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죽을것인가

요즘처럼 흉흉한 시절에 "(늙고 병들어 쇠약해지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고민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해 볼 여유가 있다는 자체가 대단한 행운인지도. (그렇다고 전염병이나 사고로 언제 죽을지 몰라 불안에 떨며 살 수만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본인 삶의 끝맺음인 죽음을 아주 막연하게, 의사가 어떻게든 알아서 하겠지, 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없어서는 아닐 거고 아마도 용기가 없어서이리라. 모르긴 몰라도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100% 확률로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죽음을 여전히 '남의 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의사이며 이 책의 저자인 아툴 가완디는 자신의 아버지를 포함, 호스피스 케어로 임종을 맞이한 여러 환자의 사례를 들어 현대 의학의 힘을 빌린 처치로 연명하는 게 과연 현명한지, 환자의 가치관과 의지가 왜 중요한지,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지만 절대로 피해서는 안될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이 어떻게 삶을 마감했는지를 들려준다는 점, 그리고 의사라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동시에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가족의 주관적 입장에서 죽음을 사유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의 대답을 생각해보자고 독려한다는 점이겠다. (옮긴이도 특별♡)

"어차피 삶의 대부분은 잠자는 시간을 포함해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간다. 인간에게 삶이 의미 있는 까닭은 그것이 한 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그 자체로 온전한 하나의 단위라는 느낌을 준다.(...) 기억하는 자아는 기쁨의 정점이나 비참함의 심연만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인식하려 한다. 그리고 이는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끝나는지에 따라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인생을 의미있게 잘 살지, 잘 사는 건 대체 뭔지, 늘 고민한다. 인생이 한 편의 이야기라면, 그리고 죽음이 이야기의 끝맺음이라면, 이야기에는 끝이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직면하는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물론 나부터. 이 책은 그런 용기를 내는 과정에서 크나큰 도움을 줄 것이다. #강추

#아툴가완디 #김희정옮김 #리커버 #부키 #죽음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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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배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3 세트 - 전3권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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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배섬사람들이만든지도책 1, 2, 3
#솔출판사


이 작품을 쓰고 그린 작가 #프랑수아플라스 는 어릴 적 #모비딕 을 읽으며 모험을 동경했고 그림책과 지리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꾸준히 상상력을 키웠을 때, 거기다 글과 그림 창작 실력까지 뛰어날 때 어떤 작품이 탄생하는지, #라가치상 을 2회나 수상한 #오르배섬 이야기를 보면 수긍이 된답니다.

이 책에 소개된 26개 나라의 지도, 풍경, 풍속화 및 이야기는 오르배섬이라는 나라의 우주학자들이 세계 원정을 하며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A(아마존)의 나라에서 Z(지조틀)의 나라까지, 마치 지구 상에 있을 법하면서도 환상적인 가상의 세계들이 각기 다른 신화, 역사, 사건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알파벳 O 편에 실려있기도 한 오르배섬 역시 바다 위에 떠있는 둥근 섬이며, 그곳 사람들은 지도를 만드는 것만으로 세상의 이치를 알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오르배섬 편 주인공 오르텔리우스는 금기를 깨고 안개강을 몰래 건너 불모지를 탐험하고 몰래 지도를 수정하는 월권행위를 저지르는데요, 재판을 받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대화에 이 책의 주제가 압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판사: 말도 안 돼! 다시 말해 이미 발견한 땅을 지도 위에 그려 넣을 수는 있지만, 미리 그려놓고 나중에 발견한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말이다!

오르텔리우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 하지만 안쪽 땅은 놀랄 만큼 사실적입니다. 채색 부원들은 환상이 시키는 대로, 자신들이 꿈꿔온 모습을 그려 넣었습니다."

알파벳 형태로 나타낸 나라별 지도,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풍경 그림, 세세한 사람들과 물건들까지도 (상상해서) 보여주는 풍속도가 다 실려 있어서 이 책은 글밥이 많은 그림책이자, 상상의 백과사전이라는 느낌을 풍깁니다. 스마트폰으로 길 이름만 검색하면 세계 어느 곳이든 위성지도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세상에 사는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인지, 사실은 더 선명하게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선명하게 꿈꾸고 싶은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르텔리우스의 간절한 외침처럼요...

