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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ㅣ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 지는 소설을 읽었다.
친구가 재미있다고 추천을 하길래 검색해보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위치해 있었다.
나만 모르고 있던 유명한 소설이었나 보다.
이야기는 교사 생활을 하다가 정년 퇴직한, 어느덧 치매 걸릴 걱정을 하는 70대의 염영숙 여사가 서울역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준 독고씨 라는 알코올 중독 노숙자에게 본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의 야간 알바를 제안하고, 그가 근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본인을 '독고'라고 소개 했지만 이름이 독고인지 성이 독고인지 본인의 이름도 기억 못하는 미스테리한 독고씨.
그가 알코올 중독으로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렸는지 어떤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 기억을 지워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노숙자가 되기 전에는 뭔가 '한 자리' 하던 사람이었을 거라는 동네 사람들의 평가를 받을 만큼 그는 머리도 좋고 생각보다 일도 잘해서 점점 떨어져 가는 편의점의 매출을 끌어 올리기 까지 하는 꽤 유능한 편의점 야간 알바로 변모해간다.
우리 주변에는 이상하리 만치 존재만으로 주변인을 편안하게 해 주어서 누구든지 고민을 상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한 두 명씩 있기 마련 인데 독고씨가 바로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알코올 중독으로 말투가 어눌하고 긴 문장도 제대로 구사 할 수 없지만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나름의 상처를 안고 있는 편의점 이용객들은 위로를 받고,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들의 아픔을 들여다 보는 과정에서 그 또한 서서히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현실을 마주 할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아픔을 겪은 사람만이 그 아픔을 알기에 진정으로 위로를 해 줄 수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독고씨가 어떤 아픔을 겪었기에 노숙자가 되었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서 죽지 못해 하루 하루를 살아 갔는지에 대한 내용은 이야기가 거의 다 끝날 즈음에 밝혀지게 된다.
그 스스로는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노숙자가 되어서 인생을 막 살기로 결심했는데 그런 그가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를 위로 하고 있다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이고 우리도 누구나 한 번 씩 겪는 일 아닐까 생각한다.
'누가 누굴 위로해 내 코가 석자인데' 라고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기에 다른 이의 상처를 그냥 두고 볼 수 만은 없다.
공감과 위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기에.
독고씨도 아마 그런 마음 아니었을까?
교사 퇴직 연금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만하지만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들의 생계가 걱정 되어서 장사도 안되는 편의점을 차마 그만두지 못한다는 염영숙 여사 같은 분이 현실에서도 존재 할까 싶지 만은 이렇게 소설 속에서 나마 그런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되니 좋았다.
따뜻해서 좋았고, 나도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좋았다.
불편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불편하지 않은 편의점, 무심코 들어갔다가 위로 받는 편의점, 다친 마음을 알아차리고 보듬어 주는 편의점.
내가 그런 편의점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