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딩, 턴
서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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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의 조짐은 어쩜 그리도 조용하면서 시끄러운 걸까요. 단 한번도 엉겁결에 이별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이별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죠. 사랑이 터져라 피어나는 순간 뒤 닥칠 권태가 무서워 시작하지 못한 연애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 제게 결혼, 아니, 이혼은 정말 까마득하달까요. 생각만해도 아득해집니다.


  <홀딩, 턴>은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하는 회상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이별의 순간보다는 이별을 향해가는 과정이 돋보이는 소설이었습니다. 사실 이건 사랑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했죠. 티내며 다가설 용기는 없던 두 사람이 엉겁결에 마주하게 되는 우연의 순간은 ... 몇 번을 봐도 아련한 것 같습니다. <홀딩, 턴>에서는 음악이 그 매개를 해서인지, 뭐랄까요. 영화 <라 붐>의 순간을 보는 듯했습니다. 물론 <라 붐>이 언급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환상의 순간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비일상이 일상이 되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가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을, 아니, 맞춰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지요. 이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여느 오래된 연인의 고민과 비슷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부부라기보다는 동거하는 연인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끼니를 때우고 시간을 때우며 지원은 자신이 무엇을 메우고 있는지, 자신에게서 빠져나간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사랑인가, 자존심인가, 안정된 생활인가. 대체 무엇을 대체하고 있는 걸까.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연애를 끌고 간 적이 있는 저는 이 대목에서 작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왜인지 저는 누군가의 직접적인 위로보다는 '나도 그랬어...'의 스토리에서 더 큰 위로를 받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저와 일면 비슷한 부분이 있는 진에게서도 애틋함을 느꼈죠.


  닉네임조차 자기 이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공무원이 갑갑하다고 말하면서도 그 옷이 잘 어울리는 사람. 한마디로 진은 별로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읽어나가며 포스트잇을 이렇게 많이 붙인 적도 몇 번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유독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습니다.


  너와 걔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다는 얘기는 20대까지만 하는 건 줄 알았다.


  서른 살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고등학생 때 같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 나는 서른 살이 되어서도 똑같이 바보 같은 선택을 하고, 시덥잖은 소리를 하며, 우스운 고민에 골몰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그래. 좋은 어른이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 그냥, 자연스럽게 가자. 어깨에 힘을 뺄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이렇게 살아간다면 허술한 내 모습을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봐줘도 괜찮은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홀딩, 턴>이라는 제목은 정말 내용과 적절히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추억하며 홀딩, 돌아오며 턴. 형식과 내용 양쪽 면 모두에서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잘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돌아서는(턴) 순간은 왜 이리도 슬픈 걸까요. 그래도 꽤... 아름다운 이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는 지킬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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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떠나올 때 우리가 원했던 것
정은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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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우 작가님의 책은 이것으로 두 번째 읽어보았습니다. 먼저 읽어보았던 <아무래도 좋을 그림>과는 꽤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두 권 모두 여행과 만년필 그림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가지만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뭐랄까요. 이전에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가득한 느낌이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은 추억이 실린 느낌이었죠. 떠나는 곳이 어디든 아니, 떠나지 않더라도 여행을 하는 기분을 들게 만드는 상쾌함이 느껴졌습니다.


  체리는 많았고 대륙은 넓었다. 한참을 승부에 몰입하고 있을 때 그녀가 말했다.


  "진짜 휴가 같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내가 지금 무슨 이유로 여기에 왔는지 알게 되었다. 

  단단찬 철로 침목 사이로 돋아난 패랭이꽃과 왠지 추운 지방이 어울리는 자작나무, 폭죽처럼 터지는 햇살과 볼에 와닿는 달고 시원한 바람.


  다른 이의 생생한 추억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때 그 순간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습니다. 휴가지에 갔던 게 언제쯤이었을까요. 한 2년은 한국, 그것도 대체로 서울 복판에 묶인 채로 생활한 것 같은데 말이죠... 저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며 생생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습니다. 떠나고 싶다, 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그리고 덩달아 지난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제게도 있었죠.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타국에 놀러갔던 경험. 첫날 밤 짐을 끌러놓고 맥주를 마시러 나가던 순간의 기억은 절대 잊을 수가 없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추억 여행을 떠났는지 모르겠습니다. SNS를 전혀 하지 않는 저는 정말 최소한의 사진만을 찍어가며 시간을 보냈었죠. 어떻게 보면 남은 사진이 많지 않아서, 뭘 했나 싶기도 합니다만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야간열차에서 밤새 맥주를 마시던 기억, 타국의 험한 산길에서 트래킹을 했던 기억, 처음 만난 사람들과 노래를 불러재꼈던 기억...


  어떤 일본 약국 직원이 한국인들은 단체로 근육통을 앓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던데 그 이야기가 전혀 우스개가 아닐 것 같다. 