"저는 오히려 눈을 뜬 채로 꿈꾸고 싶습니다."

초등 고학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길 거리가 가득해 소장해서 두고두고 물려줄 가치가 있는 책. 수록 작품으로 구성된 2022년 달력도 놓치지 마시길♡

#북스타그램 #연말선물 #책스타그램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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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철학하기 - 소유에서 존재로, 넘버원에서 온리원으로, 진리에서 일상으로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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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BTS의 노래와 현대 철학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다"라는 영감을 바탕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철학자 김광식 교수가 썼다. 총 12곡의 노랫말을 소개하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현대철학과 접목해서 풀어간다.

이를테면, <피 땀 눈물>이란 노래의 가사를 헤세의 《데미안》과 엮어 소개한 뒤 니체가 말한 초인의 철학으로 풀고.
<Fake Love> 편은 엄마의 욕망을 욕망하는 아들 이야기를 다룬 <케빈에 대하여>라는 영화와 함께 라캉이 말하는 욕망의 철학으로.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는 영화 <컨택트>로도 유명한 테드 창의 소설《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함께 소개하고 로티의 아이러니 철학으로 풀어가는 식이다.

방탄 노래의 가사 자체를 이해 못 하는 사람이 있겠냐만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속속들이 의미들을 문학작품이나 영화에 접목해서 설명해주니 멜로디와 비주얼에 취해 흥얼거리던 노래들도 새삼스럽게 다가왔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자들의 이름과 인용문도 리듬감 있게 술술 흘러가는 쉬운 글 속에서 빠르게 소화되었다.

성경도 꼭 창세기부터 순서대로 읽고 배워야만 하는 건 아니다. 말씀 몇 구절만으로 인생이 바뀌기도 하니까. 철학을 이렇게 부담 없이 흥미롭게 사유할 수도 있구나 하고 여러 번 생각하며 읽었다.

독서하는 내내 이 책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뭘까 고민하다가 읽고 무릎을 친 뒤표지 추천사 중 일부를 덧붙인다. 긴 서평을 한 줄로 날카롭게 요약하면 딱 이 문장인데 내겐 이렇게 쓰는 능력이 없음을 한탄하며, period!


"위로밖에 모르는 대중문화와 동굴 속에 갇힌 철학, 양쪽의 결핍을 해소하면서...(중략) 난해함을 털어버리는 단문의 힘이 놀랍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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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비타민 플러스 UP
박경미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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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비타민플러스UP #김영사 #박경미

이 책은 점점 난해해지는 아이의 질문에 미리 대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찰나 눈에 들어온 책이다.

나는 아직도 수학 문제 다 못 풀어서 전전긍긍하는 꿈을 꿀 만큼 수학을 어렵게만 느꼈고, 실제로도 잘하지 못한 학생이었다. 끝까지 파고들지 않고 포기할까 말까 자주 고민했던 이유는, 달달 외운 공식이 훗날 실생활에 아무런 쓸모가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에선지 고등학교 때 제일 좋아했던 과목은 영어랑 사회문화 ㅋㅋ 뭔가 실용적일 것만 같은, 당장 어딘가에 써먹고 싶어했던 이용후생적 마인드.

생각이 짧았다. 지금에야 깨닫는 거지만 수학은 공식을 외워서 써먹으라고 배우는 게 아니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사고하고 추리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 답을 얻었을 때 성취감도 느끼고 그러라고 배우는 거였다. 포기하지 말고 답을 구해내는 것. 그게 바로 수학 공부의 목적 중 하나인 거다.

책날개만 봐도 저자를 향한 존경심이 솟구친다. 수학을 깊이 연구한 저자는 학생들이 수학은 '즐거운' 과목이라고 느끼게 해주려고 역사와 과학을 관통하는 수학적 원리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무려 400쪽이 넘는 이 책을 펴냈다(2009년 초판이고, 이 책은 2021년 전면개정판이다). 어떻게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다종다양한 영역에 스며있고 밑바탕이 된 수학적 원리들이 흥미로운 사진 및 그림들과 함께 가득 담겨 있어서 관심 가는 곳 아무 데나 펴서 읽으며 수학 이야기를 배워갈 수 있겠다 싶다.

