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공간 - 나를 이루는 작은 세계
유주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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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무기력과 예상치 못한 뒤통수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크게 우울을 느끼는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긋지긋한 코로나 유행은 괜히 기분을 다운시켰고
무한대였던 내 삶의 반경은 어느새 내 방으로 좁혀졌다.
방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오만 생각이 다 든다.
인생의 회의감마저 들 때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생각한다.
‘지금까지와는 좀 다르게 살아보자’
일단 집을 쾌적하게 할 것, 쌓아뒀던 책과 옷을 정리할 것.
쌓아두지 말 것, ‘내일의 나’에게 미루지 말 것.
날 그렇게 움직이게 한 건 <자기만의 공간>의 작가다.
그녀도 그렇게 살고 있더라. ‘턴다운 서비스’처럼 빠르고 정갈한 정돈으로
일상의 휴식을 주면서 내일의 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참 많이 닮았다’라는 생각?
지방에서 상경에서 이제 서울이 터전이 된 30살 중반의 작가.
몸에 작은 병을 품고 있고
이제는 삶의 속도가 달라진 친구들과 어느 정도 거리감을 느끼는 작가.
마흔, 그 너머 어른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내 삶을 어떻게 옳은 방향으로 넓혀야 할까를 생각하는 작가.
거대한 변화보다 일상 속 인간관계, 일 등에서 작은 부분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을 읽으며 나도 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비슷한 풍경으로 살고 있는 이의 글을 읽는 것은
때때로 대단한 위안이다. ‘너 혼자만 그런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고.
35살을 넘기며 느끼는 이 불안과 어쩔 수 없는 헛헛함도
내가 별나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
적어도 이 세상에서 누군가 한 명은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고
그렇지만 그녀는 잘 살아보기 위해 작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게 글 여기저기서 보이니 그 자체가 자극이 되고
어느 순간 ‘나도 한 번 저거 해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일의 나’에게 미루지 않기가 그거랄까.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든 문장을 소개하자면 이 부분!
‘...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럴 때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비틀즈의 ‘Ob-La-Di, Ob-La-Da’.이 노래의 제목은 나이지리아 요루바족의 언어로, ‘삶은 계속된다 (Life goes on)’ 라는 뜻이다‘. <자기만의 방, 150p>

작가가 자신의 몸에 생긴 병을 품고 가기로 마음먹은 대목에 쓴 말인데,
요즘 내 삶에 비춰볼 때 딱 이거다! 싶은 이야기였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게 놓아 줘야지.
내가 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봐야지,
내가 어떻게 하든 시간은 흐르고 삶은 계속되니까
내 삶을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끌고가봐야지 라고 생각했다.
한동안 쏟아지는 에세이들 사이에서 대체 뭘 읽어야 하나
고민도 됐고 읽고나서 후회하는 책도 부지기수였는데....
<자기만의 공간>은 친구의 이야기를 읽는 듯 따뜻하고
반가움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힘들 때 펼쳐볼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책과 인연이 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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