  돌아온 후 추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여행 중이다.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네. 저는 다녀온 사람입니다. 물론 다시 떠나고 싶지만, 한번 다녀왔기 때문에 추억하며 계속해서 여행할 수 있죠. 왜 잊고 있었을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는 언제든 떠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대신 몸에 새겼기 때문이죠. 오랜만에 좋은 추억을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꼭 한번 읽어보시며 여행을 떠나시면 좋겠네요.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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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조 퀴넌 지음, 이세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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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분들께서 쓰신 리뷰를 차분히 읽어보니 모두들 책을 많이 사랑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아직, 멸종 직전은 아니구나, 하는 마음에 일단 안심이 되었습니다.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할 정도는 아니지만 저 역시 책을 좋아하고,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읽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독서일기, 독서에세이 등 이 책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과 비슷한 책들도 찾아 읽었었죠. 기억에 남는 책으로는 장정일 작가님의 <빌린 책, 버린 책, 산 책> 시리즈와 <고양이의 서재>, 그리고 <이동진 독서법> 등이 있네요. 이 책들도 모두 좋고, 재미있게 읽은 책들이었지만 저마다 2%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위트'였습니다. 정적이다, 라는 인상이 전반적이었죠.


  그래서 즐거운 독서는 진정 차분한 류, 안정이 되는 류만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더 신나는 독서가 그리웠는데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다름 아니라 책 이야기를 나누는 일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가령 이 책은 이렇다, 나는 이 책을 이렇게 (깊게) 읽었다, 와 같은 '심오한(?)' 이야기 말고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가난했었고, 그래서 당최 책이 읽히지 않았다, 라는 식의 신변잡기 말입니다. 조 퀴넌은 그 부분을 정말 100% 만족시켜주는 작가입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솔직하게 고백함으로써 그래,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하고 평범한 공감을 이끌어주는 것이지요.


  멸종 직전까지는 아니지만 제 주위에는 이런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들 영화 이야기는 즐겁게 잘 나누지만, 책 이야기를 꺼내면 진지한 소리, 고리타분한 소리를 한다며 고개를 젓기 일쑤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제게 선물해준 이 작은 공감대는 실로 귀했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이 부분이었습니다.


  "독립 서점이 여타의 어떤 장점을 지니든 간에, 대개 나 같은 사람을 인정 못하는 재수없는 직원들이 버티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직원들이 좋아하는 작가는 죽은 사람이거나, 이국적인 인물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폴 오스터다."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흔히 그저 겉멋만 들어서 특이하게만 보이려는 일군의 사람들을 일컫는 '홍대병'이 엄연히 독서에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지적하면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홍대병' 환자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소리치고 싶었죠. 


  "그 책이 진짜 좋은 거예요?"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은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허영심. 네, 바로 허영심 없이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죠. 그리고 동시에 위로도 받았습니다. 그래, 마냥 즐거운 독서도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이동진 독서법>에서 이동진 작가님도 비슷한 말을 하신 적이 있었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책장을 덮어도 된다고 말이죠. 이렇게 수차례 반복해서 여러 작가님들께 듣다보니 저도 책을 일면 '숭배'하듯 경외시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더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니, 가벼운 독서라고 해야할까요.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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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탐정 정약용
김재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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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되리란 기대는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사건이 아니라 탐정 자신이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서 <유랑탐정 정약용>은 매우 특별한 탐정물입니다. 


보통 탐정은 사건 밖에서 객관의 시선으로 실체를 밝혀내는 존재입니다.

유독 마을 속으로 들어가는 형태의 구조가 많은 이유도 사건이 '이곳'이 아니라 '그곳'에 있기 때문이지요.

 사건이 마무리가 된들 탐정 개인의 드라마는 끝나기 않기에 탐정물은 필연적으로 시리즈물이 되게 마련입니다.

(저는 시리즈물이 아닌 탐정물이 잘 떠오르지 않네요...)


하지만 <유랑탐정 정약용>은 단 한 편으로 마무리 되는 드라마입니다.

자신의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의 이야기인 셈이죠.

해서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드라마물에서나 느낄 법한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포일러를 풀 수는 없지만 정말 눈물 없이는 못 덮을 이야기였습니다. 

(왜 ㅠㅠ 아무도 로맨스가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ㅠㅠㅠㅠ)

이 점이 김재희 작가님의 대표작 <경성탐정 이상>과 가장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영화 <조선 명탐정>과도 그런 점에서 결이 매우 다릅니다. 

<조선 명탐정>의 탐정 김민(김명민)에게도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리즈가 계속되기 위해 김민은 결국 코미디로 무마하며 사건을 빠져나오기 때문입니다. 


ㅠㅠㅠㅠ  <유랑탐정 정약용>은 이 한 편으로 끝입니다.

정말 다음은 없다는 심정으로 끝까지 달리죠.