또 하나, 수학 공부뿐 아니라 전반적인 학습에 적용할만한 좋은 글들이 인상 깊다. 가령,
"각 연령대의 학습자는 나름의 고유한 사고 양식이 있고, 교과서에 학년별로 제시된 내용은 평균적인 인지 발달 과정을 고려하여 선정된다. 따라서 원론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자신의 연령에 부합되는 내용을 제 학년에 학습하는 것이 적절하다."(p.441)
"전투(battle)에서 이기고 전쟁(war)에서 진다는 표현이 있다. 소소한 국면의 전투에서는 이기더라도 큰 전쟁에서는 질 수 있다는 의미인데, 선행 학습을 하면 잠깐은 유리할지 몰라도 초중고에 걸쳐 이뤄지는 수학 학습의 긴 여정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 (p. 442)

나처럼 선행학습까지 시키기에 너무나 게으른 엄마에게 심심한 위로가 되는 내용이다. 이책을 소장하게 해주신 김영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아마 서평단으로 뽑아주지 않았더라면, 왠지 #수학의정석 을 떠올리게 하는 바이블적인 느낌의 표지 디자인 때문에 선뜻 결제를 안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받아서 펼쳐보니, 정말 값진 책이다.

이 책을 야금야금 잘 읽어두면, 앞으로 아이가 수학 공부를 어려워할 때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어떻게든 함께 고민하며 풀어나가는 엄마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예감이 밀려온다.... 나는 그런 게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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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기억된 50개의 장소 - 시대의 이야기를 품은 특별한 공간, 땅 위에 남겨진 역사를 읽다
제이콥 필드 지음, 김산하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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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기억된50개의장소

"시대의 이야기를 품은 특별한 공간, 땅 위에 남겨진 역사를 읽다."

요즘 첫째가 #EBS 에서 방영되는 <시간을 달리는 세계사>란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더니, 엄마~ 알렉산드로대왕이 어쩌고, 페르시아가 저쩌고... 등등 내가 명확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자주 한다. (핑계지만) 나는 수능 때 국사와 한국 근현대사만 팠기 때문에 성경 이야기(도 잘 모르지만) 말고는 세계사를 잘 모른다. 

전체적인 흐름이라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아이가 질문할 때 대충 얼버무리기라도 할 거 아니겠는가? 

이 책은 시간 흐름에 따라 중요한 사건과 관련된 50가지 장소를 소개하고 있어서 꼭 순서대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관심이 가는 부분을 골라서 읽고, 더 궁금한 내용을 찾아보게 하는 데 introduction 역할을 한다. 

#병렬식 독서라고 하던가, 아무튼, 세계사를 처음부터 파려고 하면 늘 그렇듯 유프라테스강 메소포타미아 문명 부분만 너덜해지다 포기할 공산이 크니, 이런 독서 방법이 가볍게 시작하려는 독자들에겐 더 효율적이란 생각이 든다. 

책을 받자마자 나는 당연히 폴란드 얘기가 나오는  "글리비체 라디오 타워"를 읽고, "안네 프랑크의 집"으로 넘어갔다. 프랑크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인 아버지 오토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해방된 후 은신처에서 발견한 안네의 일기를 받아들었을 때 심정이 어땠을까 감히 떠올려 보았다. 더욱 슬픈 건,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인종주의적 차별과 잘못된 신념 때문에 몰래 숨어서 자신만의 글을 쓰고 있을 제2의, 제3의 안네들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안네의 일기 원서에는 안네가 밝게 웃는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는데, 우리 애는 그렇게 평범하게 사진을 찍던 소녀가 얼마 뒤, 약 2년간 숨어 지냈고, 결국엔 수용소로 옮겨졌으며,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는 사실을 그냥 동화 이야기 정도로 이해한 눈치다.

흥미롭게도 이 책에는 세계사 흐름에서 변방으로 취급되었던 우리 나라의 경복궁도 소개되어 있다.
(feat. k- 영향인가?) 

결론은, 부담 없이 세계사 공부를 시작하기에 구성도 내용도 자료도 좋아 추천할만한 책이라는 것!

출판사 #미래의창 피드에서 다양한 주제별 역사책들이 출간된 걸 보고는 '이거 재밌겠다' 싶어서 #서평단 신청했는데 감사하게도 책 보내 주셔서 읽고 쓴 리뷰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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