간이 판다와 북극곰을 대하는 방식은 극명하게 대비되지만, 결국 그 이면에는 동물을 생명체로 존중하지 않고 공생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이기심이 깔려있다.

최근 읽은 이라영 작가님의 신작에는 <우리는 땅에 속해 있다>라는 제목의 꼭지가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삶을 그린 레슬리 마몬 실코의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작가님은 “흙을 딛고 성장하는 생명을 대면하지 않기에 ‘볼거리’ 혹은 ‘먹거리’의 범주를 넘어선 동물 앞에서 당황한다. 다시 말해 ‘대상화’되지 않은 동물을 점점 낯설어한다”라고 쓰며 레슬리 마몬 실코의 대표작《의식(Ceremony)》에 실린 시를 인용했다.

 
그들이 보는 것은
오직 물체일 뿐,
그들에게 이 세상은 죽은 것,
(...)
사슴과 곰은 물체일 뿐,
그들은 생명을 보지 못한다.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눈보라’가 되어본다. 저 멀리 빙하가 녹아내리는 북극에 산다는 그 북극곰이 아니라 도시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인간의 눈치를 보고, 어떻게든 곁에 머무르려 애쓰는 ‘눈보라’가 되어본다. ‘눈보라’가 진짜 눈보라에 휩쓸려 사라지기 전에, 지나친 이기심이 사라질 순 없나, 하고 한탄한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봐야 한다.
그 모습이 설령 아름답지 않더라도......” - 강경수

(정말로 아름답지 않도다......!)
 

#ps 조금 무거운 내용과는 달리 깜찍한 그림체와 알록달록 색감이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 도움이 되었다.

 
#눈보라 #창비그림책 #강경수 #볼로냐라가치상 #서평단 #눈보라스페셜가제본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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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작은 곰자리 49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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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는 주인공이 아침에 눈을 뜨면서 본 것, 생각한 것, 그리고 마주한 사건들을 따라 전개된다. 저자가 들려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의 주인공은 말을 더듬는 아이.

난감한 처지에 숱하게 몰렸을 아이는 투덜대지 않고 차근히 고백한다.

"아이들은 내가 입을 열 때 스며 나오는 달빛을 보지 않아요."

학교를 마치자 아들을 데리러 온 아버지가 등장한다. 내가 닮고픈 사람. 강물처럼 말하는 아이의 아버지는 하해(rivers and seas)와 같이 품고 지켜보는 사람이다.

"우리 어디 조용한 데 들렀다 갈까."

한 단어 한 문장 그냥 훑는 법 없이 그림과 함께 천천히 음미한다. 글쓴이와 그린이의 마음, 옮긴이의 태도 같은 걸 곰곰이 떠올리면서.

오들오들 떨면서 저자의 글까지 다 읽는다. 손가락에 감각이 없다. 아이들은 뛰논다. 다행히 "그러나 그건 내가 아니에요"라는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들어오자 따뜻한 기운이 번졌다.

개울가를 걸으며 반짝이는 물결을 볼 때마다 주인공이 헤엄치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강물처럼 흐르고, 하해와 같이 품으며, 내가 아닌 모습이 되지 않기 위해서. 때로 "빠른 물살 너머의 잔잔한 강물"을 떠올리면 "울음을 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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