정약용 선생님이 오랜 유배 생활 끝에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

김재희 작가님이 붙여 놓은 이 주석과 같은 이야기 덕분에

단순히 사실로만 접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상이 남게 되었습니다. 

엔딩 장면을 떠올리면 또 눈물이 날 거 같네요.


모두 사회상을 상세히 묘사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국사를 공부하기 위해 읽었던 한 줄,

'민초들은 고된 삶을 보냈다'만으로 접했던 것과는 감상이 달랐습니다. 


특히 무당의 비애와 계급사회 속에서 평등 사회를 이룩하려는 자들의 괴리를 표현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추리소설로서의 재미 외에도 얻을 수 있는 감동이 참 많은 소설이었습니다. 

김재희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또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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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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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무엇이든' 쓰고 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자랑해도 괜찮을까요. 짧게나마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점수까지 매겨가며 평가할 재주는 없고(그래도 별은 다섯 개!) 감상을 정리할 생각입니다. 작가님 말마따나 '두괄식' 인간과 '미괄식' 인간이 나눠진다면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정말 '무엇이든' 쓰도록 도와줍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시작'을 위해 많은 부분 할애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글을 시작할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가령 글을 쓸 때 필요한 장비(?)는 무엇인지, 또는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그중에서 유독 첫 문장에 대한 꼭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가상의 모니터에 쓰인 첫 문장을 한참 들여다 보면, 문득 그게 첫 문장감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그건 67번째 문장이거나 82번째 문장에 어울린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문장을 지우고(아니면 아래로 내리고, 혹은 문장 저장소에 넣어두고) 첫 문장을 다시 쓴다. 이번에도 대충 쓴다. 그리고 다시 그 준장을 들여다본다. 그렇게 여러 개의 문장을 첫 문장으로 써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첫 문장이 나타난다."



  저는 제대로 된 첫 문장을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처음'에 썼을 뿐이었죠. 그러니 저 말을 보았을 때 얼마나 뜨끔했던지요. 그간 썼던 글을 몇 개 들춰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에 어울리는 문장들이 아니었습니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문장들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죠. 


  아이고야. 이게 다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아니었을라나요...). 문제가 속속들이 드러났습니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공통점은 하나였습니다. 게으름. 제 글은 정말 게을러빠져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첫 문장을 떠올리기 귀찮아했고, 마땅한 표현을 찾기 귀찮아했고, 적당한 길이까지 쓰는 것도 귀찮아했습니다. 그러니 못 갖춘 글이 될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단점의 공통점이 같은바 개선책 역시 하나로 정리되어 다행입니다. '부지런함'. 


  아이고야, 아이고야. 이 얼마나 뻔한 소리인가, 하고 통탄해 하신다면 저도 할 말이 더 남았습니다. 작가님은 "그러니 부지런해지세요."라고 말하지 않거든요. 운동하지 않고 식스팩을 얻을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죠. 그렇지만 "운동하세요." 소리는 얼마나 지겹던가요. ('지겹다' 정도면 정말 많이 봐줬다...) 작가님은 "운동하세요!"하고 다그치는 대신 고해성사를 합니다. "나도 그랬어요... 아니, 지금도 그래요...."


  아이고야, 아이고야, 아이고야! 그러니 작가님 글재주에 반푼어치도 안 되는 저는 이렇게 쓰는 수밖에 없답니다. 제가 어떻게 작가님보다 좋은 글을 쓰겠어요. 아, 그래요. 모르는 일이죠. 제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덕분에 작가님보다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을지도요. 그러나...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실 거예요. 제게는 그렇게 특별한 능력이 없다는 걸요. 그러니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글을 쓴다는 건 부끄러움을 견디는 일이 아닐까, 하고요.


  어깨에서 힘을 많이 덜어냈어요. 좋은 글을 쓰겠어, 라는 포부는 잠시 접어두고 글을 쓰겠어, 만을 남겨두었죠. 저는 프로 작가가 아닌걸요. 제 어깨에 올려둔 짐은 다 저 스스로 올려둔 것이었음을 깨달았아요. 아무도 저더러 글 좀 잘 쓰라고 눈치준 적 없는데 말이죠. 하, 얼마나 후련하던지. 제 나름에는 이렇게 긴 글을 전보다 빠르게 써낼 수 있었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마지막으로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남기고 가려해요. 솔직한 글이 정말 좋은 걸까 하는 의문에 대한 이야기예요.



  "글을 쓴다는 것은 '최초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포털의 댓글들이 금방 재미없어지는 이유는 거기에 어떤 '정리'와 '공감'도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저는 오랜만에 짤막한 메모를 남겼어요. 



  "나는 글을 혼자 써왔다. 내 세상이 모두의 세상인 양."



  아이고야.......... 저는 이런 책이 좋아요. 젠체하지 않고 가슴을 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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